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예능과 다큐멘터리 (652)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김성민의 필로폰 투약과 구속 사건은 엄청난 충격을 몰고 왔습니다. 모두들 그의 잘못된 선택을 안타까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로 인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듯한 '남자의 자격' (이하 '남격')을 염려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지요. 그런데 신원호 PD를 비롯한 '남격' 제작진은 예상보다 굉장히 발빠른 대응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저 충격적인 발표가 있은지 몇 시간 되지도 않아서 "김성민의 하차는 당연한 수순이며, 이미 촬영해 놓은 5일의 방송에서도 김성민의 분량은 통편집될 것이다. 그를 너무 믿었기에 배신감마저 든다." 라고 입장을 표명한 것입니다. 너무 단호하고 시원시원(?)한 그 태도는 또 한 번의 충격이었습니다. 하긴 '1박2일' 제작진이 물의를 일으킨 멤버들을 감싸느라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잃고 ..
'무한도전' 달력 모델 특집이 드디어 끝을 맺었습니다. 너무 오래 지속된 관계로 막판에는 지루하다는 평가도 들려왔지만, 저에게는 매회 새롭고 재미있는 아이템이있어요. 마지막 12월의 테마는 '웃음'이었습니다. 역시 '무한도전'은 본분을 잊지 않았군요. 녹록치 않은 사회비판 의식을 보여 왔지만, 그래도 본질은 웃음을 주는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대형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다시 상기시키는 주제였습니다. 하하는 '웃음 속에 담긴 슬픔'을 표현하기 위해 억지로 눈물을 흘렸는데, 심사위원에게 딱 걸리고 말았습니다. 눈가와 입가의 표정이 부자연스럽고 전체적으로 너무 가식적이라는 거였지요. 눈물을 짜내려고 손가락으로 눈을 콕콕 찌르고 일부러 구역질까지 하는 장면을 보았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약간 섬뜩한 ..
거창하게 운만 띄워놓고 무려 1개월 이상을 기다리게 했던 MBC의 스타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이 드디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아직은 초반이라 '슈퍼스타K' (이하 '슈스케') 와의 차별성을 거의 못 느꼈지만, 일단 재미는 있었습니다. '슈스케'를 떠나보낸 빈 자리가 너무 컸던 탓인지, 오히려 강하게 오버랩되는 '슈스케'의 그림자가 반가웠다고나 할까요? 남녀노소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스타에 대한 꿈을 키우며, 또는 음악에 대한 진지한 열정으로 몰려들어 각자의 기량을 뽐내는 모습들을 보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신선하고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하필 첫방송을 일본에서 이루어진 오디션 내용으로 구성한 것이 좀 의아했습니다. 드라마건 예능이건 첫방송이란 굉장히 중요하니까요. 한국의 오디션 프로그..
지난해 '슈퍼스타K' 시즌1에 참가했던 김국환이 싱글 앨범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가수 활동에 나섰습니다. 1년 동안 피나는 보컬 연습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고 하더군요. 그 기사를 접하자마자 커다란 관심을 느낀 저는 즉시 검색을 이용해 그 앨범의 타이틀곡 '할 수 있다'를 비롯한 서너 곡 정도를 찾아 들어 보았습니다. 맑으면서도 애절한 목소리는 보컬 트레이닝의 결과로 1년 전보다 많이 다듬어진 듯했고, 그러면서도 아마추어적인 순수함을 잃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슈퍼스타K'에 원래 관심이 없던 저는 허각, 존박, 장재인의 준결승 무대를 우연히 시청한 후 갑작스레 빠져들기 시작하여, 그 때까지의 '슈퍼스타K2' 전체 동영상을 모두 구해서 시청했고, 급기야는 작년에 방송되었던 '시즌1'의 동영상마저 일부를 어렵..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고금의 명언인 이유는 다름이 아닙니다. 그만큼 살면서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마련이며, 좀처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합니다. 그 중에서도 참으로 답답한 경우가 기껏 상대방을 위해서 호의로 벌인 일이, 정작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기 이를 데 없는 고문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경우 상대가 좋은 의도로 벌인 일임을 알기 때문에, 속으로는 반갑지 않고 때로는 짜증까지 나면서도 내색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지랖 넓은 상대방은 자신의 '좋은 의도'에 대해 점점 더 확신을 갖게 됩니다. 일종의 악순환이죠. '남자의 자격 -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 편은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
이번 주 '런닝맨'에서는 1:9 대결이 2차례나 펼쳐졌습니다. 첫번째 대결은 하하를 1의 주인공으로 삼아, 그가 철저히 자기 방식대로 선정한 문제를 다른 멤버들이 맞히도록 하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두번째 대결은 추격팀의 역할을 김종국 혼자 맡아서 나머지 9명을 잡도록 하는 '방울 숨바꼭질'의 변형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 두 가지의 1:9 대결은 모두 재미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번 주 '런닝맨'의 하이라이트는 음식맛 평가단으로 외국인 손님들을 초대해 벌였던 '요리 대결'이었어요. 예능보다는 오히려 다큐에 가까운 코너였지만, 그래도 3팀으로 나뉘어 요리를 진행해 가는 과정이나 평가단의 반응을 관찰하는 것이 생각보다는 흥미진진하더군요. 갈비찜, 김치낙지수제비, 닭떡갈비의 실제 맛은 어땠을지 모르나 ..
