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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자투리 방송? 차라리 독립하라!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라디오스타' 자투리 방송? 차라리 독립하라!

빛무리~ 2010. 11. 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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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무릎팍도사'의 애청자이지만 그 동안 '라디오스타'는 많이 외면하는 편이었습니다. 한 곳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좋아하는 터라, 그 특유의 산만한 진행에는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더군요. 요즘은 오히려 많이 조용해지고 안정되었지만, 코너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정말 장난도 아니었지요. 게스트를 병풍처럼 앉혀 놓고 4명의 MC끼리 서로 물어뜯느라 방송 시간을 다 흘려보내곤 했으니까요. 그것을 보면서 너무 황당했고, 뭐 이런 방송이 다 있나 싶었고, 오래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들 자신도 호응을 얻기 힘들 거라고 예상했는지 마무리 멘트는 항상 "다음 주에 만나요. 제발~" 이었지요.

그런데 만 3년 가량이 흐른 지금 '라디오스타'는 굳건히 자리를 잡았고, MC들의 위상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특히 오랜 침묵의 강을 건너 컴백했던 김국진은 방송가의 변화된 분위기에 오랫동안 적응하지 못하고 병풍으로 일관함으로써 지탄을 받기도 했으나, 드디어 트렌드를 완전히 파악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눈부신 제2의 전성기를 누리게 되었지요. 윤종신도 자기의 장점은 거의 발휘할 수 없던 다른 리얼 예능에서와 달리, 본업인 음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라디오스타'에 정착함으로써 희미해졌던 존재감을 많이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비어 있는 신정환의 자리를 두고 쟁쟁한 스타들이 다투어 경쟁하는 진풍경까지 볼 수 있게 되었군요.

'라디오스타' 제작진은 영리하게도 신정환의 후임자를 성급히 결정하지 않고, 일단 객원 MC들을 초빙하여 그들의 활약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하긴 웬만한 내공을 가지고서야 '라디오스타'의 산만하고 독특한 분위기에 적응하기도 힘들텐데, 사전 테스트나 준비 과정도 없이 4MC 중 한 명으로 끼어든다는 것은 실패의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겠지요. 게다가 출중한 예능감을 자랑했던 막내 신정환의 위치는 특히 그 존재감을 메꾸기가 쉽지 않을 터였습니다.

프로그램 자체가 저의 취향에 맞는 분위기는 아니어서, 보통은 '무릎팍도사'를 시청한 후 도입부만 잠시 보다가 그냥 TV를 꺼 버리는 일이 많았으나 (미안^^;;), 어제는 '황금어장'에 채널을 고정한 이유가 오히려 '라스' 때문이었습니다. 김태원, 토니안에 이어 제3대 객원 MC로 초빙된 김희철의 활약이 궁금했고, 정말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추는 이적의 근황도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싸이가 함께 한다면 재미도 보장될 거라고 생각했지요.


'무릎팍 도사'에서 최일구 앵커의 구수한 옛날 이야기(?)를 듣고 나니 드디어 '라디오스타'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독특한 산만함은 여전했지만, 그래도 객원 MC와 게스트들은 제가 원했던 이상의 활약을 보여 주어서 만족스럽더군요. 특히 김희철의 의욕적인 진행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할마에 김태원의 엉뚱함이나 갓 제대한 토니안의 수줍음도 모두 귀엽고 좋았지만, 현재까지 MC로서의 능력을 가장 탁월하게 갖춘 사람은 김희철인 듯 싶더군요.

이적의 경우는 오래 전 '상상플러스'와 '야심만만'을 통해서 그의 존재감을 인식한 후, 정말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습니다. 평소 그의 음악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예능에서 보는 것은 더욱 즐거운 일이더군요. 이적의 분위기는 아주 독특합니다. 진지하고 차분하고 선량해 보이는데, 그 와중에 묘한 예능감이 있어요. 언젠가 '야심만만'에 출연해서 어머니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정말 재미있었지요.

