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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설이다' 김정은의 캐릭터가 의미하는 것은? 본문

드라마를 보다

'나는 전설이다' 김정은의 캐릭터가 의미하는 것은?

빛무리~ 2010. 8. 3.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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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하우스'의 후속작 '나는 전설이다' 1회가 방송되었습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김정은, 홍지민, 장신영, 고은미 등으로 이루어진 여성 출연자 라인입니다. 폭발적 인기를 누리는 톱스타는 없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더없이 화려한 출연진이었습니다. 한 명 한 명이 모두 타이틀롤을 맡아도 될만한 내공이 있는 연기자들인데, 이렇게 모아 놓으니 매우 든든하여 아주 마음 편하게 시청할 수가 있더군요. 요즘 웬만한 드라마에는 어설픈 신인들이 한두명씩 끼어 있어서 중간 중간에 아슬아슬한 불안감을 선사하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그런 스릴(?)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주인공 김정은의 극 중 배역 이름은 '전설희' 입니다. 따라서 이 드라마의 제목은 다중적 의미를 갖고 있는 셈이지요. 전설희는 이제 명실상부한 '전설'이 될 예정입니다. 여고시절에 학교 짱이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전설이라 할 수 있겠으나, 앞으로 그녀가 개척해 나갈 인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군요. 과연 그녀는 어떤 의미에서 전설이 될 수 있을지, 김정은의 캐릭터 '전설희'가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전설희는 원래 가난한 소녀가장이었습니다. 여상 재학 시절, 왕십리를 주름잡던 여고생 짱이었으며, 친구들과 락밴드를 결성해 활동하던 이력이 있습니다. 여상을 졸업한 후에는 여동생의 뒷바라지를 위해 로펌의 사환으로 취직했는데, 젊은 변호사 차지욱(김승수)을 만나 결혼에 성공했습니다. 차지욱은 법조계 명문가의 장남으로서 부와 명예를 갖춘, 대한민국 1%의 최상류층 남자였습니다. 그런 인물이 사랑하지도 않는 사환 여자아이를 어쩌다가 임신시켰다는 이유로 결혼까지 감행했다는 부분은 선뜻 수긍이 가지는 않지만, 핏줄에 대한 애착이 워낙 강한 집안으로 나오니 그런가보다 하겠습니다.

결혼 직후에 아이는 유산되어 버렸고, 전설희는 남편과 시댁 식구들의 냉랭함 속에서 숨막힐 듯한 나날을 보내는 중입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차지욱을 유혹한 것도 그녀였고, 그 남자의 배경을 탐냈던 것도 사실이고, 친구들이 '아줌마'라고 불릴 때 우아한 '사모님'으로 대접받으며 살아가는 지금의 삶이 싫지만도 않습니다. 여동생 재희(윤주희)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선택한 인생이었다고 스스로는 생각하지만, 의사가 되어 있는 재희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언니가 형부를 유혹하여 임신하고 결혼할 당시, 자기는 이미 의대를 졸업한 후였다면서 말이지요. 재희는 언니가 본래의 모습을 버리고 그 집안에서 인형처럼 살아가는 것이 싫습니다.


전설희, 친구들에게는 화통한 의리녀이고 동생에게는 자상한 언니이지만, 그녀의 결혼을 되짚어 생각해 보면 '된장녀의 성공'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결혼을 통해서 간절히 원하던 부와 명예를 얻었지만, 지금 그녀의 삶은 전혀 행복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전설희' 캐릭터의 의미가 존재합니다.

차지욱의 집안은 '인생은 아름다워'에 나오는 경수(이상우)의 집안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군요. 식구들 개개인의 마음이나 행복보다는 외부에 보여지는 삶이 훨씬 중요한 사람들입니다. 전설희의 남편인 차지욱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직 핏줄에 대한 애착만으로 수준이 맞지도 않는 전설희와 결혼했던 것을, 자기 인생에 유일한 '실수'라고 아내 앞에서 대놓고 말하는 냉혹한 인물이지요. 그에게는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여자 변호사 애인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이혼남'이 될 생각은 없습니다. 사랑하지도, 존중하지도 않는 아내이지만 대외적으로는 더없이 의좋은 부부로 행세하며, 평생을 이렇게 이중적으로 살아가려 합니다. 그에게는 오히려 이게 당연한 일입니다


최상류층 사람들은 원래 그런 건가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알음알음으로 약간의 친분이 있어 약간의 대화를 나누어 본 사람들 중에 저렇게 살아가는 인물이 실제로 있었기에, 차지욱과 그 가족들의 삶이 아주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첫 아이를 유산한 후 임신이 되지 않는 것은 전설희의 몸에 이상이 있어서가 아니라 남편과의 사이가 냉랭한 탓이었습니다. 차지욱은 그녀와 눈도 마주치지 않는데, 시어머니는 무조건 불임클리닉에 끌고 다니며 한약을 먹여댑니다.

