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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가와 박태환, 같은 아픔을 이야기하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빽가와 박태환, 같은 아픔을 이야기하다

빛무리~ 2010. 12. 2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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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의 유명한 노래 'Let it be'를 아시지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노래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그 가사의 일부를 해석해 볼까요?

내가 근심의 시기에 처해 있을 때, 어머니(성모 마리아로 해석 가능)께서 다가와
지혜의 말씀을 해주십니다. "그대로 내버려 두어라."
내가 암흑의 시간 속에서 헤매이고 있을 때에도, 어머니는 내게 다가와
지혜의 말씀을 해주십니다. "그대로 내버려 두어라."

여기서 '내버려 두라'는 뜻은 고통받는 사람을 외면하라는 뜻이 아님을 다들 아시지요? 말이라는 것이 항상 오해의 소지가 있다 보니 언제나 조심스럽습니다. 저는 아주 쉽고 간단하고 명확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기상천외한 오해를 받는 일도 허다해서 말이죠.

제가 해석하는 Let it be는 집착이나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라는 뜻입니다. 세상 일이 나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일이니까요.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도 잘 되지 않으면, 계속 그 문제에 매달리며 고통받기보다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버려 두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그게 결코 쉽지가 않지요. 그럴 수만 있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우울증 환자는 모두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Let it be'를 읊조리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그런데 저는 어제 이 노래에 내포된 다른 뜻을 발견했습니다. '강심장'에 출연한 빽가와 '승승장구'에 출연한 박태환을 보면서 그들이 같은 아픔을 이야기한다고 느꼈거든요.  


뇌종양이 두피까지 퍼진 심각한 상태에서 9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고 회복중인 빽가(백성현)가 '강심장'에 출연했습니다. 아직도 사람들 앞에 나서기 두렵다는 그가 용기를 낸 이유는, 자기처럼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저 같은 사람도 이겨냈습니다. 절망하지 마세요." 그의 떨리는 목소리는 아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역력히 드러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그 착한 청년의 용기가 더욱 고마웠습니다.

너무 당황스러운 일은, 그가 공원에 산책이라도 나갈라 치면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 애는 뇌종양이라면서 왜 저렇게 싸돌아 다녀?" 이런 식으로 자기들끼리 다 들리게 수군거린다는 것이죠. 빽가는 얼마나 속상했으면 그 말을 할 때 참지 못하고 울먹거리더군요. 사람들의 고마운(?) 관심은 온라인에서만 창궐하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임을 처절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승승장구'에는 수영선수 박태환이 출연했습니다. 시종일관 젊은이다운 자신감과 솔직함을 내비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가족을 위하는 마음도 감동적이었고요. 그런데 '몰래 온 손님'으로 출연한 그의 누나는, 동생이 부진한 성적을 보일 당시 인터넷에 수없이 떠돌던 비판과 악플에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로마선수권대회에서 전종목 예선 탈락을 했을 당시의 이야기였지요.


올림픽 메달을 딴 후 이 정도면 됐지 하는 자만심이 있었고, 나중에 생각해 보니 로마선수권에는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출전했었다고 박태환은 말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많이 반성했지만, 너무 거세지는 비난을 받으니 수영이 하기 싫어졌다고도 했습니다. 하마터면 사람들의 고마운(?) 관심이 국가의 보배를 깨뜨리고 싹을 잘라 버릴 뻔 했던 셈이지요. 하지만 기특하게도 박태환은 다시 해 보자는 용기를 내서 지옥 훈련을 거듭했고, 결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쾌거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운동선수도 사람인데, 언제나 똑같이 고른 기량을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가끔은 느슨해질 때도 있는 법이고, 부진할 때도 있는 것이 당연합니다. 애정을 갖고 충고하는 것과 가벼운 관심으로 떠들어대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자기에 대한 비판이 모두 애정어린 충고였다면, 어찌 박태환이 수영을 하기 싫다는 생각까지 했겠습니까? 자신의 노력과 고통에 대해서는 털끝만치도 이해 못 하는 사람들이, 일시적인 부진을 이유로 무슨 죽을 죄인 취급을 하고 있으니 억울해서 그랬겠지요.


이제 그냥 좀 내버려 둡시다. 아픈 사람 더 아프게 하지 말고, 힘든 사람 더 힘들게 하지 말고, 제발 그냥 좀 내버려 둡시다. 타인을 향한 나의 관심이 독이 되지 않게 합시다. 뇌종양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에게 이유도 없이 손가락질을 하거나, 슬럼프에 빠져 그 어느 때보다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운동선수에게 가볍게 비난과 욕설을 퍼붓는 일은 하지 맙시다. Let it be... Let it be... 빽가와 박태환은 그 말의 새로운 뜻을 절감하게 해 주었습니다. 진정한 위로와 힘이 되어 줄 수 없다면, 때로는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정말 사랑하는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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