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종영 드라마 분류/신기생뎐 (7)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단공주(백옥담)는 그 동안 제가 '신기생뎐'에서 매우 예뻐하던 캐릭터입니다.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젊은이들의 캐릭터가 건실하게 자리잡혀 갔지만, 돌이켜보면 초반에는 다들 좀 이상했습니다. 단사란(임수향)은 너무 얄미울 만큼 여우같은 기질을 보였고, 금라라(한혜린)는 이기적이고 전형적인 공주였으며, 아다모(성훈)는 오갈데 없는 자뻑왕자였습니다. 그래서 단공주의 시원시원한 기질이 더욱 돋보였지요. 그녀의 생모 지화자(이숙)는 팥쥐엄마보다 더 못된 계모였지만, 단공주는 그런 엄마를 전혀 닮지 않아서 더 예뻤습니다. 의붓언니 단사란이 부용각으로 들어가 기생이 되겠다고 했을 때 안된다고 울며불며 매달리다가, 자기 힘으로 말릴 수 없을 것 같으니까 급기야 언니의 손등을 물어뜯으면서까지 결사적으로 만류하던 단공주의 모..
단사란(임수향)과 아다모(성훈)가 결혼하여 아수라(임혁)의 집에 들어가 살기 시작하면서, '신기생뎐'에는 느닷없이 귀신이 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설의 고향도 아니고 엄연한 현대극에 갑자기 소복입은 할머니 귀신의 등장은 너무도 생뚱맞았기에 여기저기서 불만과 비판의 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황당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일단은 그냥 지켜보았습니다. 대체 귀신의 정체는 무엇이며 갑자기 왜 나타난 것인지 그 이유나 알고 나서 무슨 말을 하더라도 하자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드디어 49회에서 밝혀진 정확한 귀신의 정체는 아다모의 집안 조상신 중 하나였더군요. 언젠가 한의원에서 마주쳤던 정체 모를 여인이 단사란에게 아다모와 결혼하지 말라면서 뭔가 귓속말을 했었는데, 궁금했던 그 말의 내용도 이제 와서야 밝혀졌습..
'신기생뎐'과 '내게 거짓말을 해봐' 라는 두 개의 드라마는 별로 제 마음에 드는 작품들은 아닙니다. '내 마음이 들리니'와 '동안미녀'에 턱없이 밀려서 둘 다 본방사수는 절대 안 하고, 가끔씩 재방송을 힐끗거리는 수준이지요. 하지만 그저그런 드라마라 해도 볼 때마다 제 마음을 흐뭇하게 해 주는 청년들이 있으니 '신기생뎐'의 남주인공 아다모(성훈)와 '내거해'의 비중있는 조연 현상희(성준)입니다. 저는 이 두 사람이 형제일 것 같다는 생각에, 열심히 검색을 해서 증거자료를 찾아 보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고, 성준의 가족사항이 1남1녀 중 둘째라고 나와 있으니 친형은 없음이 확인된 셈이지만, 그렇다면 아마도 사촌형제가 아닐까 생각중입니다. '신기생뎐'의 성훈은 1983년생으로 올해 나이가 극 중 아다모와 같..
자승자박(自繩自縛)이란 곧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싶을 만큼 한심한 인물이 '신기생뎐'에 등장합니다. 어찌 생각하면 중년의 나이가 되도록 너무 세상 물정을 모르고 단순해서 저지른 일이라고도 볼 수 있기에,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 사람은 바로 금병원 원장 금어산(한진희)의 아내였다가 지금은 초라한 이혼녀가 되어버린 장주희(이종남)입니다. 장주희는 이십대 초중반의 나이에 집안끼리의 약속으로 금어산과 정략결혼을 했는데, 결혼 전에 이미 난관의 이상으로 임신 가능성이 매우 낮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비 시가에서도 모두 그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그런데도 금어산의 부친 금시조(이대로)는 장주희를 기꺼이 맏며느리로 받아들였고, 장주희는 그런 시아버지의 은혜를 갚는다는 생각으로 20여년간의 결혼 생..
'신기생뎐'이 아주 많은 문제점을 지닌 드라마임은 확실합니다. 가장 큰 막장요소로 지적받고 있는 것은 역시 '기생'이라는 여주인공의 직업으로 인해, 현실에 존재하는 텐프로들의 삶이나 팁 문화 등이 모두 정당한 것으로 미화될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혹시라도 막장드라마의 필수 요소를 하나라도 빠뜨릴까봐 신경쓴 것처럼, 여기저기 복잡한 출생의 비밀과 불륜 코드마저 세심하게 채워넣어져 있습니다. 게다가 고전에서나 볼 수 있던 식상한 설정으로, 의붓딸을 구박하는 못된 계모마저 등장합니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신기생뎐'은 욕 먹어 마땅한지도 모르겠군요. 이 드라마에 관한 기사만 떴다 하면, 온통 눈 뜨고 보기 힘들 만큼의 지독한 비방으로 댓글란이 채워집니다. 이런 쓰레기 같은 드라마를 왜 빨리 끝내지 않느냐는 식..
저는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를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자극적이고 막장스럽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으나 그래도 재미있고 독특해서 좋더군요. 무언가를 새로이 만들어낼 때 식상하지 않게, 뻔하지 않게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임성한의 드라마는 언제나 소재에서부터 보기 드문 독특함을 자랑합니다. 괴상한 인물들도 참 많이 등장하고, 기상천외한 에피소드도 많아서 그때마다 욕을 먹곤 하지만, 어쨌든 덕분에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온갖 볼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그 중에 정말 재미있는 것을 찾기란 백사장에서 금조각 찾기인지라, 맑고 고상하지는 못해도 일단 재미있는 임성한의 드라마를 저는 매번 기다리곤 했습니다. 때로 악역을 맡은 인물이 청산유수로 풀어놓는 대사들은 상당히 억지스럽고 궤변스러워서 기를 막히게 하..
'신기생뎐' 이 드라마는 시작부터 온갖 혹평이 난무하며 막장 논란에 시달리고 있지만, 그래도 저는 임성한 작가 특유의 톡 쏘는 재미를 기대하며 좀 더 지켜볼 생각입니다. 홈피를 장식한 문구는 "전통을 지켜나가는 자존심 강한 그녀들" 이지만, 아직까지 저의 인식은 "그래봤자 해어화(解語花)"라는 것입니다. 조선시대에야 문화가 그러하니 사정이 달랐다 하겠지만, 이 시대에 자존심 강한 여성이 선택할 직업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따지면 소재 자체에 거부감이 든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럼에도 어떤 식으로 풀어 나갈지가 궁금하기에 저는 계속 지켜볼 생각입니다. 막장 드라마답게(?) 초반부터 이 작품 전체를 휘어싸고 있는 것은 '출생의 비밀'입니다. 그것도 단순하지 않게 몇 겹으로 포개져서 좀처럼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