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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 아마추어 MC들의 그 위태로운 향연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승승장구' 아마추어 MC들의 그 위태로운 향연

빛무리~ 2010. 8. 11.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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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의 새 MC로 결정된 4명의 이름을 들었을 때, 첫 느낌은 어리둥절함이었습니다. 김승우 본인도 어디까지나 배우일 뿐 전문 MC가 아닌데, 최화정과 김신영이 하차하고 나서 새로 투입되는 인물 중에 그가 믿고 의지할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재용은 케이블에서 MC를 본 적이 있었지만 공중파에서는 본 적이 없고, 그나마 한동안 활동을 쉬고 있었다 하니 감각이 예전같지는 않을 터였습니다. 김성수는 약간 말솜씨 좋은 배우... 뭐 그 정도의 이미지로 김승우와 너무 비슷한 캐릭터 같아서 난감하더군요.
태연과 우영이 맡았던 승승돌은 이기광이 바통을 이어받으면 되겠지만, 아무래도 혼자이다 보니 태연의 역할까지 감당하기는 무리일 듯 싶었구요. 김신영을 대신하여 분위기를 띄울 사람도 일단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다운그레이드의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4명의 남자로만 구성된 조합 자체도 불안했습니다. 최근 '1박2일'이나 '남자의 자격' 등 남성들로만 이루어진 예능이 강세이긴 하지만, 토크쇼는 버라이어티와 다르니까요. 함께 힘을 모아 미션을 수행해 나가는 면에서는 남성들만의 조합이 훨씬 더 손쉽게 화합할 수 있겠으나, 자리에 앉아 줄창 수다를 떠는 토크쇼에서도 과연 그럴지는 의문이었습니다. 초반의 어색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려면 아무래도 여성의 역할이 필요할 듯 싶었거든요. 김승우가 유재석 정도의 스킬을 가진 MC라면야 어떤 조합이든 상관없이 편안하게 이끌 수 있겠지만, 이제껏 '승승장구'를 보면서 느낀 김승우의 MC로서의 능력은 평범한 사람의 수준을 약간 윗도는 정도였기 때문에 보조 MC들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할 것이었습니다.

8월 10일, 드디어 아마추어 MC들의 그 아찔한 모임 '새로운 승승장구'가 시작되었습니다. 첫 느낌은 역시 예상했던 그대로더군요. 출중한 예능감을 자랑하는 베테랑 MC나 개그맨이 1명도 없다 보니, 4명이 모두 뻣뻣하게 선 채로 어쩔 줄을 몰라하는 형국이라 민망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이번 주에는 새로 투입된 3명의 MC가 게스트 역할을 했고, 각각 그들의 절친이 '축하사절단' 으로 등장했지요. 그런데 사실상 축하보다는 격려를 해주러 온 분위기라, 절친인 초보 MC들이 얼마나 걱정되었으면 저렇게들 몰려왔을까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어쨌든 사상 최대의 인원이 모여 왁자지껄하게 떠들어 대니, 분위기가 산만하기는 했어도 최소한 민망함은 수그러들었습니다.


그래서 방송이 끝날 무렵에는, 초반의 막막함에 비해 훨씬 부드러워진 공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새로 온 MC들 중에 최고의 활약을 보인 사람은 단연 비스트의 이기광이었지요. 2PM의 장우영이 맡았던, 깐죽거리는 막내 동생 캐릭터를 첫회부터 완벽히 이어받았더군요. 우영은 그 능력(?)을 오직 김승우에게만 발휘할 수 있었는데, 기광은 3명의 형들에게 골고루 분배할 수 있으니 상황은 훨씬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의 절친으로 출연한 비스트의 멤버 두준의 말로는 기광이 무척이나 여린 심성을 가지고 있다는데, 일단 화면에 비치는 모습은 더없이 배포가 좋고 대담했습니다.

김성수의 절친으로 '천하무적 야구단' 멤버들이 나왔을 때 기광은 줄곧 김성수에게 깐죽거리면서 대화에 끼어들었고, 정재용의 절친인 서효림이 등장했을 때는 더욱 적극적으로 정재용에게 깐죽거리며 효림에게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이로써 기광은 자기의 절친이 등장하기 전부터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으며, 지루해질 틈이 없도록 프로그램의 활력소가 되어 주었습니다. 경직된 기색이 역력한 형들에 비해 그는 매우 자유롭고 유연해 보이더군요. 타고난 재능도 있겠지만 막내이기 때문에 부담감이 좀 덜했을 수도 있겠고, 원래 나이가 어릴수록 자신감이 넘치고 겁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겠지요.


