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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아' 척박한 삶 속에 영광을 찾는 사람들 본문

드라마를 보다

'글로리아' 척박한 삶 속에 영광을 찾는 사람들

빛무리~ 2010. 8. 1.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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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가족'의 후속으로 방송되는 주말드라마의 제목이 '글로리아'라는 것을 들었을 때 처음으로 떠오른 생각은 성가(聖歌)의 제목이었습니다. 'gloria'는 라틴어로 '영광'이라는 뜻을 지녔고, 가톨릭의 대표적인 미사곡 중 하나입니다. 저에게는 매우 익숙한 단어이지만 TV 드라마의 제목으로 접하니 좀 신기하더군요.

주인공 나진진은 앞으로 변두리 나이트클럽의 가수로 활동하게 될 것이며, 그녀가 사용하게 될 무대명이 바로 '글로리아'입니다. 어울리지 않는 듯한 이름이지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주인공에게 작가가 굳이 '글로리아'라는 이름을 지어 준 뜻을 저는 이미 알 것 같습니다.


'글로리아'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척박한 삶을 견디어내고 있습니다. 나진진(배두나)은 나이 서른에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나이트클럽의 가방담당 직원 및 새벽 신문배달 등의 아르바이트로 근근히 월셋방에서 살아가며, 정신지체 장애인인 언니 나진주(오현경)까지 보살펴야 합니다. 나진진보다 10살 위인 나진주는 과거에 화려하게 데뷔한 가수였으나 잘못된 첫사랑의 실패로 깊은 충격을 받고 사고까지 당해서 모든 기억을 잃고 5세 지능의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나진진의 소꿉친구인 하동아(이천희) 역시 가진 것 하나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가방끈 짧아 취직도 잘 되지 않아, 타고난 맷집을 믿고 주먹 세계에 입문했으나 정작 주먹은 유리입니다. 그나마 대세를 따르지 않고 힘을 잃은 보스 곁에 남아있었던 의리 덕분에, 배신한 옛 동료들의 표적이 되어 걸핏하면 주먹 세례를 받습니다. 형이 사고로 죽은 후, 형수는 보상금을 챙겨서 자식까지 버린 채 달아났고, 덕분에 하동아는 총각 아빠 신세가 되어 조카 어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강석(서지석)은 재벌가의 서자, 홍길동입니다. 요즘 굉장히 흔한 캐릭터라고 볼 수 있지요. 이복형인 이지석(이종원)의 노골적인 무시와, 자기를 손님 대하듯 하는 큰어머니의 냉랭한 태도를 감당하며 한 집에 살고 있는 이강석의 내면이 사막의 모래처럼 메말라 있음은 당연한 일입니다. 게다가 철없는 생모 여정난(나영희)의 투정까지 받아 주어야 하니 그의 나날도 언제나 고달픕니다.


정윤서(소이현)는 재벌가의 서녀, 여자 홍길동이군요. 자존심이 강한 그녀로서는 신분 상승의 욕구가 지나친 어머니를 감당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잊고 싶어서 발레리나의 길로 접어들었고 죽을 힘을 다해 춤을 추었으나 인대 파열로 그 도피처에서도 밀려났습니다. 그렇다고 죽어야 할 만큼 비관적인 인생은 아닌 듯한데, 그녀는 이미 수차례나 자살을 시도했군요. 정윤서라는 캐릭터가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못하고 매우 불안하며 나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상의 인물 설정만으로도 앞으로의 전개가 충분히 짐작되는군요. 이강석은 나진진으로 인해, 정윤서는 하동아로 인해 자기 삶의 이유를 찾게 될 것입니다. 물질적으로 풍요하지만 정신적으로 메마른 사람들은 항상, 가난하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서 변화되니까요.


기본 구조는 뻔하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각각의 캐릭터가 나름대로 개성있고 생동감이 넘쳐서 그다지 식상한 느낌은 없습니다. 배두나와 소이현의 연기력은 훌륭한 편이고, 이천희도 이제는 믿을만한 수준입니다. 이강석이라는 역할은 깊은 내면 연기가 필요한데, 서지석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을지는 좀 더 봐야 알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놀라운 연기 변신은 주연급의 4명이 아니라, 나진주 역의 오현경에게서 볼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별로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얼핏 누구인지 몰라볼 만큼의 완벽한 변신이었어요. 한때는 화려한 삶을 누렸으나 지금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여자...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잃은 여자... 5세의 지능을 갖고 옆집의 어린아이와 친구로 지내며 마냥 행복한 여자... 오현경은 그대로 나진주였습니다. 상처받은 영혼을 표현하는 그녀의 연기를 보며 저는 왠지 가슴 한쪽이 저려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모두 척박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들이지만 희망은 있습니다. 나진진이 우연한 계기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서, 생각지도 않았던 기쁨을 찾고 새 인생이 시작되겠지요. 서로의 결핍을 채워 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나서 사랑도 시작하겠지요. 흔한 이야기지만 절망에 빠졌던 사람이 희망을 되찾는 이야기는 언제 보아도 흐뭇합니다.

제가 아무리 인기 있어도 주말연속극을 잘 안 보았던 이유가, 겉으로는 가족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으면서 온통 불륜과 속임수가 난무하는 그 고정적 패턴이 싫었기 때문입니다. '수상한 삼형제'도 그랬고, 지금 방송되고 있는 '결혼해 주세요'는 아예 드라마의 출발부터 큰아들 이종혁의 불륜으로 시작하더군요. 그에 비하면 '글로리아'는 상처 많은 젊은이들이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라서 훨씬 고무적이라고 느껴집니다. '글로리아'라는 제목처럼 그들의 앞날에 영광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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