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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 김성민의 빈자리는 없었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남자의 자격' 김성민의 빈자리는 없었다

빛무리~ 2010. 12. 6.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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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필로폰 투약과 구속 사건은 엄청난 충격을 몰고 왔습니다. 모두들 그의 잘못된 선택을 안타까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로 인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듯한 '남자의 자격' (이하 '남격')을 염려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지요. 그런데 신원호 PD를 비롯한 '남격' 제작진은 예상보다 굉장히 발빠른 대응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저 충격적인 발표가 있은지 몇 시간 되지도 않아서 "김성민의 하차는 당연한 수순이며, 이미 촬영해 놓은 5일의 방송에서도 김성민의 분량은 통편집될 것이다. 그를 너무 믿었기에 배신감마저 든다." 라고 입장을 표명한 것입니다. 너무 단호하고 시원시원(?)한 그 태도는 또 한 번의 충격이었습니다.

하긴 '1박2일' 제작진이 물의를 일으킨 멤버들을 감싸느라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잃고 프로그램 자체가 위기의 늪에 빠진 후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똑똑히 지켜보았으니, 그와 정반대의 태도를 취한 것도 이해는 됩니다. 그리고 원칙적으로는 저도 그러한 단호함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마음 아픈 것은 아픈 것이지만, 그렇다고 제작진과 멤버들 사이의 개인적 유대감에 의해 공공의 프로그램이 좌지우지되어서는 안된다고 보거든요. '1박2일'은 MC몽도 너무 늦게까지 붙잡고 있었으며, 마땅히 놓아야 할 김종민을 아직도 놓지 않고 있음으로써 점점 더 늪 속으로 깊이 빠져들어가는 중이지요. 이렇게 보면 '남격' 제작진의 발빠른 대응을 탓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뭔가 허전하고 슬펐습니다.

김성민의 필로폰 투약을 변호할 생각은 없지만, 겉으로는 그렇게 밝고 성실해 보였던 사람이 내면적으로는 얼마나 힘들었기에 그런 선택을 했을까 싶어서 동정이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더구나 바로 얼마 전에 유기견 제제를 입양하며 보여 준 인간적인 모습 때문에 더욱 미워할 수가 없었고요. 오랜 기간에 걸쳐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계획적으로 병역을 회피하려 한 MC몽과는 비교할 수도 없고, 1년째 불성실한 병풍 노릇을 하면서도 미안한 줄 모르고 심지어는 다른 프로그램에 가서 '말 없는 예능이라 좋다'는 둥의 망언까지 해서 시청자의 부아를 돋우는 김종민에 비하면 차라리 김성민이 낫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어쨌든 '남격' 내에서 김성민은 가장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재미있는 멤버였으니까요.

마치 더럽혀진 옷자락을 가위로 싹둑 잘라내는 것처럼, 너무 빠르고 쉽게(?) 김성민의 하차를 공언하는 제작진의 모습에서 저는 씁쓸함을 느꼈고, 얼마 전 김국진에게 막무가내로 소개팅을 강권하는 바람에 약간 비호감이 되었던 감정까지 겹쳐서 조금은 화가 나 있었습니다. 정말 김성민 없이도 '남격'을 무사히 끌고 나갈 자신이 있어서 그러는 걸까 싶은 의문도 들었습니다. 그 동안 매회 김성민의 활약이 너무 대단했기에, 그가 없는 '남격'은 상상하기도 힘들었거든요. 이미 촬영되었던 분량마저 통편집되었다는 12월 5일자의 방송은 오히려 그래서 더욱 궁금증을 자극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성민의 빈자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방송은 성공적이었습니다. 김성민의 분량이 편집되지 않았다면 2주 방송분으로 활용할 수도 있었던 것을 황급히 1회분으로 줄인 듯한 느낌은 들었지만, 어쨌든 충분한 재미와 감동을 전해 주었으니 그만하면 대만족이었습니다. 화면에 얼굴은 비추지 않으면서도 오프닝 때 계속 "그거 좋아, 그런 거 좋아!" 하면서 추임새를 넣는 김성민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와서 조금은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그거야 감당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지요.