제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좋아하던 이유는 탐정 '에르큘 포와로'의 치밀한 수사방식에 매료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중 하나의 예를 들어 본다면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범인으로 지목되는 남성에게 분명 협조자가 있었을 것이며, 그 공범은 여성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추리해낸 포와로는, 용의선상에 오른 여성들을 모아 놓고 자연스런 상황을 연출하여 '고소공포증이 있는지에 대한' 그녀들의 대답을 이끌어 냅니다. 그 중 2명의 여성이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으며 높은 곳에 올라가면 두려움과 어지럼증을 느낀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또 우연인 것처럼 포와로에 의해 그 여성들은 고소공포증 체험을 하게 됩니다. 모두가 흔들다리를 건널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았던 것이죠. 그런데 어제 "나는 고소공..
김종민이 케이블 tvN 버라이어티 '네버랜드'에 출연할 예정입니다. '네버랜드'는 '조용한 도서관', '즐거운 인생', '더 폰' 등의 코너로 구성되는데, 그 중 김종민이 출연할 '조용한 도서관'은 도서관에서 말을 하면 벌칙을 받는 일종의 벌칙쇼입니다. 그런데 김종민은 '네버랜드' 제작발표회에서 이런 말을 했군요. "여태까지 했던 프로그램 중에 '조용한 도서관'이 가장 편했다. 생각 같아서는 한 8~9년 했으면 좋겠다." 물론 별 생각없이 한 말이겠지만, 듣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거북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제 김종민이 '1박2일'에 복귀한지도 거의 1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꿋꿋이 무존재감으로 일관하며, 숱한 질시와 비난에 이어 하차 청원까지 나오고 있음에도 절대 물러날 생각이 없으며,..
김C와 MC몽이 빠진 이후 5인 체제로 유지되고 있는 '1박2일'을 보면, 요즈음 새로이 등장한 패턴이 눈에 띕니다. 예전처럼 3:3 복불복의 재미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가 김종민은 여전히 발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동안 '1박2일'은 고생하는 만큼 좋은 반응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었지요. 말하자면 아무리 먼 곳까지 가서 개고생을 하다 와도 정작 방송이 재미없게 느껴지면 시청자는 냉정히 등을 돌려 버리니까요. 그런데 '만재도' 편에서부터 시작된 '책임할당제'는 이제 암암리에 고정적 패턴으로 자리잡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말하자면 이 한 몸 바쳐서 그 날의 방송을 책임지는 인물이 등장했다는 것이지요. 꼭 1명의 주인공을 설정하고 때에 따라 희생양(?)이 되거나 영웅이 되는 이 패턴은, ..
'세상을 바꾸는 퀴즈' (이하 '세바퀴')는 대략 1년 전까지만 해도 기타 예능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경실, 조혜련, 김지선 등 기 센 아줌마들의 오버스러움은 애교스런 할머니 선우용녀의 부드러운 카리스마 아래 융화되어 거부감의 덫을 비켜났고, 그 위에 임예진의 귀여운 푼수기와 조형기의 구수한 입담과 김태현의 촌철살인 개그 등이 잘 버무려져 독특한 감칠맛을 냈지요. 초대되는 게스트들도 매우 다양해서, 좀처럼 TV에서 볼 수 없던 반가운 얼굴들을 수시로 접할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게스트들을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우선 프로레슬러 이왕표라든가, 코미디언 최병서, 배우 이정섭 등의 이름이 떠오르는군요. 20대 초반의 젊은 게스트는 예쁜 고명처럼 조금씩 얹혀져 있었을 뿐, 대부분은 높은 연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