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예능과 다큐멘터리 (652)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배우 이현진은 1985년생으로 올해 26세이며, 브라운관에 데뷔한 것은 1997년 후반의 시트콤 '김치치즈스마일'을 통해서였습니다. 저는 이제껏 만 3년 동안 그가 출연한 작품을 거의 다 보았군요. 이현진 때문에 일부러 찾아다니면서 본 것은 아니고, 그냥 재미있는 작품을 고르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이었지요. 그만큼 이현진은 신인치고 아주 작품 운이 좋은 배우였습니다. 데뷔작인 시트콤 '김치스'는 그 전작인 '거침없이 하이킥'의 명성에 비한다면 미약했으나 그래도 나름대로의 고정팬을 갖고 있는 좋은 작품이었지요. 저는 그 작품을 통해서 엄기준이라는 배우를 처음 알았습니다. 이현진은 엄기준의 동생 역할이었는데, 대학생이며 동시에 수영선수였기때문에 모델 출신의 멋진 몸매도 항상 뽐낼 수 있었고(당시 신인배우였던..
수년간 토요일 예능의 황금시간대에 군림해 왔던 '스타골든벨'이 2010년 가을 개편을 맞이하여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김제동 하차 이후로는 예전의 빛깔을 잃어버렸고, 무슨 '1학년 1반'이라는 이름으로 변경된 후에는 더욱더 재미없었기 때문에 사실 개편은 이미 예정되어 있다고 보였지요. 그런데 후속 프로그램의 이름이 '오마이스쿨'이라는 것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단어의 의미로만 보자면 별 문제 없겠으나, 자동적으로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의 이름이 오버랩되는 것은 예능 프로그램의 이름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마이스쿨' 첫방송을 시청한 저의 소감은 이렇습니다. "재미가 없지는 않았으나 앞으로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박명수, 박경림, 유세윤, 토니안으로 구성된 4MC의..
47회 대종상 시상식에서는 한국 영화계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얼굴들을 참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1926년생으로 강제 납북과 탈북을 거치며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왔던 최은희가 공로상을 수상했고, 1928년생의 신영균이 특별상을 수상했군요. 이미 오래 전에 은퇴하여 작품 활동은 쉬고 있으나, 80대 노익장들의 건재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저는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저는 항상 여배우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여러분 앉으세요." 원로 여배우 최은희가 휠체어에 앉아 등장하니 모든 후배들이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조금씩 목이 메는 음성으로 그녀가 말을 이어가는 동안 그저 분위기는 숙연하기만 했는데, 문득 최은희는 말을 멈추고 "여러분, 모두 앉으세요. 앉아서 들으세요." ..
보라매 안전체험관에서 열린 지난 주 '런닝맨' 최고의 영웅은 바로 송지효였습니다. 속도는 느리지만 조금씩 더 깊이 예능에 젖어들며 자기의 확고한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는 송지효는 이제 거의 '패밀리가 떴다' 에서 보여주던 이효리의 존재감에 가까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효리가 독한 여왕의 이미지였다면, 송지효는 순하고 착한 구박덩이면서도 악바리같은 캐릭터라서, 인기의 폭발력은 이효리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비교적 안티를 끌어모을 가능성이 적다고 볼 수 있지요. '런닝맨'의 시청자들은 대부분 그녀에게 호감을 느낄 뿐, 밉다고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그녀에게 쏟아졌던 관심들과 달리 저는 별로 희망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예능감이 결코 이효리에 비할 바는 못된다고 느꼈기 때문에, 단..
'슈퍼스타K2'의 열혈시청자 대열에 한참 뒤늦게 합류한 저는, 지난 주 '허각의 우승을 기원하는 이유' 라는 포스팅을 했었습니다. 저의 판단에는 허각의 노래 실력이 월등하게 느껴졌고, 준결승전에서의 존박은 상대적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었지요. 게다가 세상의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반감과 어설픈 애국심(?)까지 합쳐져, 저의 마음은 삽시간에 허각에게로 기울었습니다. 그런데 단 한 번의 시청으로 '슈퍼스타K2'의 재미에 푹 빠져든 저는 급기야 지난 방송을 모조리 찾아서 다 보고야 말았습니다. 스스로 놀랄 만큼의 열의였습니다. 그리고 보면 볼수록 처음과는 달리 존박의 순수한 매력에 이끌리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물론 허각의 실력이 더 뛰어나고 우승자의 자격이 있다는 원래의 판단은 지금도 변함이 없지만, ..