생각해 보니 '남격'은 원래 팀웍보다는 개별 활동이 두드러지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1박2일'과는 근본적 차이가 있었군요. 자격증 도전도 그렇고, 유기견 돌보기도 그랬고, 각종 직업 체험해 보기에서도 그랬고... 대부분의 경우 '남격'의 멤버들은 오프닝과 클로징, 중간 모임 때만 한 자리에 모였을 뿐 기본적 미션은 혼자 수행하곤 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남자, 카메라 그리고 떠나라' 편은 '혼자 떠나는 여행' 이라는 주제로 기획되었고, 언제나처럼 멤버들은 오프닝을 마친 후 뿔뿔이 흩어져서 미션을 수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그렇게 해 왔던 것이기 때문에 방송은 아주 자연스러웠습니다. 

반면 '1박2일'은 6명의 멤버가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때때로 3:3 복불복을 진행하는 것이 보편적 패턴이라 팀웍이 매우 중요한 프로그램이었는데, 5인 체제가 된 지금에 와서는 '남격' 비슷하게 변형되었지요. 요즘 '1박2일'의 멤버들은 거의 매회 개별 미션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원래의 형식이 그게 아니어선지 뭔가 계속 삐그덕대는 느낌입니다. 결코 강호동, 은지원, 이수근, 이승기의 개별적 역량을 '남격' 멤버들보다 뒤진다고 볼 수는 없는데, 뽑아낸 방송을 보면 어딘가 허전하고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은 프로그램 자체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역시 '1박2일'은 한꺼번에 뭉쳐서 뭔가를 만들어낼 때가 제격이었어요.

7명이었다가 이제 6명이 된 남자들은 저마다 카메라를 메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이경규는 고향 부산의 자갈치 시장으로, 이정진은 양평 장터로, 이윤석은 아버지의 산소로, 윤형빈은 어린 시절의 학교 앞과 개그맨의 꿈을 키우던 대학로의 연습 무대로, 동갑내기 친구 김국진과 김태원은 강원도 인제의 산 속 휴식처(?)로 달려갔지요. 빵빵 터지는 예능감이 없는데도 잔잔한 가운데 묘하게 웃기는 '남격' 특유의 방송은 이번에도 제대로 살아났습니다.


특히 둘 다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이라, 동갑 친구이면서도 방송 외의 만남은 전혀 없었다는 김국진과 김태원은 이번 기회에 조금씩 더 가까워지는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주며 훈훈한 감동을 자아냈습니다. 작년에 무척이나 몸이 안 좋으면서도 병원에 가지 않고 버티던 김태원은, 아직은 좀 서먹했던 친구 김국진이 밤중에 전화해서 "너 병원 안 가면 내가 끌어낸다!"고 협박하는 바람에 병원에 가서 살아났다고 말하더군요. 김국진은 "내 말 듣고 병원에 가 줘서 고마웠다."고 대답했습니다. 중년에 만난 소중한 인연... '남자의 자격'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그들의 삶에 참으로 커다란 선물을 준 셈이었습니다.

손수 찍어 온 사진이 KBS 홀에 걸리는 1위의 영예는 자갈치 시장의 정겨운 사람과 풍경을 담아 온 이경규에게 돌아갔지만, 다른 멤버들의 사진도 모두 멋졌습니다. 아버지를 그리는 절절한 마음을 담은 이윤석의 사진에서는 왠지 모를 눈물이 핑 돌았고, 윤형빈의 뒤를 이어 꿈을 꾸고 있는 가난하고 열정적인 청춘의 모습들은 제 가슴마저 뜨겁게 했습니다. '카메라 그리고 떠나라' 편은 '남격' 다운 매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살려낸 최고의 예능이었습니다. 이로써 김성민의 부재에도 '남격'이 의외로 아주 적은 타격을 받았음이 증명되었습니다.  

'도망자' 촬영으로 인해 이정진이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지만 '남격'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었던 것도, 프로그램의 특성에서 기인한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정진에 비해 김성민의 활약이 훨씬 두드러지긴 했지만, 한 사람의 존재유무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성격의 프로그램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다른 멤버들이 조금만 더 열심히 해 준다면 충분히 김성민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이 듭니다. 한 사람의 몰락은 더없이 슬프지만,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그래도 다행한 일이었습니다.


그나저나 이 예쁘고 불쌍한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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