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예능과 다큐멘터리 (652)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1박2일'에서 외국인 근로자 특집을 마련했다고 할 때, 처음의 인식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로 그 동안 보아 왔던 온갖 부정적인 기사들이 한꺼번에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불법체류라든가 브로커 개입 등의 문제로 시끄러운 일도 많거니와, 외국인은 내국인보다 생산성이 떨어지는데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느라 오히려 고용비용은 더 높다더군요. 게다가 경제 악화로 내국인 근로자의 기본급은 계속 동결되는데, 외국인 근로자의 기본급은 최저임금 상승에 따라 꾸준히 올라가니 지금은 거의 비슷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내국인들이 역차별을 받는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 한국 사람들 중에도 얼마든지 많이 있는데, 그들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을 외국인 노동자..
'세바퀴'에 개그맨 손헌수가 출연했습니다. 평소에 정통 개그 프로그램을 즐기는 편이 아닌 저에게는 차라리 생소한 얼굴에 가까웠습니다. 개그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일반 대중 사이에서는 현재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보기 어려운, 다소 외면받는 연예인이라 해도 무리는 없을 듯 합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대중의 사랑에 목마른 연예인은 정말 많습니다. 기타등등의 요소를 일단 배제하고 원칙만을 말한다면, 가수는 노래로 어필하고 배우는 연기로 어필하고 개그맨은 웃음으로 어필합니다. 그런데 웃음이라는 소재는 자칫하면 무리수로 흐르기가 쉽지요. 물론 꼭 개그맨이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자신의 존재감을 대중에게 확고히 인식시키려는 욕심에 무리수를 던지는 연예인은 물론 많습니다. 그러나 다른 분야의 연예인보다 개그..
SBS 연기대상은 신년벽두부터 4시간이 넘는 긴 시상식으로 시청자들을 지치게 하더니, 결국 '대물'의 고현정에게 연기대상을 수상함으로써 끝까지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 준 시청자들을 배신했습니다. 고현정의 연기만 보면 자격이 없다고 할 수 없겠으나, 연기대상이란 오직 배우의 연기력 하나만 갖고 선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무척 황당하고 씁쓸한 수상이었습니다. '자이언트'는 60부의 긴 여정을 흐트러짐 없는 호흡으로 훌륭히 마무리했고, 40% 이상의 대박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그에 비해 '대물'은 25%의 시청률조차 어이없다 싶을 만큼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이었지요. 중간에 감독과 작가가 교체되면서 적잖이 시끄러웠고, 그 와중에 캐릭터가 변형되면서 고현정의 연기마저 일시적으로 추락하는 현상을 보..
역시 하루이틀의 문제는 아닙니다만, 2010년 MBC 연예대상에서는 거의 대놓고 공동수상 남발이 난무했습니다. 여자 최우수상에는 '파스타'의 공효진과 '욕망의 불꽃'의 신은경이 공동수상을 했고, 심지어는 원래 1명이라야 빛을 발하는 대상에도 '동이'의 한효주와 '역전의 여왕'의 김남주가 공동수상을 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빚었습니다. 2008년에도 대상의 공동수상에 대한 트러블은 많았습니다. 드라마 자체의 시청률로 보아서는 '에덴의 동쪽'이 압도적이었으나, 연기력으로 보아서는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이 압도적이었으니까요. 방송사 입장에서는 '에덴의 동쪽'을 효자 프로그램으로 인정하여 송승헌에게 대상을 수여하고 싶었겠으나, 김명민의 신들린 연기력을 체험한 대중의 심리가 너무 그쪽으로 쏠려 있었기에, 그..
비틀즈의 유명한 노래 'Let it be'를 아시지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노래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그 가사의 일부를 해석해 볼까요? 내가 근심의 시기에 처해 있을 때, 어머니(성모 마리아로 해석 가능)께서 다가와 지혜의 말씀을 해주십니다. "그대로 내버려 두어라." 내가 암흑의 시간 속에서 헤매이고 있을 때에도, 어머니는 내게 다가와 지혜의 말씀을 해주십니다. "그대로 내버려 두어라." 여기서 '내버려 두라'는 뜻은 고통받는 사람을 외면하라는 뜻이 아님을 다들 아시지요? 말이라는 것이 항상 오해의 소지가 있다 보니 언제나 조심스럽습니다. 저는 아주 쉽고 간단하고 명확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기상천외한 오해를 받는 일도 허다해서 말이죠. 제가 해석하는 Let it be는 집착이나..
