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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작년 여름 '강심장'에 출연했던 서지석은 자신의 드라마틱한 인생사를 털어놓았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육상 선수로서 국가대표급의 100m 기록을 보유했었는데, 불의의 교통사고로 평생 키워 온 체육인의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던 슬픈 이야기였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불법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정류장에서 내리지 못하고 중간 차선에서 하차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순간 차에 치어서 20~30m를 날아갔었다고 합니다. 병원에서도 3일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했으며, 진단 결과는 하반신 마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천만다행히 재활치료에 성공한다 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거라고 하니, 미래가 촉망되던 육상선수로서는 절망적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서지석은 독하게도..
언제부턴가 저는 '무한도전'을 꾸준히 시청하지는 않고 있었습니다. 2004년이었던가, 초창기부터 매우 즐기던 프로그램인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니, 매번 새로움에 도전하는 '무한도전'의 포맷이 때로는 저를 많이 힘들게 한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최근 엄청난 화제가 되었던 레슬링 도전의 경우, 저는 연습하는 과정은 안 보았지만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고 하기에 최종 시합은 일부러 신경써서 본방을 챙겨 보았었지요. 그런데 저는 보고 있기가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경기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구토 증세를 보이던 정형돈이나, 허리 부상으로 움직이기도 힘들었던 정준하가 그 몸으로 투혼을 불태우는 모습은 감동적이기도 했지만 어찌나 슬프던지요. 바닥에 쿵쿵 떨어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움찔움찔 놀라면서, 중간에..
제대 이튿날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토니안을 보았습니다. 날아갈 듯 가벼운 마음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그는 벌써부터 군대가 그립다는 고민을 들고 나왔더군요. 처음에는 너무 가식적인 멘트라고만 느껴졌습니다. 아무려면 그럴 리가 있을까 싶었거든요. 지난 8월 토니보다 먼저 제대하여 '강심장'에 출연했던 개그맨 양세형은, 현존하는 육군 사병 중 토니안이 가장 나이가 많아서, 최고령 사병으로 표창까지 받았다고 말한 적이 있었지요. '무슨 나이 많다고 주는 표창이 다 있나?' 생각하던 중 '고령에 수고한다고...' 라는 자막이 뜨는 것을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20대 초반의 청년들도 견디기 힘든 군생활을 서른 넘어서 시작했으니 그 고생이 오죽했을까 싶었습니다. 고령에 수고한다는 자막은 우습기도 했지만..
1주년 특집 방송의 '강심장'은 격투기 선수 최홍만에게 돌아갔습니다. 그는 약 2개월 전에 그를 떠나간 여자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을 진솔하게 털어놓으며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지요. '나를 울린 K양' 이라는 토크의 제목을 보고 강호동이 어떤 장르의 이야기냐고 묻자, 그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고 거침없이 대답하더군요. '다람쥐'라는 애칭으로 부르던 그 여자친구는 최홍만이 건강의 악화와 각종 루머들로 힘겨워할 때, 항상 곁을 지키며 위로해 준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운동을 쉬면서 모든 일에 의욕조차 잃고 있는 모습도 오랫동안 인내해 주었고, 주변에서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그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하거나 놀려대는 소리가 들려오면, 자기가 나서서 상대방을 나무라며 최홍만을 보호해 주었다고 합니다..
10월 3일의 '런닝맨'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예능의 하늘 높이 떠 있는 유재석이라는 태양이 아직은 서쪽으로 기울어질 기미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방송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뜻밖에도 몇 시간 후 "달리기만 하는 런닝맨, 재미와 감동 상실, 돌파구는 무엇?" 이라는 기사가 포털 사이트에 떴더군요. 그 내용은 유재석이 '런닝맨'에서 달리는 것 외에는 자기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폄하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는 있는 법이지만, 솔직히 어떻게 유재석의 투혼을 보고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저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런닝맨'이 초반의 부진을 극복하고 재미있어지기 시작한 것은 '방울 숨바꼭질' 게임이 활성화되면서 부터였습니다. 우선 곳곳에 숨겨져 있는 미션 물품..
