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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 그 본질을 되새겨 준 최형인 교수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남자의 자격' 그 본질을 되새겨 준 최형인 교수

빛무리~ 2010. 10. 1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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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칼린과 함께 했던 '하모니' 미션이 끝난 후 어쩔 수 없는 허탈감을 느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자의 자격'은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초심' 프로젝트가 기대 이하여서 실망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한창 상승세인 프로그램의 기가 꺾일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이제 '남자의 자격'과 '1박2일'의 주도권은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잠시 '1박2일'에 대한 언급을 해 본다면, 이 프로그램의 하락세는 이미 너무나 뚜렷해서 과연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말이 좋아서 '센티멘털 로망스' 여행이었지, 정작 그들이 한 일이라고는 몇 곡의 노래를 틀어놓고는 편안히 드라이브하여 설악산에 다녀 오면서, 점심을 배터지게 먹고 저녁도 배불리 먹고 모두 안락한 실내취침을 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은지원과 김종민이 설악산 등반을 하긴 했으나, 그것으로 만회하기는 어림도 없었지요.

노래의 제목과 가수를 맞히는 미션은 사실 너무 단순하고도 쉬운 것이었고, 팔씨름 대결은 동네 아이들의 즉흥 게임이나 다름없었으며, 오래된 '쟁반노래방'을 변형시켜서 활용해 본 '입수노래방' 역시 별다른 준비과정이나 노력을 요구하지 않는 거저먹기 아이템이었습니다. 하다못해 노래도 너무 쉬운 '오빠 생각'을 선곡했기 때문에, 가사를 유추해 가는 과정도 아무런 긴장감이 없었지요. 조용필의 노래를 감상하면서 단잠에 빠지는 그들의 모습은 그저 회당 수백만원의 출연료를 받으면서, 룰루랄라 놀러 온 사람들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에 비해 '남자의 자격' 멤버들은 오늘도 각자의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땀방울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번 주 '남자의 자격'은 '초심 찾기'에 뒤늦게 합류한 이정진의 이야기가 짧게 소개된 이후, 장장 6개월 넘게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자격증' 프로젝트에 관한 내용이 방송되었지요. 비록 '자격증' 편은 지난 여름에 촬영해 둔 것임을 알 수 있었지만, 한창 '하모니' 미션을 위해 굵은 땀방울로 연습에 매진하고 있던 그 무렵에 또 다른 방면으로도 노력을 병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저는 감동스러울 뿐이었습니다.

이정진의 초심 찾기는 '인터뷰 게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자기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듣는 '나'에 대한 이야기였지요. 이정진은 주로 존경하는 선배들을 찾아가 겸허한 자세로 그들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를 보여주었고 선배들은 아끼는 후배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경규는 남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지 말고 욕을 먹더라도 과감히 도전하는 자세를 가지라고 조언했으며, 정보석은 연기를 통해 세상에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외칠 수 있는 열정적인 배우가 되라고 격려해 주었지요. 그 중에도 이정진의 은사 최형인 교수의 말은 저의 뇌리에 가장 커다란 흔적을 남겼습니다.


최형인 교수의 유명한 제자들 이름을 읊어 보자면 유오성, 장동건, 이영애, 최지우, 채시라, 최민식, 송강호 등 너무도 많습니다. 몇 년 전 유오성이 오랜만에 TV 드라마에 출연하여 '장길산'을 연기하고 있을 때, 최형인 교수는 유오성에게 일부러 연락해서 "네 연기에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 있다. 조만간 찾아와서 다시 배우고 가거라." 하고 명령했다더군요. 제 눈에는 언제나 연기의 신이 강림한 것처럼 보이는 유오성이건만, 스승의 매서운 눈에는 여전히 헛점투성이였던 모양입니다.

젊은 제자 이정진에게도 최형인 교수는 인정사정 없는(?) 날카로운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남자의 자격' 제작진이 이정진을 위한 인터뷰를 요청하자 최교수는 "다 필요 없으니 학교로 돌아오라고 해라." 하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몰랐는데 이정진은 장기 휴학중이더군요. 최교수는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습니다.


"안 배우고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 배포, 그 배짱들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어. 공부를 많이 하면 할수록 더 좋은 배우가 되는 것인데... 초심? 마음 심(心)자라고 마음만 가지면 되는 줄 아니? 행동으로 옮겨야 돼... 그래도 요즘 네 연기를 보면 많이 좋아졌더라. 모든 배우들이 예능 프로를 거치고 나면 연기가 좋아져요. 망가질 수 있는 프로라서, 사람이 망가지고 나면 두려울 게 없으니까... 더 망가지고 더 과감하게 자신을 넓힐 수 있었으면 좋겠어. 나는 아직도 정진이가 70점 정도밖에 안 보여준 것 같아."

