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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OB와 YB의 재편성, 그 영리한 반전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1박2일' OB와 YB의 재편성, 그 영리한 반전

빛무리~ 2010. 8. 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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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최근 '1박2일'을 시청하면서 강호동의 협상 남발 다음으로 큰 문제점이라고 제가 인식했던 부분은 바로 OB와 YB의 현저한 불균형이었습니다. 김C가 하차하고 은지원이 OB팀으로 이동하면서, 현실적으로 대결이 불가능하다 할 정도로 YB팀의 약세가 두드러졌던 것입니다.

은지원의 이적으로 YB에는 우선 대장의 존재가 사라졌으며, 병풍 김종민의 무활약으로 인해 MC몽과 이승기 둘이서 쟁쟁한 형들을 상대해야 했으니, 이것은 예전에 밥차 아주머니의 말씀대로 "엄마도 없이 쬐끄만 아이들끼리 남아서 밥을 짓는 것처럼 애처로운"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OB팀에는 조용하던 김C를 대신하여 꾀돌이 은지원이 영입되면서 3명이 모두 최고의 예능감을 소유한 베테랑인데다가 모두 공격적인 캐릭터로 구성되었으니, 너무 강세가 두드러져서 오히려 아무런 긴장감이 없게 되었습니다.

강호동의 협상 남발이야 그 자신이 태도를 조금만 수정하면 될 것이지만, 팀을 나누는 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었지요. 그런데 약 한달간의 공백 이후 전격적으로 컴백한 나영석 PD는 이 문제를 아주 쉽게(?) 해결해 버렸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든 느낌이 없지 않은데, 만약 전혀 의도가 없었고 흘러가는 상황에 임기응변으로 대처한 것뿐이라면, 나영석 PD는 그야말로 '예능의 신'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출발 당시 '복불복 대축제'에서 이미 저녁식사는 굶기로 결정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 대신 실내취침은 보장되어 있었지요. 해당 지역 서산에 호우주의보까지 내려졌던 상황이니, 실내취침은 누구도 양보하고 싶지 않은 카드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만 흘려보낼 수 없었던 그들은, 실내취침과 저녁식사를 일부 맞바꾸는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그 협상의 과정에서 강호동과 나영석 PD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습니다. 그렇죠. 이것이 바로 협상의 정석이었습니다.

그런데 양상이 점점 복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상황 설명을 자세하게 하는 것은 원래 제 스타일이 아니지만, 이 부분은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좀 지루하더라도 상세 설명에 들어가겠습니다.

처음에 이승기와 MC몽은 절대 실내취침을 포기할 수 없다고 하면서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래서 강호동, 이수근, 김종민 세 사람이 남아서 복불복을 시작했지요. 쌈밥 정식 1인분을 세 사람이 나눠 먹고, 그 대신 세 명 중 한 명이 야외취침을 하기로 한 것입니다.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사람이 한 쌈씩 먹기로 룰을 정하고 셋이 게임을 시작하는데, 안 먹겠다던 이승기와 몽이 갑자기 나와서 마구잡이로 밥을 먹어 버립니다.


룰을 정해서 아껴 먹으려던 것인데 갑자기 튀어나온 녀석들에게 빼앗기자 강호동은 흥분합니다. 그리고 팀을 나누어서 따로 복불복을 하자고 제안합니다. 승기와 몽이가 한편이 되어 쌈밥 1인분을 먹었으니 그 둘 중 한 명이 야외취침을 하도록 하고, 자기네 셋은 애초의 계획대로 가위바위보 게임을 해서 밥을 먹고 1명의 야외취침자를 정할테니, 자기들에게 쌈밥 1인분을 따로 내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승기는 "복불복이 나뉘면 재미가 없잖아요" 하면서 반대했으나 나영석 PD가 "갈라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라고 하면서 강호동의 제안이 받아들여졌습니다. 이로써 '낙오되어 혼자 찾아오고 있던' 은지원을 제외한 5명은 갑자기 팀이 나뉘어졌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강호동이 승기네의 상추 한 장을 집어다가 자기네 팀의 접시에 놓았고, 이수근이 그것으로 쌈을 싸 먹으면서 다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이렇게 되면 음식이 공유된 것 아닌가요?" 하고 승기는 항의했고, 나영석 PD는 옳타꾸나, 이렇게 되기를 바랬다 하는 것처럼 즉시 그 항의를 받아들였습니다. "맞습니다. 이수근씨는 양쪽에서 모두 음식을 드셨기 때문에, 양쪽에서 복불복에 참여하셔야 합니다."

