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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의 새로운 법칙, 책임할당제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1박2일'의 새로운 법칙, 책임할당제

빛무리~ 2010. 11. 2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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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C와 MC몽이 빠진 이후 5인 체제로 유지되고 있는 '1박2일'을 보면, 요즈음 새로이 등장한 패턴이 눈에 띕니다. 예전처럼 3:3 복불복의 재미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가 김종민은 여전히 발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동안 '1박2일'은 고생하는 만큼 좋은 반응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었지요. 말하자면 아무리 먼 곳까지 가서 개고생을 하다 와도 정작 방송이 재미없게 느껴지면 시청자는 냉정히 등을 돌려 버리니까요.

그런데 '만재도' 편에서부터 시작된 '책임할당제'는 이제 암암리에 고정적 패턴으로 자리잡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말하자면 이 한 몸 바쳐서 그 날의 방송을 책임지는 인물이 등장했다는 것이지요. 꼭 1명의 주인공을 설정하고 때에 따라 희생양(?)이 되거나 영웅이 되는 이 패턴은, 예전과 같이 빵빵 터지는 웃음은 보장 못하더라도 감탄과 감동을 자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절반의 성공이라 보아도 좋을 듯 하군요.


'만재도' 편의 주인공은 이승기였습니다. 물론 낚싯대를 던지는 족족 우럭을 잡아올리며 "낚았데이!"를 연발하던 이수근의 활약도 크긴 했지만, 그건 의도적인 게 아니라 좋은 운이었지요. 그에 비해 이승기는 전적으로 의도된, 일방적인 자기의 노력으로 방송을 살려냈습니다. 처음에 이승기는 좀처럼 물고기를 낚지 못했으나 엄청난 고집과 끈기로 형들이 모두 베이스캠프로 돌아간 후에도 그 자리에 남아서 끝까지 낚시를 배웠고, 결국은 '손맛'이 어떤 것인지를 체험하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뿐만 아니라 형들을 위해 갓 잡은 우럭을 직접 회로 떠서 가져가는 마무리까지 확실하게 처리했습니다. 그 와중에 이승기는 밥차 아주머니에게 회 뜨는 방법을 배웠고, 초보이면서도 의외의 솜씨를 자랑하더니 "요리가 재미있다!"고 되뇌이면서 룰루랄라 신나게 전리품을 들고 형들에게로 돌아가는 기특함을 보여 주었습니다. 자칫 고생만 실컷 하고 너무 밋밋한 방송이 될 뻔했던 '만재도' 편은 이승기의 활약으로 인해 괜찮은 방송 분량을 뽑을 수 있었지요. 비록 다큐멘터리 비슷하긴 했지만, 너무 성실하고 예쁘게 구는 국민남동생의 모습은 흐뭇하기만 했습니다.


이어서 그 다음 주, 울릉도에 가려다가 날씨 탓으로 좌절되었던 '즉흥여행' 편에서는 단연 강호동이 주인공이며 희생양이며 영웅이었습니다. 그러잖아도 좀처럼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1박2일'인데 설상가상 모든 계획이 취소되고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할 지경이니, 사실 '즉흥여행' 편은 위기 중의 최대 위기였지요. 일각에서는 그 모든 것이 미리 짜여진 각본이었다는 의견도 있지만 글쎄 뭐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을 듯하고, 어쨌든 아무것도 마련된 것 없이 방송을 만들어내야 하는 사상 최대 위기상황에서, 드디어 팀장이며 맏형인 강호동은 결단을 내립니다. 방송 데뷔 후 20년간 고이 아껴 두었던 그만의 보물창고, '씨름'을 전격 개방했던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강호동이 책임진 '즉흥여행' 편은 대성공이었습니다. 강호동이 아니었다면 이만기와 같은 거물을 급작스레 섭외할래야 할 수도 없었을 텐데,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씨름의 신(神) 이만기가 선선히 방송에 협조할 것을 약속했으니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다름 없었지요. 그로써 생각지도 않은 '명사 특집 - 이만기 편'을 구성하게 된 '1박2일'은 박찬호 때에 이어 최고 감동의 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습니다.


그 여행에 강호동은 자기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바쳤습니다. 긴 세월 동안 소중히 아껴 왔던 씨름에 대한 추억을 풀어 놓았고, 혼신의 힘을 기울여 대선배와 대결을 펼치며 온몸의 진을 짜내는 듯 굵은 땀방울도 흘렸고,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는 승부사의 쿨함을 드러냈으며, 중간에 얻어냈던 한 판의 승리조차 선배의 배려로 인한 것이었음을 스스로 밝히는 진솔함과 겸손함까지 보여주었습니다. 대결을 마친 후에는 기꺼이 자신의 사비를 털어, 씨름의 명맥을 잇고 있는 후배들에게 엄청난 양의 저녁식사를 대접하기까지 했습니다.

