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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2' 우승자보다 더욱 빛났던 존박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슈퍼스타K2' 우승자보다 더욱 빛났던 존박

빛무리~ 2010. 10. 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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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2'의 열혈시청자 대열에 한참 뒤늦게 합류한 저는, 지난 주 '허각의 우승을 기원하는 이유' 라는 포스팅을 했었습니다. 저의 판단에는 허각의 노래 실력이 월등하게 느껴졌고, 준결승전에서의 존박은 상대적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었지요. 게다가 세상의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반감과 어설픈 애국심(?)까지 합쳐져, 저의 마음은 삽시간에 허각에게로 기울었습니다.

그런데 단 한 번의 시청으로 '슈퍼스타K2'의 재미에 푹 빠져든 저는 급기야 지난 방송을 모조리 찾아서 다 보고야 말았습니다. 스스로 놀랄 만큼의 열의였습니다. 그리고 보면 볼수록 처음과는 달리 존박의 순수한 매력에 이끌리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물론 허각의 실력이 더 뛰어나고 우승자의 자격이 있다는 원래의 판단은 지금도 변함이 없지만, 최소한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존박에게 환호하고 그의 실력을 인정하는지는 분명히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특유의 순진한 미소와 따뜻하게 타인을 배려하는 태도는 사랑받기에 충분했습니다.


특히 슈퍼위크를 시작할 무렵,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김그림의 조 바꾸기 상황에서였습니다. 이미 각종 기사들을 통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다 알고 봤는데도, 김그림의 이기적인 태도에는 좀 화가 날 지경이었지요. 다른 누구를 탓할 상황도 아니고 모두 자신의 선택으로 빚어진 일이었는데,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혼자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으니 더욱 곱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그렇게 하면서까지 합류하고 싶어했던 허각과 존박의 팀에서도 김그림의 태도를 모두 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자기의 뜻이 이루어졌는데도 아직까지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흐느끼는 김그림의 옆에서 따뜻하게 위로하는 존박의 모습이 화면에 비쳤습니다. 이제껏 함께 연습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뜩이나 적응이 어려울 그녀를 위해 염려하며 "누나, 화음... 괜찮겠어요?" 하고 부드럽게 토닥이며 격려하는데, 그 모습은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좋은 태도를 보이는 동료만이 아니라 눈살 찌푸려질 행동을 하는 동료까지도 마음으로 이해하고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그의 자세는 아름다운 대인배였습니다.


허각이나 장재인도 마찬가지였지만, 존박 역시 중간에 몇 차례의 탈락을 경험하고 패자부활전을 거치며 결승전까지 올라왔습니다. 멀리 미국에서부터 꿈을 찾아 어머니의 나라에 왔으니 그만큼 이 대회에 대한 애착도 컸을 터인데, 심사위원의 혹평과 탈락 선언이 이어질 때마다 존박은 한 번도 불만스런 기색을 내비친 적이 없었습니다.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 대회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사람이었으니, 어쩌면 자존심이 상하고 억울하다 느낄 수도 있는 일이었지요. 하지만 그는 항상 겸허한 자세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했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쿨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존박은 허각보다 3살이나 어렸지만, 때로는 오히려 그가 형 같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무척 마음이 여리고 눈물이 많은 허각에 비해, 존박은 언제나 듬직하고 어른스러운 품위를 유지하더군요. 게다가 목소리도 중후한 낮은 톤이라 더욱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어요. 두 사람의 독특한 우정은 회가 거듭될수록 더욱 눈길을 끌었습니다. 동료의 탈락이 자기 때문인 것 같다면서 허각이 눈물을 뚝뚝 흘리면, 동생인 존박이 커다란 체격으로 자그마한 형을 그야말로 폭~ 감싸 안으며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운 어조로 위로하곤 했었지요.


