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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나영석 PD의 모습이 불편한 이유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1박2일' 나영석 PD의 모습이 불편한 이유

빛무리~ 2010. 12. 2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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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 엔터테이너'라는 단어는 이제 자연스러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중견가수나 연기자들 중에 고집스런 인물들은 자기의 분야에 올인하지 않고 이쪽 저쪽을 건드리는 사람들을 고운 시선으로 보고 있지 않지만, 이미 대세는 기울었습니다. 이제는 가수로 데뷔해서 연기를 하는 것도, 배우로 데뷔해서 가수 활동을 하는 것도 낯설지 않은 것이 현실이에요.

몇 년 전부터는 '아나테이너'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습니다. 방송국의 직원으로서 월급을 받는 아나운서들이 전격적으로 예능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죠. 회당 2만원 가량의 터무니 없는 출연료를 받으면서도 기꺼이 중노동에 몸을 바치는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스타가 되고 싶은 욕망은 사람으로서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가 급기야 최근에는 PD, 즉 연출자가 직접 카메라 앞에 나서서 스타가 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바로 '1박2일'의 나영석 PD가 그 주인공입니다. 늘상 비교되는 '무한도전'의 김태호 PD 역시 만만치 않은 인기를 자랑하긴 합니다만, 그는 카메라 앞에 나서는 빈도가 나영석 PD보다 훨씬 적습니다. 가끔씩 브라운관에 모습이 비친다 해도 그저 감독이며 스탭으로서 상징적인 장면을 연출할 뿐, 출연자들과 더불어 상당 시간 동안 직접 연기를 하면서 시청자들의 웃음을 끌어내려는 역할까지는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나영석 PD는 지금 바로 그것을 하고 있습니다.

김C의 자진 탈퇴를 막지 못했고, 뒤이어 터진 MC몽의 사태에도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 나영석 PD는 통렬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멤버를 보강하는 것도 뜻처럼 쉽지 않고, 당분간 5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채울 수 없는 허전함을 시청자들이 느끼고 있는데, 담당 PD가 왜 느끼지 못하겠습니까? 더구나 복귀한지 1년이 되도록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김종민의 무활약은 '1박2일'을 실질적 4인 체제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김종민이 합류하기 전에 견고한 6인 체제로 성공 가도를 달려왔던 '1박2일'은 본의 아니게 정예멤버를 차례로 한 명씩 빼앗기며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영석 PD가 위험을 무릅쓰고 전면에 나선 것은 일종의 고육지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이제 멤버들이 낮잠을 자고 있으면 직접 카메라 앞에 나서서 긴 풀잎으로 그들의 코를 간지릅니다. 깊이 잠들지 못하도록 주변의 스탭들과 큰 소리로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약올립니다. 사실 이것은 PD가 할 일이 아니지요. 출연자 중의 누군가 맡아 주어야 할 역할입니다. 그러나 삽시간에 커다랗게 뚫려버린 구멍을 메꿀 길이 없었던 나영석 PD는 직접 본인이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그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상당히 호의적이었지요. 그런 반응에 힘입어 나PD는 점점 과감히 연기자의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사상 최초로 연예인이 PD의 성대모사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번 주 '1박2일'의 최대 이슈는 단연 이승기의 나영석 PD 성대모사였지요. "땡! 실패! 안됩니다!" 3종 세트로 이루어진 이승기의 개인기는 과연 배꼽 잡고 웃을만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시청자들의 평소 나영석 PD의 목소리를 익숙하게 듣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면 이승기의 시도가 먹혀들었을까요?

