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무한도전' 텔레파시, 인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무한도전' 텔레파시, 인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다

빛무리~ 2010. 10. 17. 08:00
반응형






언제나 상상을 초월하는 도전으로 기막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는 '무한도전'에서 또 하나의 기상천외한 아이템을 내놓았습니다. 지난 6년간 '무한도전'을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를 떠올리고, 오직 텔레파시만으로 서로 교감하여 같은 장소에 7명이 모여야 미션이 종료되는 것이었지요. 어찌 보면 말도 안 되는 미션이었지만 '무한도전'이기에 꼭 불가능하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이 처음부터 들었습니다. 그들은 워낙 오랜 세월을 함께 하며 많은 추억을 공유했고, 서로를 너무 잘 아는 사람들이었으니까요.

휴대전화를 모두 빼앗긴 채, 그들은 각자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가장 멀리 가는 사람이 우승하는 거라는 제작진의 말에 속아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속은 줄도 모르고 우직하게 가장 멀리 갔던 사람은 바로 정준하였지요. 파주 출판단지까지 갔었노라고 나중에 자랑하는 그 모습은 좀 웃기기도 했지만, 제게는 감동이었습니다. 많이 둔해 보이기는 하지만, 주어진 미션에 무작정 최선을 다하는 단순한 모습이 무척이나 듬직해 보이더군요. 레슬링 특집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투혼이 아직도 제 머릿속에 남아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시간 동안 멀리 갈 수 있는 만큼 뿔뿔이 흩어진 상태에서 그들은 진짜 미션을 받아들게 됩니다. 텔레파시라니... 상상조차 못했던 황당 미션에 모든 멤버들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한데, 그래도 어쨌든 나름대로 기억을 더듬으며, 간절한 소망과 함께 또 달리기 시작합니다.


유재석의 선택은 좀 의외였습니다. 분명 미션에는 7명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야 한다고 했는데, 첫방송 촬영지를 선택했다는 게 말이지요. 그 때 함께 있었던 멤버는 정형돈과 노홍철뿐이었으니, 모두 다 모인다고 해도 3명에 불과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한 사람도 소홀히 대하지 않는 세심한 유재석이 오직 3명만을 위한 장소를 선택했다는 것이 좀 이상하긴 했지만, 한편으로 가슴이 찡했던 것은 '무한도전'에 대한 유재석의 애정을 짐작할 수 있어서였습니다. 이제껏 6년을 함께 함께 달려 온 '무한도전'... 유재석은 처음 시작하던 순간을 가장 감동적인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치 부모로서 갓 태어난 아기의 모습을 처음 보던 그 순간을 기억하듯이... 그런 거 아니었을까 싶어요.

별로 어려운 미션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제가 했던 이유는, 가장 최근에 끝났던 대형 프로젝트 '레슬링 특집'의 기억이 너무 생생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각자의 마음 속에서 의미 있는 장소는 물론 다르겠지만, 다른 사람들과 공통적인 장소여야 하니까 그 점을 중요시한다면, 어렵지 않게 모두 장충체육관에서 모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지요. 사실 '레슬링 특집' 만큼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고통스럽게 만들어낸 방송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고, 무엇보다 가장 최근의 일이니까 가장 많은 멤버들이 생생히 떠올릴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역시 한 길 사람 속은 모를 일이라고, 장충체육관으로 끝까지 달려간 사람은 정준하와 하하 둘 뿐이었습니다. 길이는 그 쪽으로 가다가 중간에 방향을 틀었지요. 결국 정형돈과 길은 같은 여의도 공원에 있으면서도 다른 쪽에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고, 유재석은 고양 종합운동장에, 노홍철은 압구정동 연습실에, 박명수는 여의도 한강공원에 멈춰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특히 정형돈은 하하를 군대로 떠나보내기 전에 게릴라 콘서트에서 그가 흘렸던 눈물을 기억하고, 하하를 만나기 위해 그 장소로 뛰어갔는데 하하는 그 곳에 없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답답했지만, 가장 크게 느껴지는 감정은 애틋함과 그리움이었습니다. 언제나 지겹도록 보아 온 얼굴들, 가장 가까이에 있던 사람들이건만, 정작 만나려고 하니까 마음이 통하지 않아서 자꾸맛 엇갈리며 만나지 못하는 그 안타까움이 얼마나 간절했던지요. 뿔뿔이 흩어진 후 처음으로 두 사람이 만나던 순간, 장충체육관에서 하하와 정준하가 마주치던 순간의 희열은 예상보다 몇 배의 감동이었습니다. 눈물이 울컥 새어나올 정도였어요.


비록 아직은 두 사람밖에 못 만났지만 다음 주에는 둘씩, 셋씩 모여서 점점 더 큰 물방울을 만들어갈 모양이더군요. 무작정 혼자 시작해야만 했던 처음이 가장 어려웠으나,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조율하다 보면 점점 더 큰 그림이 그려지며 서로를 찾기도 쉬워지겠지요. 예고편에서는 누군가를 만났는지 "보고 싶었어~!" 라고 외치는 유재석의 진심어린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습니다.

"으허헝~ 나는 아무도 못 만나는 줄 알고... 엉엉~" 목놓아 울어대는 사람은 정형돈이었습니다. 아이고,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눈물나게 만드는 목소리던데, 막상 그 앞에서 함께 울었을 동료는 누구일지 궁금하더군요. 장충체육관으로 가는 도중에 중얼거리던 하하의 모습도 눈시울을 붉어지게 만들더군요. "다들 어디 있는 거야? 혼자 있으니까 너무 외로워.." 


'무한도전' 텔레파시 특집은 사람과 사람의 인연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새삼 깨우쳐 주었습니다. 이 넓은 세상에서 우연인 듯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사실은 몇 천만분의 일, 몇 억분의 일로 만나게 된 소중한 인연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서로를 애타게 그리워하며 만나려고 애쓰는데도 만나지 못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홀로 세상에 떨어진 우리 자신의 모습이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맞는 파트너를 만나고 싶어하지만, 운 좋게 잘 만나서 행복을 일구어 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해서 외로운 사람들도 많습니다. 때로는 잘못 만나 서로 상처만 받고 헤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남녀간의 관계도 그렇고, 사업상의 파트너도 그렇고... 생각해 보니 만남이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손바닥만한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언제든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쉽게 만날 수 있었기에, 그 동안 우리는 잘못 생각해 왔던 것입니다. 늘 당연한 듯 우리 곁에 있는 사람의 존재가, 사실은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 것인지를 뼈저리게 깨우칠 수 있었던 방송이었습니다.


* Daum 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버튼을 누르시면, 새로 올라오는 제 글을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