이번 주 '해피투게더'를 보면서 새삼 절실하게 느낀 사실은, 대단한 끼와 재능을 지녔으면서도 그에 합당한 인기를 누리지 못하는 연예인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초대손님은 영화 '참을 수 없는'의 주연배우 3명과 '남자의 자격' 합창단 멤버 2명이었지요. 정찬, 김흥수, 추자현도 나름 열심히 하려는 것이 눈에 보이긴 했지만 선우와 박슬기의 활약이 없었다면 굉장히 썰렁했을 방송이었습니다. 특히 박슬기의 존재감은 독보적이었습니다. 초반부터 소찬휘의 tears를 부르며 춤과 노래로 분위기를 띄우더니, 다년간의 리포터 활동으로 터득한 인터뷰 요령을 맛갈스럽게 풀어내며 아낌없는 웃음을 선사하더군요. 그녀의 춤과 노래실력은 단연코 수준급이었으며, 예능감은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끌벅적한 축제 분위기로 ..
박칼린과 함께 했던 '하모니' 미션이 끝난 후 어쩔 수 없는 허탈감을 느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자의 자격'은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초심' 프로젝트가 기대 이하여서 실망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한창 상승세인 프로그램의 기가 꺾일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이제 '남자의 자격'과 '1박2일'의 주도권은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잠시 '1박2일'에 대한 언급을 해 본다면, 이 프로그램의 하락세는 이미 너무나 뚜렷해서 과연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말이 좋아서 '센티멘털 로망스' 여행이었지, 정작 그들이 한 일이라고는 몇 곡의 노래를 틀어놓고는 편안히 드라이브하여 설악산에 다녀 오면서, 점심을 배터지게 먹고 저녁도 배불리 먹고 모두 안락한 실내취침을 한 것이 전부였습..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선우용녀와 박영규는 여전히 녹슬지 않은 예능감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들은 MC 박미선과 더불어 잠시 즉흥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어요. 몇 년째 백수로 처가살이를 하면서 만날 얻어먹기만 좋아하는 사위를 나무라는 선우용녀 할머니와, 그런 장모님한테 서운해하는 박영규, 그 와중에 등장해서 남편의 편을 드는 박미선이라는 설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10년 전의 미달이네 가족을 그대로 다시 보고 있는 것만 같더군요. '순풍 산부인과'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니 참 많이도 그립고 정겨웠습니다. 저는 그 작품 이후로 김병욱 PD 시트콤의 매니아가 되었지요. '스타 퀴즈' 코너에서 박영규가 자신을 소재로 낸 문제는 "박영규는 영화촬영장에서는 ○○가 되고 싶어한다" 였는데, 정답은 '..
언제나 상상을 초월하는 도전으로 기막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는 '무한도전'에서 또 하나의 기상천외한 아이템을 내놓았습니다. 지난 6년간 '무한도전'을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를 떠올리고, 오직 텔레파시만으로 서로 교감하여 같은 장소에 7명이 모여야 미션이 종료되는 것이었지요. 어찌 보면 말도 안 되는 미션이었지만 '무한도전'이기에 꼭 불가능하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이 처음부터 들었습니다. 그들은 워낙 오랜 세월을 함께 하며 많은 추억을 공유했고, 서로를 너무 잘 아는 사람들이었으니까요. 휴대전화를 모두 빼앗긴 채, 그들은 각자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가장 멀리 가는 사람이 우승하는 거라는 제작진의 말에 속아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속은 줄도 모르고 우직하게 가장 멀리 갔던 사람은 바로 정준하였지..
준결승전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슈퍼스타K2' 방송을 보았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볼 생각이 없었는데, 지난 주 토요일 아침에 Daum view가 온통 안타까운 탈락자 강승윤의 이름으로 도배가 되는 것을 보면서, 대체 어떤 프로그램이기에 이러는가 싶은 궁금증이 드디어 폭발해 버렸던 것입니다. 물론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기사들을 통해 웬만한 정보는 다 알고 있었으며, 쟁쟁한 심사위원들의 이름만으로도 그 권위가 만만치 않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지만, 방송을 직접 보기 전까지는 "세상에 노래 잘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일개 오디션 프로그램이 뭐 그리 재미있을까?"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한 번 보고 나니 왜 이토록 화제가 되고 있는지 그 이유를 바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