'밤이면 밤마다'의 이번 주 출연자는 김태원과 윤종신이었습니다. 두 사람 다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 겸 예능인들이라 저는 매우 반가운 마음으로 시청했지요. 그런데 윤종신은 좀 이상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나는 찌질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것을 증명해야 할 사람이 오히려 세상에 소문난 것보다 더욱 더 찌질한 모습을 드러냈거든요. 한 가지만 예를 들자면 임신한 아내를 향해 커다란 개가 달려오는데, 아내를 보호해 주지 않고 혼자서 도망갔다든가 하는 이야기는 누가 보더라도 윤종신을 찌질한 사람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한동안 "왜 저래?" 하면서 시청하던 저는, 문득 윤종신이 김태원을 응원해 주기 위해 출연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종신이 그렇게 자신을 낮추는 덕분에 김태원의 존재가 더욱더 빛나고..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단어는 이제 자연스러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중견가수나 연기자들 중에 고집스런 인물들은 자기의 분야에 올인하지 않고 이쪽 저쪽을 건드리는 사람들을 고운 시선으로 보고 있지 않지만, 이미 대세는 기울었습니다. 이제는 가수로 데뷔해서 연기를 하는 것도, 배우로 데뷔해서 가수 활동을 하는 것도 낯설지 않은 것이 현실이에요. 몇 년 전부터는 '아나테이너'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습니다. 방송국의 직원으로서 월급을 받는 아나운서들이 전격적으로 예능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죠. 회당 2만원 가량의 터무니 없는 출연료를 받으면서도 기꺼이 중노동에 몸을 바치는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스타가 되고 싶은 욕망은 사람으로서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가 급기..
'남자의 자격 - 송년의 밤'은 기획 자체로만 보면 대단할 것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을 모아 놓고 단순하게 노래자랑과 경품 행사를 한 것이 전부였으니까요. 그러나 궁극적으로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점을 놓고 생각한다면, 그 어떤 거창한 기획보다 더욱 큰 감동을 전해 준 방송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멤버들의 절친은 물론이고, 지난 1년간 '남자의 자격'과 조금이라도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은 기꺼이 그들의 부름에 응해서 달려와 주었습니다. '직업 체험' 편에서 이경규가 하루 동안 일했던 중국집의 여사장님을 비롯하여, 이윤석의 도배사 자격증 획득을 도와 준 학원 선생님들과 김태원의 알공예 선생님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미남 태권도 관장님도 훤칠한 모습을 드러냈고, 최근 '유기견 입양' 편에서 새로운 사랑법을..
2010년 KBS 연예대상은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의 이경규에게로 돌아갔습니다. 최근 김성민 사건으로 인해 타격이 컸던지라 그 영향으로 좀 어렵지 않을까 염려를 했었는데, 다행히 프로그램의 근간이 흔들리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바라던 후보에게 상이 돌아가서 매우 기쁘고 흐뭇합니다. 방송인 이경규를 보면 대한민국 코미디와 예능의 근현대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브라운관에서 그를 보았지요. 지금은 비교적 후덕한 모습으로 변했지만 젊은 시절의 이경규는 이윤석과 비슷할 정도로 굉장히 깡마른 모습이었습니다. 언젠가 주병진과 더불어 콩트를 하던 중에 이경규가 종아리를 맞는 설정이 있어서 바지를 걷어올렸는데, 다리가 얼마나 앙상하던지 주병진이 "아니, 왜 물구나무를 서셨습니..
'위대한 탄생' 5회는 3~4회에 비해 인상깊은 참가자의 수가 적었고, 기대했던 태국 오디션도 예상보다 싱겁고 밋밋해서 약간은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저는 '슈퍼스타K'에 이어 '위대한 탄생'을 시청하면서 이제껏 몰랐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몇 가지 긍정적 효과를 느끼고 있습니다.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고, 신선한 노래를 마음껏 감상하기 참가자들의 입장에서는 자기의 꿈을 이룰 기회가 주어진 셈이니 그런 의미에서 고마운 프로그램이겠지만, 우리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들의 멋진 노래 솜씨를 감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좋습니다. 평소 우리가 들을 수 있는 노래들이란 수년간의 철저한 훈련을 거치고 반듯하게 다듬어진 후 데뷔한 가수들의 노래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