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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 김국진의 요절복통할 약관 동의!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남자의 자격' 김국진의 요절복통할 약관 동의!

빛무리~ 2010. 11. 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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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 - 디지털의 습격' 편은 조용하게 시작되었으나, 후반에 가서는 웃느라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기막힌 재미를 선사해 주었군요. 제가 이 프로그램의 매력을 두 마디의 단어로 표현한다면 '서투름의 미학'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아저씨들이 뭔가를 능숙하게 척척 해내면 하나도 재미가 없습니다. 맞이하는 모든 미션마다 그들에게는 너무도 생소한 것들인데, 그 낯설음과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모습에서 우리는 재미와 감동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디지털의 습격' 편은 절반의 성공이었습니다. 이윤석, 김성민, 이정진, 윤형빈으로 구성된 YB팀이 ('1박2일'의 아류처럼 OB팀과 YB팀으로 나눈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더군요) 워낙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이다 보니 모든 미션 수행을 너무나 쉽게 해 버렸던 것입니다. 하마터면 홈비디오만도 못한 방송으로 전락할 위기였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경규, 김태원, 김국진으로 이루어진 OB팀은 인위적인 느낌이 전혀 없는, 순도 100%의 자연스런 웃음을 창출하며 최고의 방송을 뽑아냈습니다.

그 중에서도 대박은 김국진이었습니다. 이메일 계정 하나도 갖고 있지 않을 정도로 디지털과는 담쌓고 사는 김국진이,  음원사이트에 가입하여 MP3를 다운받고 그것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하여 벨소리로 지정하기까지의 미션을 수행해 나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을 만큼 험난했습니다. 물론 그 눈물은 너무 웃다가 흘린 눈물이었지요.

일단 회원가입부터가 만만치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모든 사이트에 가입을 하려면 일단 주민번호를 비롯한 회원 정보를 입력해야 하고, 한술 더 떠서는 그 개인정보를 어딘가에 활용해도 좋다는 란에 모두 체크하고 동의를 해야만 가입이 가능하지요. 문제는 동의해야 할 것이 너무 많고 체크해야 할 란도 너무나 많다는 것입니다. 중간에 한 군데만 빼놓아도 최종적으로는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니까요.


디지털 문명의 때(?)가 전혀 묻지 않은 산천어 김국진에게 있어, 정보 활용의 수많은 동의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분명히 맨 아래쪽에서 '동의함'을 눌렀는데도 계속 "동의하지 않으셨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뜨자,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이경규가 제대로 터뜨려 줍니다. "진심으로 동의해야지! 마음은 동의 안하고 손만 하니까 안되잖아!" 바로 여기서부터 저의 요절복통이 시작되었습니다.

'진심으로' 동의했는데도 계속 거부당하자 그제야 위에서부터 다시 살펴보며 혹시 '동의하지 않은 곳'이 있는지를 그들은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정보의 수집 이용, 개인정보의 취급 위탁,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 등에 모두 빠짐없이 체크하고 최종적으로 '동의함'을 누르자, 김국진은 비로소 장장 30여분간의 사투 끝에 '약관 동의'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아이디를 만들고 결제 과정을 거쳐 미션에 성공하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많이 남아 있었지요. 한 번 터진 웃음은 좀처럼 멈추지 않아서, 저는 '남자의 자격'이 끝날 때까지 계속 웃고 있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아주 기묘한 구석이 있습니다. 무엇이든 제일 잘 하는 사람은 제일 재미없고, 가장 못하는 사람이 가장 재미있으니 말입니다. 한 눈에도 영민해 보이는 국민 치와와 김국진이 최강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이며 조그만 노트북 앞에서 쩔쩔 매고 앉아 있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정겹게 느껴졌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제가 그토록 웃었던 이유는 너무도 기본적인 지식을 모르는 아저씨들의 엉뚱함에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정보에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는 사이트들에 대한 기막힌 심정 때문이었던 것도 같습니다. 각종 부정한 이용을 방지하기 위해서 개인정보를 입력하라고 하는 것까지는 이해하겠지만, 대체 무엇 때문에 '취급 위탁'과 '제3자 제공'에까지 동의해야 하는 것인지는 선뜻 이해가 안 되거든요. 저도 이제껏 몇 차례나 음원 사이트에 가입하려다가 그것 때문에 짜증나서 포기한 적이 많았습니다.


개인정보가 얼마나 범죄에 쉽게 이용되는 세상인지를 알고 있는데, 한 군데 가입하기 위해서 여기저기 자기 정보를 퍼뜨려야 한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도 어디선가 나의 정보가 부정하게 이용당하고 있을 수도 있는 일이지요. 게다가 휴대폰 번호를 입력해 두었을 경우에는, 생전 알지도 못하는 곳에서 수시로 걸려오는 스팸전화나 문자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또한 불쾌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렇게 달갑지 않은 일인데, 어쨌든 꼭 그 사이트를 이용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이 동의를 해야겠지요. 웃기는 것은 김국진처럼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동의를 하려고 해도 그조차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 정도의 컴맹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너무 체크할 곳이 많다보니 종종 빼먹고 내려갈 때가 있거든요. 금세 찾아낼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컴퓨터 화면 자체가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은 도대체 어디서 뭐가 잘못되었는지를 찾아내는 것만도 지리산 등반처럼 힘든 일이지요. 소중한 정보 활용에 고맙게 동의해 주겠다는데도, 그것조차 쉽지 않게 만들어 놓았으니 기막힘에 웃을 수밖에 없더군요.

계속 뭔가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심술을 부리며 튕겨나오는 화면을 향해 "진심으로 동의합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약관님께 비나이다~!" 를 연발해 가며 제발 자기의 동의를 받아 달라고 애원하는 김국진의 모습은 일종의 블랙코미디였습니다. 당당해야 할 사람이 오히려 비굴해지고, 군림해야 할 사람이 오히려 지배당하는 모순적 모습이었다고나 할까요?

이번 주 '해피선데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아날로그 세상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습니다. 디지털 세상 속에서 길 잃고 헤매는 아저씨들 때문에 요절복통한 후에는, 김국진보다 더 문명의 손길에 때묻지 않은 청정지역 '만재도'를 '1박2일' 속에서 체험할 수 있었으니까요. 확실히 '1박2일'은 예전보다 재미없어졌고 빵빵 터지는 웃음도 없었지만, 비록 다큐멘터리 같아도 '만재도'편은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음 주에는 '남자의 자격'이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줄 모양이에요. "남자라면 맞서 싸워라?" 대체 누구와? 이경규의 표정을 보니 왠지 심상치 않은데... 그 상대는 너무너무 귀여워서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네요. "남자라면 물러서지 말라!" 는 모토를 앞세우고 전의를 불태우는 태권소년의 모습을 보니, 다음 주 '남자의 자격 - 돌려차기' 편에는 더욱 큰 웃음이 마련되어 있을 것 같군요.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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