이렇게 답답한 상황이지만, 왕년의 학교 짱 전설희는 용케 잘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가끔씩 여고시절의 친구들을 만나 예전처럼 밴드 연습을 하고 클럽으로 놀러 다니는 것을 유일한 숨구멍으로 삼아서 말이지요. 그러다가 술김에, 또는 욱하는 성질에 때때로 사고를 치고 경찰서에 끌려가기도 하지요. 그럴 때마다 차지욱은 경찰서에서 아내를 데리고 나오며, 망신스러운 행동을 자제하라고 담담히 충고한 뒤, 그녀를 혼자 집으로 돌려보내고 자기는 사무실로 쓰는 오피스텔로 향합니다. 오피스텔에서는 동료를 가장한, 그의 기품있는 연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설희도 얼핏 그녀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지만, 따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참아 넘기는 중입니다.


남편과 시댁 식구들의 비위를 맞추며, 적성에 맞지 않는 이중적 삶을 버텨나가던 전설희에게 드디어 최후의 한 방이 터집니다. 하나뿐인 혈육, 여동생 재희가 골수암에 걸린 것입니다. 다행히도 언니인 그녀와 골수가 완전히 일치한다는 판정이 나왔기에, 골수 이식만 해주면 완치의 가능성은 높은 편입니다.

그런데 어처구니 없게도 시어머니 홍여사는 설희의 임신에 지장이 있을지 모른다며 반대합니다. "이 집에 들어온 이상 네 몸은 네 것이 아니다. 너에게는 선택권이 없어!" 라고 말하는 홍여사의 태도는 더없이 단호했습니다. 아무리 사람을 무시해도 그렇지, 동생의 목숨이 위태롭다는데, 아직 생기지도 않은 자기 핏줄에 대한 욕심만을 우선시하는 홍여사의 태도는 비정상적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정말 그 부류의 사람들은 그렇게 살고 있나요?


하여튼 시어머니의 반대에 부딪힌 설희는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차지욱은 "어머니의 뜻에 따르라"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털끝만치의 배려도 동정도 없습니다. 설희가 잔인하다며 항의하자 "임신을 핑계로 우리 집에 잔인하게 눌러앉은 것은 너야. 네가 나를 원했고, 네가 선택한 인생이야." 라고 대답합니다.

동생의 병세는 악화되어 가는데, 뻔히 자기의 골수가 맞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골수 기증자가 나타날 때까지 무턱대고 기다려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을 맞이하여, 전설희는 자기 스스로 선택했던 껍질을 깨뜨리고 나올 것을 결심합니다. 시아버지를 비롯한 모든 식구들이 있는 자리에서 전격적으로 이혼을 선포했던 것입니다. 그녀의 전설이 시작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동생의 난치병'이라는 극단적 소재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듯 합니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집안에서 뛰쳐 나올 것을 결심할 만큼, 너무 당연한 선택이 되어 버렸으니까요. 전설희이기 때문에 가능한, 전설희만의 특별한 선택이 되지 못해서 주인공이 평범해져 버린 거예요. 뭐랄까, 다른 여자라면 그냥 참고 눌러앉았을 법한 상황에서, 오직 전설희는 과감하게 뛰쳐 나왔다는 설정이라야 그녀의 매력이 더 살아났을 텐데 아쉬웠습니다. 물론 그러한 설정을 마련한다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요.


어쨌든 한 때 조건 좋은 남자를 유혹해서 결혼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던 어린 된장녀가, 간절히 원하여 손에 쥐었던 모든 것을 스스로 던져 버리고 빈손으로 새출발을 한다는 차원에서, 전설희의 캐릭터는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진정한 행복은 그런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니까 말이에요.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잘못된 방향의 꿈을 꾸고 있는 일부 젊은이들에게 조금이나마 각성제의 역할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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