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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 팬미팅으로 전락, 다시 찾아온 위기?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런닝맨' 팬미팅으로 전락, 다시 찾아온 위기?

빛무리~ 2010. 11. 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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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의 랜드마크가 '한양여대'로 정해졌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부터 예감은 썩 좋지 않았습니다. 이제까지와 달리 텅 비어있는 건물을 달리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더불어 촬영이 진행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더욱 불안했습니다. 송지효를 제외한 모든 출연자가 남성인 상황에서 하필 여대를 찾아간다는 자체가, 프로그램의 재미를 스스로 만들어내려 하지 않고 외부에 의존해서 거저 먹으려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습니다. 깊은 밤에 방문했다는데도 아직까지 학생들은 바글바글 남아 있었고, 그 이유가 다분히 '런닝맨'을 의식해서임은 곳곳에 드러나는 환영의 흔적들로 명백했습니다. 곳곳에 남아 있는 낙서들은 '런닝맨'의 각종 캐릭터를 패러디한 것이었고, 운 좋게 '밴드 연주곡을 맞혀라' 미션에서 게임을 함께 할 수 있게 된 여학생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안 좋은 것은 두 명의 꽃미남, 송중기와 정용화에게 쏟아지는 그녀들의 열광적인 관심을 방송의 소재로 이용한 것이었습니다.


남녀공학이기만 했어도 훨씬 나았을 텐데, 여대 특유의 분위기는 최근 한껏 살아나고 있던 '런닝맨'의 장점을 완전히 빛바래게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앞서 두 번의 출연에서 최고의 존재감을 빛냈던 정용화마저 이번에는 별다른 역할을 못하더군요. 가는 곳마다 환호하는 여학생들로 가득하니 일일이 그들을 향해 웃어 주느라 오히려 '런닝맨' 촬영은 뒷전이라는 느낌이 들었던 겁니다. 그들은 즐거웠는지 모르지만 보기에는 불편했습니다.

아,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정용화에 대해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번 주의 1:9 게임은 명백한 실패였습니다. 받아쓰기 미션에서 3명에게 정답을 구걸하여 알아내기만 하면 성공이라는 건, 정용화라는 게스트의 호감도를 지나치게 이용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하하나 광수가 치근덕거리면서 "형, 한 번만 가르쳐 주세요~" 라고 애원했다면 어림도 없었을 일이지만, 정용화였기 때문에 가능했지요. 그 아이디어가 누구의 것이었든, 개인적인 호감도를 이용해서 아주 손쉽게 승리해 버린 정용화의 모습은 전혀 빛나지 않았습니다. 지난 번 출연 당시 종횡무진으로 혼자 뛰어다니며 너무 멋진 활약을 보여 주어서 '정용화, 예능 최고의 게스트가 되다' 라는 포스팅까지 했었는데 이번에는 기대만큼 실망스러웠습니다.

잘못된 랜드마크 선정의 폐해는, 최근 모든 예능을 통틀어 가장 재미있는 게임이라 생각했던 '방울 숨바꼭질' 미션에서 가장 극심하게 드러났습니다. 어쩌면 그렇게도 재미와 긴박감이 전혀 없을 수가 있을까요?


정용화와 송중기에게 홀릭한 여대생들은 추격팀이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를 알려줌으로써 위험을 피하게 해 주는 등 노골적으로 그들의 협조자가 되었고, 중간중간 팬미팅 장면까지 연출되었지요. 특히 게임 중간에 강의실에서 여대생들과 함께 활짝 웃으며 여러 장의 사진도 촬영하고 사인도 해 주는 송중기의 모습은 전혀 게임에 참가하고 있는 출연자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송중기가 잘못했다기보다는 랜드마크 선정을 비롯한 제작 컨셉의 맹점이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거절한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으니까요.

두 명의 꽃미남에게 그런 경향이 가장 심하긴 했지만, 다른 멤버들의 상황도 비슷했습니다. 복도에서건 엘리베이터에서건 연예인과 마주쳤다는 기쁨과 설렘을 감추지 못하는 다수의 여대생들에 휩싸이는 바람에, 그들은 마치 콘서트장의 가수들처럼 환호 속에 떠받들려지며 진행된 촬영이었습니다. 목석이 아닌 이상 자기도 모르게 들뜨는 마음을 억누를 수도 없었겠지요.

하여튼 저는 이번 주 '런닝맨'을 보면서 계속 생각했습니다. "저 사람들 저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방송 촬영을 하러 온 건지 놀러 온 건지 구분조차 되지 않는 혼잡한 분위기 속에, 게임을 하는 건지 팬미팅을 하는 건지 설렁설렁 진행된 미션들은 흐지부지 끝나 버렸습니다. 승리도 패배도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이미 프로그램 자체가 패배였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런닝맨'이 요즘 인기가 약간 많아졌다고 벌써 맥을 놓는 걸까요? 부진에 허덕이던 초반과는 달리 이젠 우리도 이 정도가 되었다고 자랑이라도 하고 싶었던 걸까요?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닙니다. 지금은 승리의 기쁨과 환호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라, 박차를 가해서 더욱 더 열심히 달려야 할 때입니다. 멋진 얼굴로 환히 웃을 때가 아니라, 땟국물과 땀에 젖은 얼굴로 몸을 던져야 할 때란 말입니다.

예능에서 가장 빛나는 인물은 언제나 가장 많이 망가지는 인물이며, 예능을 살리는 것은 프로그램을 위한 땀과 열정입니다. '런닝맨' 제작진은 어느 새 이 기본 원칙을 망각한 것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지난 4개월에 걸친 유재석의 노력은 헛수고가 될 것입니다.


그토록 애써서 멤버들 한 명 한 명의 캐릭터를 잡아 주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혼자 카메라를 들고 뛰면서까지 프로그램을 살리려 고군분투했던 국민 MC에 대한 예의로라도 이러면 안 됩니다. 이번 주처럼 안일한 자세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런닝맨'에게 남은 것은 수직의 추락 외에는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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