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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지난 번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에서 '소녀시대'의 축하 공연이 있었는데, 영화배우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고 점잖게 바라보기만 했다는 이유로 꽤나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SG워너비의 이석훈은 트위터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며 "박수치는 거 어렵나? 웃는 거 어려워?" 이런 식으로 비꼬기도 했지요. 인기가 좋은 소녀시대인 만큼 수많은 팬들의 불만도 상당했습니다. 앞에서 공연하는 사람들이 민망하지 않도록 웃음과 박수로 호응하는 것 정도는 기본적 예의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습니다. 영화배우들이 거만해서, 어쩌면 가수들보다 자기네들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해서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견해도 여기저기서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시상식의 분위기 자체가 워낙 숙연해서 영화배우들이 ..
이번 주 '강심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아무래도 허각과 존박이겠지만, 저는 윤종신이 스스로 자신을 열고 보여 준 새로운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015B의 객원 보컬로 데뷔했던 그는, 상당히 오랫동안 동료 멤버들의 학력과 지적인 이미지에 휩쓸려 자기도 그렇게 인식되어 왔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털어놓았지요. 학창시절에는 반에서 20등 정도 하는 보통 학생이었고 명문대 출신도 아니며, 폭넓은 지식을 가진 것도 아니고, 평소의 사고방식도 특별히 고상하거나 지적인 편이 아니라는 말로 자기의 거품(?)을 걷어내는 그의 어조는 매우 담담했습니다. 저는 그의 데뷔곡 '텅빈 거리에서'를 들으며 이것이 과연 사람의 목소리일까 생각했었지요. 그야말로 천상의 목소리, 신이 내린 미성(美聲)이라고 할만했습니다..
아시안게임 중계로 인해 '놀러와'가 결방된 월요일 밤, 그 무주공산에 새로운 예능 '밤이면 밤마다'가 쳐들어왔습니다. 첫방송의 느낌은 나쁘지 않더군요. 매주 2명의 게스트를 초청하여 공격적인 '청문회' 형식으로 일종의 스타 탐구를 하는 포맷인데, 우선 고정패널이라 할 수 있는 청문위원들의 구성이 심상치 않습니다. 탁재훈 팀과 박명수 팀으로 나뉘어진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정말 오랜만에 공중파 예능의 고정을 맡게 된 김제동의 모습이 반가웠고, 빅뱅의 대성과 씨엔블루의 정용화를 토크 중심의 예능에서 보는 것은 아마도 처음인 듯하여 신선했습니다. 첫방송은 상당히 재미있고 만족스러운 편이었으나, 이런 포맷에는 한 가지의 맹점이 있습니다. 그 날의 게스트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 방송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질 수 ..
'남자의 자격' 멤버들이 갑작스레 유기견 입양 홍보대사가 되었습니다. '남자, 새 생명을 만나다' 편에서 진행된 유기견 돌보기 프로젝트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동물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알레르기성 저질 호흡기로 인해 키울 수 없는 것이 날마다 서글픈 저로서는, 가장 애청하는 예능 '남자의 자격'에 귀여운 강아지들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대만족이었지요. 하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것은 이 아저씨들이 얼마나 따뜻한 마음을 지녔는지를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느낄 수 있는, 아주 자연스런 기회가 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경규와 김성민, 이정진은 이미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고 있더군요. 특히 이경규는 개 4마리에 고양이 2마리를 키우고 있을 만큼 애견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윤석도 예전에 강아지를 키워 본 경험이 있지요...
'슈퍼스타K'의 우승자 허각과 준우승자 존박이 '강심장'에 출연했습니다. 케이블에서 데뷔한 신인들이 공중파에서 외면당한다는 점 때문에 말들이 많았는데, 그런 의미에서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었습니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 그 세계에 입문했든 이젠 같은 길을 걷는 동료들인데, 지나치게 라인을 따지고 배척하는 것은 방송사에게나 스타에게나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되거든요. 허각과 존박은 공중파 첫 출연에 설레면서도 어색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허각은 6년 전에 쌍둥이 형과 더불어 '진실게임'에 출연한 적이 있다고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모든 것이 달라졌지요. 허각의 시원스런 목소리로 다시 듣는 '하늘을 달리다'는 정말 멋졌습니다. 아이유와 함께 부른 '잔소리'도 좋긴 했지만 제 생각에 허각은 솔로가 더 잘 어울리는 ..