타블로의 학력 논란에 대해 저는 꽤 오랫동안 전적으로 타블로를 믿고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는 대놓고 거짓말을 할 사람 같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허황된 말들을 믿기보다는, 내 눈에 성실한 사람으로 보였던 타블로를 더 믿었기에 신경쓰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이게 아닌가?" 하는 순간이 오더군요. 타블로가 몇 명의 네티즌을 정식으로 고소하고 난 후의 일이었습니다. 오죽하면 고소까지 했을까 하고 무심히 지나치는데, 갑자기 어떤 '힘있는 네티즌'이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카페)의 편을 들고 나섰다는 소식이 눈에 띄었던 것입니다. 그 입장을 요약하자면, 석연찮은 일에 대한 네티즌의 의혹 제기는 사회 정의를 위해 당연한 것인데, 힘없는 일반인에 불과한 네티즌을 상대..
가끔씩 어떤 연기자들을 보면, 정말 타고났구나 싶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치열하게 노력해서 몰입하지 않더라도, 대본을 받으면 그냥 스펀지가 물을 빨아 들이듯 온통 그 역할에 젖어서 자기를 잊어버리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물론 그런 사람이라고 해서 절대 아무런 노력 없이 훌륭한 배우가 될 수는 없겠지만, 재능을 타고나지 못한 사람에 비하면 그 어려운 길을 한층 수월하게 걷고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배두나를 보면서도 그런 느낌이 들었지요. 어머니인 연극배우 김화영의 피를 물려받은 데다가, 어머니의 독특한 교육관으로 어려서부터 각종 문화체험을 하면서 자라 온 것이 큰 이유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배두나는 시종일관 담담한 어조로, 그러나 매우 솔직하게 토크에 임했는데, 꽤 무..
때로는 걱정스러웠고 때로는 비판도 가했었지만 그래도 '강심장'은 지난 1년간 제가 꽤나 열심히 시청해 온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더구나 지난 주의 추석 특집이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에, 이번 주의 1주년 특집도 기대가 되었고, 새로 시작한 드라마 '닥터 챔프'의 느낌이 아주 좋았는데 그 주연 배우들이 게스트로 출연한다기에 더욱 설레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과한 기대는 금물이었는지, 이번 주 방송은 매우 실망스럽더군요. 물론 조형기, 최화정 등 토크의 고수들은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해 주었고 김소연, 정겨운, 최홍만 등도 주어진 시간을 적절히 활용하여 준비해 온 이야기들을 간략하게 풀어 놓았는데 모두 재미있었습니다. 꼭 한 사람만 아니었다면 지난 주 만큼 대박은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괜찮은 방송이었을 거예요. 그런데..
'놀러와 - 세시봉 친구들'은 음악과 토크가 아름답게 어우러져 감동과 재미를 자아냈던 최고의 방송이었습니다. 나이로는 큰형이지만 철들지 않는 이미지로 인해 동생들의 구박을 받던 조영남은 아슬아슬한 민폐형이면서도 자유로움에 대한 향수를 묘하게 자극하는 면이 있더군요. 송창식도 그에 못지 않게 자유로운 분위기였지만, 조영남이 보다 세속적이라면 송창식은 훨씬 기인적이고 속세를 떠난 신선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언제나 밤 9:30에 점심식사를 하고 새벽 2:00에 저녁식사를 하는 송창식과 40여년을 친구로 지내 온 윤형주에게 어떤 지인은 참으로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합니다. 그리고 63세의 막내 김세환은 시종일관 부드러운 미소로 자리를 편안하게 해 주었지요. 그런데 '세시봉 친구들' 모임을 단순한 음악회처..
추석 특집으로 제작된 '아이돌스타 육상 선수권대회'에서 날쌘돌이 조권은 당당히 2관왕을 차지했습니다. 육상의 꽃이라 불리우는 100m 달리기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보이며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400m 계주에서도 마지막 주자로 출전하여 자기 팀에게 금메달을 선사했지요. 그는 완벽한 승리자였고 영웅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유난히 가냘픈 체격 때문에 좀 약해 보였던지라, 저는 그가 2PM의 택연이나 에이트의 이현보다 뒤처질 거라고 예상했기에 상당히 의외였습니다. 출발 신호가 터지고 신들린 듯 질주하여 삽시간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조권의 모습을 보니, 저는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더군요. 쏜살같이 달리는 그는 굉장히 강인해 보였고, 가냘픈 체격 때문인지 사람이 아니라 날아다니는 정령(精靈)처럼 신비스러웠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