이적의 어머니는 유명한 여성학자라던데, 아무래도 바깥 일에 바쁘시다 보니 집안 일에는 별로 취미가 없으신 모양입니다. 청소에 관한 그분의 지론은 "먼지에게 시간을 줘라. 그러면 자기들끼리 알아서 뭉친다. 어느 정도 덩어리가 커지면 그 때 집어서 버리면 된다." 라고 하더군요. 그 때는 이적이 아직 미혼이었는데, 자기는 어머니를 많이 닮았고 어머니의 지론에 찬성하기 때문에 아내 될 사람도 지나치게 깔끔을 떨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을 하더군요. 라이프 스타일이 맞지 않으면 서로 피곤할 것 같다면서 말입니다. 조용한 가운데 고집스러움... 남들이 어떤 시선을 보내든 신경쓰지 않는 당당함... 틀에 박힌 일상을 거부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을 본다는 것은 저에게 무척이나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저는 오랜만에 '라디오스타'를 통해서 만나는 이적이 반가웠고, 그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시작했나 싶더니 금방 끝나 버리더군요. 아직 본격적인 이야기는 출발도 안했어요. 그냥 서로서로 인사하고 오프닝만 하고서는 다음 주로 넘겨 버리는 식이었습니다. '무릎팍도사'에 밀려서 최소한의 방송 분량도 확보하지 못하는 '라디오스타'의 설움은 지금껏 수차례 지적되어 왔던 부분이건만, 막상 제가 직접 체험하니 정말 어이없고 허무하더군요. 

그러나 '라디오스타'는 3년의 세월을 거치며 나름 견고한 자리를 잡았고, 적잖은 고정팬도 지닌 프로그램입니다. 여전히 제 취향에는 썩 잘 맞지 않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렇게 불공평한 편성은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껏 밥을 먹으려고 식탁에 앉았는데 한 숟갈만 뜨고 일어나야 하는 심정이라고나 할까요. 다이어트를 해 보신 분들은 그 억울한 심정을 아마도 십분 이해하시리라 생각되는군요. (응?)

이럴 바에는 차라리 적절한 시간대를 찾아 독립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겠지요. 워낙 방송 시간이 짧으니 만큼 한 번 촬영을 하면 2~3주 분량으로 나눠서 방송되기 때문에, 제작진과 MC들에게 있어 나름대로 폼은 나면서도 스케줄을 크게 침범하지 않는 고마운 프로그램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모험이 없이는 발전도 없는 법, 좀 더 열정을 갖고 임해 본다면 매주 1회 분량을 뽑아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엄연히 관심과 애정으로 지켜보는 시청자들이 있는데, 잊을만 하면 마치 자투리 방송처럼 짧고 허무하게 끝나 버리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들이 느낄 허탈감은 배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직도 그들의 마무리 인사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다음 주에 만나요, 제발~!" 그 인사의 의미라면, 처음에는 다분히 불안감의 표출이었습니다. 시청률이 나오지 않으면 다음 주가 되기 전에 폐지될지도 모른다는 불안 말입니다. 하지만 이제 객원 MC 자리를 놓고 온갖 스타들이 각축을 벌이는 상황이니,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졌지요.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번 주에 다 보여주지 못했으니, 다음 주에도 꼭 이어서 보러 와 주세요~ 이런 걸까요?

하지만 그런 방식은 약간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시청자가 만족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어렵더라도 개선을 해 나가야지요. 만약 '라디오스타'가 독립하게 된다면, 음악 프로그램의 전문성을 더욱 살려서 품격 있는 방송으로 발전해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김국진의 유머러스함과 김구라의 톡톡 쏘는 진행이 가미되면서 오락성도 겸비하게 될 것은 당연하고요. 그러면 저도 지금까지보다는 훨씬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되겠군요. '황금어장'의 뒷부분 자투리 방송에 지나지 않는 현실을 안일하게 고수하기보다는, 과감히 모험을 해 볼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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