존박이라는 사람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결승전에서 최고조로 빛을 발했습니다. 제가 더 높이 평가하던 허각이 우승한 것은 물론 좋았지만, 그 곁에서 보여준 패배자 존박의 태도는 오히려 허각보다 더욱 돋보였습니다. 이제껏 대부분의 탈락자들은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을 흘렸고, 때로는 울지 않더라도 숨길 수 없는 아쉬움을 드러냈었지요. 꿈을 향해 달려 온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눈물과 아쉬움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존박은 그들과 아주 많이 다른 태도를 보였습니다.

최종 우승자의 이름으로 허각이 호명되는 순간, 존박의 얼굴에 드러난 미소는 더없이 밝고 환했습니다. "아, 정말 예쁘다~"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저는 모든 사람의 시선이 허각에게로 쏠릴 때, 한쪽 옆으로 물러서서 아낌없이 박수를 치고 있는 존박의 모습을 몇 초 동안 계속 바라보았습니다. 허각은 역시 마음 여린 사람답게 감동의 눈물을 멈추지 못했고, 그의 가족들도 무대로 올라와 축하하면서 눈물을 흘리더군요.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러간 뒤, MC 김성주가 준우승자 존박을 호명하자 그는 여전히 환한 웃음으로 나서서 말했습니다. "각이 형, 너무 축하합니다. 저는 각이 형이 될 줄 알았어요."


존박의 태도가 결코 가식이 아니라는 것을 저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없는 소리를 억지로 하는 표정이 아니었어요. 그는 허각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던 고국 땅에서 자기를 위해 생일파티를 열어 주었던 각이 형... 소미션의 우승자로서 얻은 권리를 자기 어머니를 한국에 초청해 주는 데에 사용했던 각이 형... 그런 허각을 존박이 얼마나 마음 깊이 사랑하고 있는지가 느껴졌습니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최종 결승전까지 올라왔으니 만큼 아쉬움이 더욱 클 법도 한데, 그의 표정은 한없이 즐겁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수퍼스타K2'는 그 경이로운 시청률과 화제성 만큼이나 흠잡을 데 없는 최고의 마무리를 이루어냈습니다.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감동적이고 완성도가 높은 예술이었습니다. 능력을 지녔으면서도 빛을 못 보던 평범한 사람 허각에게 우승을 안겨줌으로써 이 세상이 불공평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었고, 승패에 집착하지 않는 쿨한 대인배 존박을 통해 아름다운 패배자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저는 언젠가부터 승자보다 패자의 모습을 더욱 집중해서 보는 습관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패자에게서 더욱 배울 점이 많기 때문이었습니다. 승리는 그저 기쁘게 누리면 되는 것이지만, 패배는 견디어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인생 속에서 끊임없이 난관에 봉착하고 수많은 패배를 경험하게 됩니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우리의 삶은 모두 다 마찬가지입니다. 패배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그의 인생은 달라진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겨우 23살의 어린 청년 존박은 승리가 아닌 패배를 통해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진실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허각의 우승곡이 되어버린 조영수 작곡의 '언제나'는 존박으로서도 결승전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여 연습했지만 이제 승리자에게 빼앗겨 버린 노래였지요. 속이 쓰릴 법도 한데 허각이 앵콜곡을 부를 때 티없는 미소로 화음을 넣으며 함께 불러주는 존박의 모습은 경이로울 지경이었습니다.


우승자 허각에게 보내는 축하 만큼이나, 저는 준우승자 존박에게도 축하를 보냅니다. 무엇보다 훌륭한 인품이 그의 앞날에 빛을 비추어 줄 것이니, 그는 성공하지 않을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사람입니다. 존박의 고운 미소는 어머니를 닮았더군요. 그 어머니의 눈빛에도 아쉬움은 찾아 볼 수 없었고, 그저 기쁨과 대견함만이 가득했을 뿐입니다. 앞으로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언제까지나 행복한 삶을 이루어나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끝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서 아주 많이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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