어느 덧 중년의 나이에 이르른 제자들에게도 끊임없는 공부를 요구하는 최형인 교수의 열정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타고난 재능이나 지나 온 경험에만 의지하지 않고 부단히 노력하는 것만이 좋은 배우가 되는 길임을, 그 단순한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해 준 스승이었습니다. 정극 배우의 예능 출연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 또한 존경스러웠습니다. 두려움 없이 자기를 던지고 망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그녀의 말은, 욕을 먹더라도 물러서지 말고 과감히 두 발짝 앞으로 나서라는 이경규의 조언과 신기하게도 닮아 있더군요. 

최형인 교수는 외부에서도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어 보았습니다. 어찌 보면 그들은 이미 배움의 시기를 지나버린 중년의 아저씨들인데, 매번 도전하는 미션마다 쉽지 않은 학습을 요구하는 것이었지요. 언젠가 이경규는 요즘 중학생인 딸 예림이보다 더 공부를 많이 한다고 투덜거린 적이 있었습니다. '남아일언 중천금' 때문에 영어 레벨 테스트도 받아야 하고, '하모니' 때문에 음악 수업도 받아야 하고, 자격증 도전 때문에 제빵학원도 다녀야 하니까 말입니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도전하는 아저씨들을 보면서 저는 왠지 모를 희망을 품게 되더군요. 뜻과 열정만 있다면, 그 어떤 일을 시작하기에도 너무 늦은 시기는 없다는 것을 자꾸만 되새기게 해주었기에, 때때로 의기소침해질 때마다 '남자의 자격'은 예상보다 꽤 커다란 격려가 되어주곤 했습니다. 중년의 행정직 종사자인 고중석씨의 진지함을 보고, 합창단 멤버를 뽑는 오디션에서 그 사람을 기준으로 삼았었다는 박칼린의 말 또한 '남자의 자격'의 본질을 제대로 꿰뚫은 것이었습니다.

김성민이 굴삭기 운전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은 물론 축하할 일이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한 멤버들의 노력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습니다. 특히 김태원이 자격증 도전을 위해 만들어 놓은 알공예 작품들은 너무나 섬세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생각해 보면 김태원은 '남자의 자격'을 통해 완전히 새사람으로 거듭났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초창기에는 시체 컨셉이기도 했지만 실제로도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던 그 사람이, 지금은 술도 끊고 운동도 꾸준히 몇 개월째 하면서 매사에 적극적으로 뛰어다닐 뿐 아니라, 손도 떨지 않고 그 섬세한 알공예마저 척척 해낼 정도가 되었으니까요. 거의 전율이 느껴질 정도의 변화입니다.


무슨 일이든 가장 열심히 하고, 동료들에게도 늘 헌신적인 따뜻함을 잊지 않는 이윤석의 모습은 오늘도 역시 최고의 감동이었습니다. 이윤석은 '개그콘서트'에 참가함으로써 자기의 미션을 끝냈는데도 불구하고, 김태원의 '초심' 밴드에까지 기꺼이 참여하여 사회도 봐주면서 분위기를 살려 주었지요. 그리고 김성민이 굴삭기 자격증 시험을 치르는 안산에까지 응원하러 따라가서 방송 분량을 뽑아 주었습니다. 만약 이윤석이 없었다면 김태원의 밴드도 김성민의 시험도 한결 썰렁하고 외로워 보였을 거예요. 게다가 이경규의 오른팔인 만큼 그의 제빵학원에까지 시험을 응원하러 따라갔던 것은 말할 나위도 없었지요.

날마다 공부하고 새로움에 도전하며 힘찬 인생을 일구어 가는 '남자의 자격'을 저는 아주 많이 사랑합니다. 그 형식을 똑같이 따라 하지는 않더라도, 그 정신만은 모든 예능 프로그램에서 본받아야 할 거라고 생각해요. 특히 침몰 직전의 위기에 처해 있는 '1박2일'에서는 이번의 '초심' 프로젝트를 한 번쯤 벤치마킹 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배부른 돼지를 오랫동안 구경하고 싶어하는 시청자는 많지 않을 테니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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