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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생뎐' 멀쩡하던 단공주, 막장며느리로 변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신기생뎐

'신기생뎐' 멀쩡하던 단공주, 막장며느리로 변신!

빛무리~ 2011. 7. 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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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공주(백옥담)는 그 동안 제가 '신기생뎐'에서 매우 예뻐하던 캐릭터입니다.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젊은이들의 캐릭터가 건실하게 자리잡혀 갔지만, 돌이켜보면 초반에는 다들 좀 이상했습니다. 단사란(임수향)은 너무 얄미울 만큼 여우같은 기질을 보였고, 금라라(한혜린)는 이기적이고 전형적인 공주였으며, 아다모(성훈)는 오갈데 없는 자뻑왕자였습니다. 그래서 단공주의 시원시원한 기질이 더욱 돋보였지요. 그녀의 생모 지화자(이숙)는 팥쥐엄마보다 더 못된 계모였지만, 단공주는 그런 엄마를 전혀 닮지 않아서 더 예뻤습니다.

의붓언니 단사란이 부용각으로 들어가 기생이 되겠다고 했을 때 안된다고 울며불며 매달리다가, 자기 힘으로 말릴 수 없을 것 같으니까 급기야 언니의 손등을 물어뜯으면서까지 결사적으로 만류하던 단공주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하지만 단사란은 결국 그 손을 뿌리치고 집을 나갔고, 쫓아가서 말리겠다며 펄펄 뛰는 단공주에게 지화자는 친엄마가 맞나 싶을 정도로 심하게 매질을 했습니다. 제 기억에는 머리채를 잡고 흔들며 마구잡이로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모질게 때렸던 것 같은데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무서웠습니다. 지화자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은 자기 자신의 욕심일 뿐, 하나뿐인 친자식 단공주의 행복도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그토록 못되고 드센 엄마 슬하에서 자라난 단공주가 평범한 성격을 지니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비뚤어지지 않은 것만 해도 천만 다행이지요. 단공주는 자기를 부잣집에 팔아넘기듯 시집보내서 사돈 덕이나 좀 보려는 엄마의 계략을 모두 알고 있지만, 자기의 미약한 힘으로는 그 올가미를 벗어날 방법이 없어서 거의 자포자기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맞선을 보라고 재촉하는 엄마 때문에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던 중, 뜻밖에도 남매처럼 친하게 지내던 손자(전지후)가 단공주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청혼합니다.

남자에게 관심도 없고 더구나 결혼에는 뜻이 없었던 단공주는, 엄마의 강요에 의해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와 억지로 결혼하는 것보다야 어려서부터 허물없이 지내온 손자의 청혼을 받아들이는 편이 낫겠다고 결심하지요. 하지만 단공주는 한 가지 치명적인 조건을 걸게 되는데, 결혼을 하더라도 부부관계는 커녕 기본적 스킨쉽조차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대외적으로만 부부일 뿐, 실제로는 지금까지 지내온 것과 똑같이 남매나 친구처럼 담백한 관계를 유지하자는 뜻이었지요. 무척 황당한 조건이었지만 혹시라도 공주를 놓치게 될까봐 애달아 하던 손자는 기끼어 그 조건을 받아들이겠다 철석같이 약속하고는 결혼을 감행합니다. 공주가 엄마의 올가미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기를 얼마든지 이용해도 좋다고 허락한 것입니다.

아무리 순정남이라도 그럴 수가 있을까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결혼 후의 손자는 슬금슬금 태도 변화를 보이며 약속을 흐지부지하게 만들려는 시도를 계속합니다. 하긴 갓 스무살의 남자로서는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봐야겠지요. 일단 결혼을 하고 나면 어떻게든 자연스레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나요. 하지만 철벽녀 단공주는 도무지 새신랑의 욕구를 해소시켜 줄 생각이 없고, 혼자 애태우던 손자는 급기야 자기 어머니와 누나에게 모든 사실을 솔직히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합니다. 결혼이랍시고 하더니 가족들이 자기편을 들어줄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 참 많이 대담해진 녀석입니다.