강호동과 이만기, 두 호랑이가 전해 준 감동의 물결은 아직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로써 '1박2일'은 예능의 재미와 동시에 엷어져 가는 민속 씨름에 대한 대중적 관심까지 불러일으키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1박2일'의 둘쨋날 아침, 호쾌하면서도 훈훈한 인사를 남기고 이만기가 떠나가자, 강호동은 외쳤습니다. "아, 역시 한 지역에 호랑이는 한 마리만 있어야 돼..ㅎㅎ 얘들아, 가자!" 그의 홀가분한 표정은 대선배의 기백에 눌려 있다가 해방된(?) 이유이기도 했으나, 최대 위기에 봉착했던 프로그램을 자신의 힘으로 반전시켜 대성공을 이끌어냈따는 흐뭇함을 가득 담고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 전남 장흥에서 이루어진 '식도락 여행' 편은 아직 절반밖에 방송되지 않았으나, 은지원이 강호동으로부터 그 바통을 이어 받았음이 확실히 보였습니다. 사실 이번 방송의 헛점이 있었다면, 절대 무시할 수 없었던 '차량 선택'의 부분이 어떤 식으로 결정되었는지 자세한 과정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천관산 정상에 올라가 식권을 뽑아 오는 미션에서, 어떤 스태프의 차랑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지차이로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누가 봐도 가장 유리한 것은 직접 그 곳에 답사를 다녀 온 대주 작가의 차량이었는데 말입니다.

네비게이션조차 이용할 수 없게 만들어 놓고, 길을 잘 아는 스태프와 길을 전혀 모르는 스태프의 차량을 동등한 조건으로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당연히 복불복이나 게임을 통해 결정했어야 맞는 거였어요. 아마도 피 튀기는 경쟁이 되지 않았을까 싶군요. 하지만 그들은 마치 대충 골라잡기를 하는 것처럼 차량을 선택했고, 지름길을 알고 있어서 거의 1등이 확정적인 대주 작가의 차량은 은지원에게로 돌아갔습니다.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방송의 재미를 위해서 1등은 무조건 은지원이 차지해야 했던 것입니다. 은초딩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1등으로 도착했다면 어찌 식권을 3개나 뽑아 오는 장난을 칠 수 있겠습니까? 은지원의 활약이 없었다면, 이번 주 방송은 굉장히 밋밋했을 것입니다. 그들이 한 일이라고는 바지락회 비빔밥을 보면서 군침을 흘리다가, 허위허위 등산을 하며 식권을 뽑아갖고 와서 간신히 아침식사를 하는 게 전부였을 테니까요. 그러나 은지원 때문에 '식도락 여행 - 1편'은 깨알같은 스릴과 빵빵 터지는 웃음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하필이면 딱 좋은 위치에 정박되어 있었던 배도 그렇고, 설정의 느낌이 새록새록 들기는 했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얼음같은 바닷물에 바지를 모두 적시면서까지 배 위에 2개의 깃발을 꽂아두고 온 은지원의 활약이 헛되지 않도록 강호동과 이수근은 든든한 뒷받침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좀처럼 배 위에 오르지 못하고 수차례나 '부드럽게' 바닷물에 전신을 담그고 입수한 강호동이며, 깃발을 뒷주머니에 숨긴 채 강호동을 속이고 잽싸게 4위를 차지한 이수근의 몸놀림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칭찬받을만 했어요.


덕분에 은지원은 강호동과 이수근에게 붙잡혀 역시 온 몸이 차가운 바닷물에 젖는 고난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1박2일'의 새로운 법칙 '책임할당제'에 의해 이번 주 방송의 주인공을 맡게 된 이상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할 일이었지요. 저의 예상대로라면 다음 주 '식도락 여행 - 2편'에서도 은지원의 튀는 활약은 계속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나저나 우리의 김종민은 어찌해야 할까요? 케케묵은 어리바리 컨셉이 통하지 않자 이젠 그것마저 버리고, 아무 재미도 없는 얌전한 모범생 컨셉을 유지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야생 버라이어티에 오면서 패션을 포기할 수 없다고 구두를 신고 오더니, 등산을 하라면 그냥 시키는 대로 비틀비틀 등산이나 하고, 1등이나 꼴찌를 하면 피곤해지니까 적당히 3등이나 해서 폭풍은 피해 가고, 형들이 차가운 바닷물에 홈빡 젖으며 방송 분량을 살릴 때 보송보송한 차림으로 맛있게 밥이나 먹으니 말입니다.


사실 '만재도' 편은 낚시 매니아라는 김종민을 위해 마련된 것이었을 텐데, 그는 입에 넣어주는 밥도 제대로 씹어 삼키지 못하니 궁여지책으로 이승기가 나서서 그 날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었지요.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책임할당제'에서도 제외될 확률이 높습니다. 다시 그를 믿고 맡기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거든요. 위기가 너무 오래 지속되고 있는 지금의 '1박2일'은 어느 한 멤버의 사정을 보아 줄 단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제작진도 깨달았을 겁니다. 어쨌든 새로운 멤버를 물색하고 있는 중이라니까 조만간 태풍이 몰아치겠군요. 오랜만에 다음 주 방송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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