복불복에 두 번 참여하게 됨으로써 야외취침의 확률이 2배가 되어버린 이수근은, 자기 마음대로 쌈밥 정식 2인분을 추가 주문하면서, 자폭을 시작했습니다. 저녁식사가 총 4인분이 제공되면서 야외취침 멤버도 4명으로 늘어나게 된 상황이었지요. 바로 그 때! 천신만고 끝에 베이스캠프를 찾아 온 '낙오전문가' 은지원이 들어섰습니다.


일단 밥을 먹게 만들어야 복불복에 참여시킬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수근은 은지원이 들어서자마자 막무가내로 그의 입에 쌈밥 하나를 틀어 넣어 버립니다. 꾀돌이 은지원은 뭔가 속셈이 있을 것을 짐작하고 좀처럼 받아 먹으려 하지 않았으나, 역시 예능의 베테랑이다 보니 자기가 먹어 줘야 할 타이밍임을 깨닫고 순순히 먹더군요.

그 순간 이수근이 좀 너무한다 싶기도 했습니다. 하루종일 혼자 빗속에 고생고생 하면서 겨우 찾아온 사람을, 야외취침까지 하게 만들려고 속여서 복불복에 참여시켰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생각하니, 어쩌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 추측이지만, 이 모든 상황이 고도의 계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자기 입에 넣어진 쌈밥이 야외취침을 걸고 벌이는 복불복의 미끼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은지원은 말합니다. "동생을 아끼는 수근이형의 마음이 괘씸하더라구... 저는 동생들 편에 서겠어요." 이거야말로 결정타였습니다.


그러자 MC몽은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냥 3:3 으로 복불복하죠?" 라고 제안했습니다. 현재 쌈밥 정식이 4인분 제공되어서 야외취침 멤버도 4명으로 늘어난 상태인데, 3:3으로 경기하여 정한다면 오히려 1명은 더 구제할 수 있으니까 나름대로 현명한 제안이었습니다. 강호동이 즉시 찬성하며 "됐나?" 하고 외쳤고 은지원, 이승기, MC몽은 서로 어깨동무를 한 채로 "됐다~!" 라고 화답했습니다. 이쪽 저쪽에 걸쳐져 있던 이수근은 자연스레 강호동, 김종민과 한 팀으로 확정되었습니다.

나영석 PD로서는 얼마든지 태클을 걸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미 확보되어 있던 야외취침 멤버 1명이 아무 댓가도 없이 실내취침으로 복귀된 셈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나영석 PD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천둥번개치는 소리' 였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OB팀과 YB팀이 새로 짜여진 건가요?"

아니, 이건!!! 이렇게 되면 OB와 YB의 멤버 중에 은지원과 김종민의 맞트레이드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얼렁뚱땅, 이 세기의 빅딜은 너무 쉽게 이루어졌습니다. 제가 이번 주 '1박2일' 방송의 하이라이트를 꼽는다면 바로 이 장면이었습니다.


나영석 PD의 말에 멤버들은 물론 아무런 이의가 없었습니다. 이로써 YB팀에는 옛날의 섭섭당이 다시 뭉치게 되었고, OB팀에는 김C가 있던 자리에 김종민이 대체 투입되었습니다. 김종민이 김C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얼추 대결이 가능한 전력으로 팀이 재편성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원래 이치를 따진다면, 이러한 편성은 절대 불가능했습니다. 엄연히 나이 많은 형인데다가 기혼자인 은지원을 YB로 보내고, 동생인데다가 총각인 김종민을 OB로 보낸다는 것이 어떤 논리로 가능하겠습니까? 그런데 나영석 PD는 순간적 상황에 대처하는 식의 방법으로, 이 고민거리를 한 방에 해결해 버렸습니다.

저는 아직도 궁금합니다. 이 모든 상황이 우연에 따른 나영석 PD의 눈부신 임기응변이었는지, 아니면 고도의 전략으로 계획한 상황이었는지 말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던 이번 주의 방송을 보면서도 제가 이런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제가 한동안 궁금해하고 염려해 왔던 부분이 그냥 뚝딱 해결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절묘했어요.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어쨌든 방송은 재미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은지원이 OB에서 YB로 옮겨감으로써 이제 힘의 균형이 맞추어졌으니, 앞으로 우리는 그들의 숨막히는 접전을 다시 즐기면 되는 것이지요. 하여튼 '1박2일'을 만드는 사람들은 참으로 영리합니다. 시치미를 뚝 떼고, 이렇게 놀라운 반전을 이루어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 관련글 : 강호동 VS 은지원, 그 공들인 구도 완성 (2010.2.1일자) 
               공들인 구도의 무너짐, 앞으로의 향방은? (2010.6.21일자) 
                       → 저만이 아니라 많은 분들의 의견이었을 수도 있습니다만, 저도 상당히 오래 전부터
                           OB팀과 YB팀의 균형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관련글 링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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