정재용은 4명 중에서도 가장 많이 긴장하고 경직된 모습을 보였지만,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보여서 그리 나쁜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김창렬의 말처럼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에너지가 벌써 고갈된" 것 같기는 했으나, 그 와중에도 보는 사람의 마음을 저절로 편안하게 해 주는 특유의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이 엿보였습니다. 횟수는 적었지만 이따금씩 던지는 애드립에서도 상당히 괜찮은 예능감이 발견되었지요. 착하고 재미있는 옆집 오빠 같다고나 할까... 그만의 특별한 색깔을 지닌 MC라서, 심혈을 기울여 발전시킨다면 완소 캐릭터로 거듭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염려스러운 사람은 김성수였습니다. 단발성 게스트로는 거의 최고 수준이라 하겠으나, MC로서는 아무래도 부적합해 보인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김성수에게서 '자기가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기운'이 끊임없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천무단의 동료들이 하나같이 증언하듯 그는 평소의 생활 방식 자체가 그런 것 같더군요. 한여름에도 목도리를 두르고 다닐 만큼 언제나 주목받기를 원하고, 형들까지도 맥없이 굴복시키는 카리스마에,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타인에게 거침없이 충고를 해대는... 그런 강한 기운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은 아무리 억누르려고 해도 잘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자기가 주목받으려는 성향은 MC로서는 최악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MC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주인으로서 초대손님을 융숭하게 대접하며 빛나게 해주는 것이니까요. 말을 할 때에도 자기의 이야기를 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천무단 멤버들의 증언 중에, 김성수가 무척이나 말이 많다고 하는 부분이 있었기에 또한 염려스럽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MC가 너무 수다를 떨면 게스트의 말문을 막아 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김성수가 MC로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자제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기의 강한 성향을 억누르고, 주인공이 아니라 기꺼이 남을 위한 배경이 되어 줄 수 있는 마음 자세를 갖춘다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거나 다름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오늘의 포스팅 제목에 '향연'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요. 향연이란, 특별히 융숭하게 손님을 대접하는 잔치입니다. 비록 이들 4명의 조합이 아직은 상당히 위태로워 보이고 안정감이 없습니다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진심으로 손님을 대접한다면 차츰 부조화 속의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잔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격려하는 마음으로 붙여 본 제목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손님'이란 반드시 게스트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그들의 가장 큰 손님은 바로 우리들, 절대 다수의 시청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남자의 자격' 지리산 종주 편에서, 발이 푹푹 빠지도록 깊이 쌓인 눈을 힘겹게 헤치며 지리산을 오르던 이경규가, 중간에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던 몇 마디를 저는 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고생은 하고 있는데... 시청자 분들이 보시기에 재미가 있을까? 재미 없으면 안되는데... 재미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올라가기만 하는 게 재미가 있을까?" 그 중얼거림에는 이경규의 진솔한 마음이 그대로 묻어났습니다. 그 누구도 성공할 거라 예측하지 못했던 '남자의 자격'을 기적적으로 일으키며 화려하게 부활한 예능의 대부, 그 이름에 걸맞는 자세였습니다. '승승장구'의 MC들은 비록 그와 비교할 수 없는 아마추어들이지만, 부디 마음가짐만은 이경규를 본받아 시청자를 섬기는 마음으로 열심히 해 주기를 바랍니다.

아, 그리고 또 한 사람... '1박2일'에서 3년간 '버라이어티 정신'을 혹독하게 갈고 닦은 후 '승승장구'로 배정되어 온 유호진 PD의 모습이 잠시 보였습니다. 나영석 PD와 강호동 사이의 '협상'을 수없이 보면서 잘 배운 모양이에요. '우리 빨리 물어'의 질문 갯수를 50개에서 40개로 줄여 달라고 김승우가 요청하자,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협상으로 이끌어 가더군요. "공짜로는 그렇게 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이기광의 '복근'과 절묘한 대비를 이루는 정재용의 '복부'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재미있었어요. 언제나 '1박2일'에서 보던 컨셉인데 느닷없이 '승승장구'에서 보니까 신선하기도 했지요. 앞으로도 적절한 타이밍에 오늘과 같이 자연스러운 '협상' 등의 아이템을 추가하여 새로운 재미를 선사해 주기를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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