동생의 하소연을 들은 누나 금라라는 이른바 질투 작전을 제안하는데, 손자가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보이면 공주가 질투를 느껴서 적극적으로 다가올 거라는 예상이었지요. 하지만 남매의 계획은 완전히 빗나갔으니, 무심한 듯하던 단공주는 어느 날 갑자기 손자를 미행하여 불륜(?) 현장을 덮치고는 단박에 이혼을 요구해버린 것이었습니다. 단공주는 손자의 애인으로 위장한 작전녀에게 "내 남편 좋아하니? 그럼 너한테 보내줄 테니까 네가 데리고 살아!" 하면서 다짜고짜 주소를 묻더니, 곧장 집으로 돌아와서는 이삿짐센터 직원을 불러 남편의 짐을 싸기 시작했습니다. 정말로 '보내줄' 기세였습니다.

그런데 이 설정은 참 황당하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부부가 단둘이 사는 집이라면 그럴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단공주는 엄연히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며느리였습니다. 시부모가 뻔히 눈을 뜨고 지켜보는데 사전에 아무 말도 없이, 무작정 남편을 집에서 내쫓겠다며 이삿짐센터 직원까지 불러들일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만약 바람난 남편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사전에 시부모와 의논해서 벌인 충격요법이었다면 또 문제가 다르지만, 단공주는 독단적으로 그런 행동을 했습니다. 이건 무개념 중에서도 최하급의 무개념에 해당합니다. 멀쩡하던 단공주는 이로써 최악의 막장며느리가 되었습니다.

단공주가 부부관계를 계속 거부하는 것도 자연스러워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약속은 약속이기 때문에 저는 그녀의 마음이 스스로 열릴 때까지 손자가 좀 더 오랫동안 참고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초한 일이잖아요? ㅎㅎ 어설픈 질투 작전을 쓰다가 된통 걸려서 혼쭐이 나겠구나 싶기는 했는데... 결국 손자는 자초지종을 실토하며 무릎 꿇고 싹싹 빌었고, 단공주는 피식 웃으면서 마음을 푸는 장면으로 해프닝이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러나 시부모를 지나치게 무시한 단공주의 행동은 제 마음속에서 용서되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예뻐하던 캐릭터라서 실망이 더욱 컸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신기생뎐'은 이제 마지막회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드라마의 중심 줄기였던 단사란의 출생의 비밀이 남김없이 드러나면서, 51회는 온통 그 에피소드로만 90% 이상이 채워졌지요. 단사란과 한순덕(김혜선)의 친자관계를 확인한 오화란(김보연)이 금어산(한진희)과 한순덕 부부에게 눈물로 사실을 밝히는 것까지는 그렇다 싶었는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그 말을 전하면서 한 얘기 또 하고 한 얘기 또 하고, 여기서 울고 저기서 울고, 그러면서 60분을 꽉 채우는 것은 참 지겹기도 하더군요.

그래도 저는 혈육을 만나 행복해하는 모습들을 보며 함께 기뻐해주기로 했습니다. 전설의 고향처럼 난무하던 귀신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쑥 들어간 것도 어이없고, 마초의 화신처럼 언제나 기세등등하던 아수라(임혁) 회장이 빙의 몇 번에 완전히 기가 팍 죽어서는 다정다감한 남편이 되어버린 것도 황당했지만, 어차피 이제 다 끝나가는 판이니 모두 다 행복해지면 좋은 거라고 생각해 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왜 생뚱맞게 지금까지 예쁘기만 하던 단공주가 막판에 밉상 캐릭터로 변해야 하는 건지, 정말 마음에 안 드는군요. 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려 맘먹었는데도 끝까지 쓴소리를 하게 만드니, 임성한 작가의 능력이 역시 범상치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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