가끔 신동엽에게 누군가 성대모사를 요구하면 그는 느닷없이 엄격한 아저씨 목소리로 "동엽아~!" 라고 외치곤 합니다. 다들 어리둥절해서 "그게 누구냐?"고 물으면 "우리 둘째 작은 아버지요!" 라고 대답하지요. 하지만 아무도 그 성대모사에 웃음을 터뜨리진 않습니다. 비슷한지 아닌지를 알 수가 없으니까요. 그러나 우리는 이미 방송을 통해 몇 년간이나 나영석 PD의 목소리를 아주 익숙하게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이승기의 성대모사를 듣고 웃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이미 나영석 PD가 스스로 대중 앞에 나서서 스타가 되었음을 뜻합니다. 본인이 스타가 되고 싶어서 그런 것이라기보다는, 프로그램의 위기를 맞이하여 어쩔 수 없이 나선 것이니 짠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이런 추세는 옳다고 볼 수 없습니다. 히딩크 감독이 선수들과 함께 축구장을 달리며 경기를 치르는 모양새와도 같고, 이병훈 감독이 '동이' 한효주의 상대역이 되어 연기를 하는 것과도 같으니까요. 아무리 벽이 허물어진 시대라 해도 이건 좀 심하지 않습니까?

이승기와 나영석 PD가 더불어 만들어낸 웃음은 더없이 훈훈하고 즐거운 것이었지만, 저는 한편으로 씁쓸한 심정을 느꼈습니다. 연출자가 직접 카메라 앞에 나서서 주연배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1박2일'의 현실이 결코 밝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누가 보더라도 나영석 PD는 이번 주 '1박2일'에서 감독이라기보다는 주연배우였어요. 그가 직접 카메라 앞에 나서서 만들어낸 방송 분량이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했고, 어느 정도의 이슈를 불러일으켰는지를 보면 누구나 알만한 일입니다.

그나마 김종민이 지금까지의 뺀질거리는 모습과 달리 약간의 희생 정신을 발휘하여 멤버들의 저녁식사를 마련했다고 해서, 이제 그의 존재감이 살아나기 시작했으니 '1박2일'이 위기를 벗어났다고 하는 의견들도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것이 큰 변화의 조짐은 아닙니다. 그냥 '이번에는 어쩌다가 그렇게 했다'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최소한 3회 분량은 지켜보아야 긍정적 판단이 가능할 거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1박2일'이 한 번 촬영해서 2주간의 방송 분량을 뽑아내니까, 최소한 6주는 지켜보아야 한다는 것이죠. 앞으로 다음 회차에도, 또 그 다음 회차에도 김종민이 이번 주와 같은 희생 정신을 보여 준다면 그 때는 제 시선이 조금은 긍정적으로 바뀔 것입니다. 물론 그것도 완전히 돌아선 것은 아니겠지만요.

김종민의 복귀 후 저는 8개월 동안 찍소리도 안하고 그의 거저먹기식 예능을 지켜보았습니다. 아무리 너그럽게 보아 주려고 해도 더 이상은 참지 못할 지경이 되어서야 말을 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겨우 딱 한 번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해서, 이미 실망할대로 실망한 마음이 단번에 돌아설 수는 없습니다. 심지어 김종민은 케이블 방송에 가서 "말 없는 예능이 좋다"는 식의 망언을 한지가 얼마 되지도 않았습니다.


출연자들이 모두 충분히 제 몫을 해 준다면 굳이 나영석 PD가 나서서 주연배우를 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 자신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 방송 분량에서 PD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은 프로그램에 결코 청신호가 아닙니다. 아직도 '1박2일'이 심각한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그들 모두가 안간힘을 써서 발버둥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래서 저는 나영석 PD의 종횡무진 활약을 보며 신나게 웃기보다는 안스러운 마음을 더 많이 느꼈습니다. 하루빨리 예전처럼 안정적인 체제가 정비되어, 굳이 PD가 카메라 앞에 나서지 않더라도 충분한 재미를 확보할 수 있는 '1박2일'로 돌아오면 좋겠습니다. 요즘 케이블 TV를 통해 1~2년 전의 '1박2일'을 가끔 보고 있는데, 솔직히 요즘의 '1박2일' 보다 훨씬 더 재미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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