날마다 쏟아지는 연예인 관련 기사에 일일이 신경쓰지는 않으나, 요즘은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며칠 전에는 NRG 출신의 가수 노유민이 결혼설에 휩싸였다가 부인함으로써 난리법석을 치르더니, 어제는 이태곤마저 하루 동안에 열애설과 결혼설이 터지고 연이어 그것을 부인하느라 온갖 애를 먹었습니다. 노유민은 6살 연상의 약혼녀와 11월 28일로 결혼 날짜를 잡았다는 뉴스까지 보도되었는데, 잠시 후에 터진 기사에서는 사실 무근이라며 반박했고, 또 어떤 기사에서는 급히 결혼식장 예약을 취소했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나온 기사에서는 "결혼은 내년에 할 생각이며, 11월 28일 결혼설은 잘못된 것이다." 라고 입장 정리가 되어 있군요. (노유민, 연이은 결혼설에 "사실 아니다" 발끈) 드라마..
이번 주의 랜드마크가 '한양여대'로 정해졌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부터 예감은 썩 좋지 않았습니다. 이제까지와 달리 텅 비어있는 건물을 달리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더불어 촬영이 진행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더욱 불안했습니다. 송지효를 제외한 모든 출연자가 남성인 상황에서 하필 여대를 찾아간다는 자체가, 프로그램의 재미를 스스로 만들어내려 하지 않고 외부에 의존해서 거저 먹으려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습니다. 깊은 밤에 방문했다는데도 아직까지 학생들은 바글바글 남아 있었고, 그 이유가 다분히 '런닝맨'을 의식해서임은 곳곳에 드러나는 환영의 흔적들로 명백했습니다. 곳곳에 남아 있는 낙서들은 '런닝맨'의 각종 캐릭터를 패러디한 것이었고, 운 좋게 '밴드 연주곡..
11월 5일에 대망의 첫방송이 시작된다고 하도 요란하게 홍보를 해서 나름 기대가 컸습니다. 공중파가 케이블을 흉내낸다는 식의 곱지 않은 시선도 많았지만, 원래 MBC에는 오래 전부터 비슷한 류의 프로그램이 많았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꼭 그렇게 규정지을 것만도 아니다 싶었지요. 그런데 막상 첫방송(?)을 시청하고 나니 아쉬움이 많이 남을 뿐 아니라, 너무 지나치게 속내를 드러낸 듯하여 불편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일단 전체적인 분위기가 엠넷의 '슈퍼스타K'와 너무 비슷했습니다. 그보다 약간 더 화려한 느낌은 있었지만, 그 외에는 거의 차별성을 느낄 수 없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것은 첫방송이 아니라 일종의 미끼 수준이었습니다. 정작 제대로 된 첫방송은 12월 3일에 시작될 예정이라는 말입니다. 아직은 오디..
저는 '무릎팍도사'의 애청자이지만 그 동안 '라디오스타'는 많이 외면하는 편이었습니다. 한 곳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좋아하는 터라, 그 특유의 산만한 진행에는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더군요. 요즘은 오히려 많이 조용해지고 안정되었지만, 코너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정말 장난도 아니었지요. 게스트를 병풍처럼 앉혀 놓고 4명의 MC끼리 서로 물어뜯느라 방송 시간을 다 흘려보내곤 했으니까요. 그것을 보면서 너무 황당했고, 뭐 이런 방송이 다 있나 싶었고, 오래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들 자신도 호응을 얻기 힘들 거라고 예상했는지 마무리 멘트는 항상 "다음 주에 만나요. 제발~" 이었지요. 그런데 만 3년 가량이 흐른 지금 '라디오스타'는 굳건히 자리를 잡았고, MC들의 위상도 크게 높..
'남자의 자격 - 디지털의 습격' 편은 조용하게 시작되었으나, 후반에 가서는 웃느라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기막힌 재미를 선사해 주었군요. 제가 이 프로그램의 매력을 두 마디의 단어로 표현한다면 '서투름의 미학'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아저씨들이 뭔가를 능숙하게 척척 해내면 하나도 재미가 없습니다. 맞이하는 모든 미션마다 그들에게는 너무도 생소한 것들인데, 그 낯설음과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모습에서 우리는 재미와 감동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디지털의 습격' 편은 절반의 성공이었습니다. 이윤석, 김성민, 이정진, 윤형빈으로 구성된 YB팀이 ('1박2일'의 아류처럼 OB팀과 YB팀으로 나눈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더군요) 워낙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이다 보니 모든 미션 수행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