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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한 달 후 '나는 가수다'가 본격적으로 새출발을 하면 아무래도 가장 타격을 받는 프로그램은 '남자의 자격'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단 방송 시간이 정확히 겹치고, 양준혁이라는 새 카드가 있기는 하지만 폭발적인 화제성면에서 '1박2일'의 엄태웅과 비교할만큼은 아니니까요. 게다가 '나가수'에는 연령대가 높은 시청층도 상당히 많기 때문에 이 또한 '남자의 자격과 겹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래도 느릿하고 속편한 예능 '남자의 자격'이 무척 좋습니다. 어떤 쪽을 본방사수할지는 모르지만, 절대로 '남격'을 외면하지는 않을 거예요. 이번 주에 여섯 아저씨들은 오랜만에 시골집으로 내려가 '귀농'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제작진이 1년 계약에 300만원을 주고 임대했다는 이 시골집은 전북 고창에 있는데, 참으로 정겹고..
2년 전 '슈퍼스타K'에 잠시 출연했던 방시혁의 외모가 갑작스레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솔직히 왜 이제와서 뜬금없이 이런 과거의 사진이 떠돌며 눈길을 끄는 것인지, 저는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그 당시 '슈스케'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모습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며, 몇 장의 캡처사진 정도는 갖고 있는 사람도 부지기수일텐데 말입니다. 무슨 온라인 커뮤니티에 그 당시 방시혁의 뚱뚱한 사진이 올라왔다고 하지만, 그 정도를 가지고 왜 각종 인터넷에서 최신기사로 다루어져야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기사의 제목들도 참으로 자극적입니다. "방시혁 과거 사진, 셔츠가 터질듯한 살집 충격!", "후덕 방시혁 과거 사진 충격! 스타일 외모 중시하더니..." 이와 같은 제목 아래에 "턱선을 찾아볼 수 없는 얼굴살과, 셔츠..
처음 등장하던 순간부터 손진영의 앞에 놓인 길은 순탄치 않아 보였습니다. 시원스런 목청은 좋았지만 전혀 다듬어지지 않아 거칠기만 하던 노래 실력이 일단 걸림돌이었지요. 아슬아슬하게 예선을 통과했지만, 아무래도 그쯤에서 멈추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미끄러졌고, 다음 단계에서 또 미끄러졌습니다. 보통은 한 번 미끄러지면 그것으로 뚝 떨어져 끝이 나는데, 손진영은 미끄러질 때마다 김태원이 손을 잡아 끌어올려 주었기에 탈락과 부활을 거듭하는 특이한 이력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의 스승이 된 김태원은, 진영이가 왜 비장함부터 먼저 배웠는지 그것이 너무 가슴아프다고 말했습니다. 손진영의 거친 노래 속에서 흘러넘치는 처절함을 보고, 김태원은 오래 전의 자기 자신을 느꼈기에 그의 손을 놓..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김태원이 아들의 자폐증을 털어놓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파란만장했던 그의 일대기는 거의 들어 알고 있었으나, 아들이 그렇게 많이 아픈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힘겨웠던 지난 날의 온갖 고통들을 이겨내고 지금은 그저 행복하게 살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그의 삶에 끝없이 계속되는 고통은 제 이마에 식은땀이 맺힐 만큼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아들 우현이는 지금 11살이지만 한 번도 아빠와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김태원은 지금도 아들과 대화하는 꿈을 꾸며 그 날을 기다리고 있다 했습니다. 자폐아에 대해 편견을 가진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 때문에 그들은 너무나 큰 상처를 받았으며, 그것이 바로 현재 김태원의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외국에서 살고 있는 이유라고 했습니다. 그의 아..
'강심장'에서 영화배우 독고영재가 들려 준 70년대의 영화 촬영 이야기는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아무리 일도 좋고 예술도 좋지만 우선은 사람이 살고 봐야 할 일인데, 무슨 영화를 찍자고 젊은 배우들의 생목숨을 담보로 잡았던 셈이니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어쩌면 그럴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물질적 환경이 열악했을 뿐 아니라 인권에 대한 가치기준도 지금과는 확연히 달랐던 그 무렵의 시대상을 반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979년, 신인배우 독고영재 주연으로 '전우가 남긴 한 마디'라는 전쟁영화가 만들어졌습니다. 영화 자체보다 더 영화같은 독고영재의 파란만장한 촬영 이야기는 모두 이 영화로부터 비롯되었지요. 물적, 인적 자원이 턱없이 부족했던 당시의 환경으로는 영화를 위해 특별히..
지난 한 주간 '나는 가수다'는 거의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어느 기사에는 '뇌사 상태'라는 표현도 등장했습니다. 그만큼 회생 불가의 상태로 보였고, 다시 일어서서 노래하는 모습은 상상조차 힘들 정도로 무너진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두번째 경연에서 그들은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나가수'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예술의 생명은 결코, 그리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다른 방법이 아닌 '노래'로써 온 세상에 증언해 주었습니다. 단지 노래가 있다면 다른 말은 필요치 않음을, 노래 이외의 다른 이유 때문에 이 무대를 사라지게 할 수는 없음을, 그래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었습니다. 첫번째로 퇴장하게 된 정엽, 지극히 아름다웠던 그의 모습이야 말할 것도 없거니와, 혼신의 힘을 기울여 공연에..
'위대한 탄생' 17회를 보았습니다. 가슴이 세차게 두근거려서 도저히 잠을 청할 수도 없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습니다. 셰인의 목소리로 울려퍼지던 '나비효과'가 지금도 귓가에 스며드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하고 좀처럼 냉정을 회복할 수가 없습니다. 저에게 이런 경험은 처음인 것 같군요. 가사를 또렷이 알아듣지도 못했는데, 노래의 느낌만으로 저절로 눈물이 흘렀습니다. 저는 초창기의 신승훈을 매우 좋아해서 그 무렵의 노래는 모두 알고 있었지만 '나비효과'는 생전 처음 들어 보았습니다. 방송이 끝나고 나서 검색해 보니 2008년에 발매된 음반의 수록곡이더군요. 전체 가사를 읽어 보았는데, 아무래도 뭔가 심상치 않아서 작사자가 누군지 궁금해졌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가사를 쓴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시인..
'추억이 빛나는 밤에'의 게스트는 보통 노주현, 김흥국, 임현식, 전영록, 최병서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배 연예인들로 구성되었으며, 심지어는 86세의 구봉서까지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요즘 예능 치고는 상당히 출연자들의 연령이 높은 편이었지요. 그런데 이번 주의 게스트는 H.O.T. 출신의 토니안과 문희준, 그리고 god 출신의 손호영, 데니안, 김태우였습니다. 하긴 수십년 전의 추억뿐만 아니라 십여년 전의 추억도 소중하니까요. 전성기 때 만약 이 멤버가 한 자리에 모였다면 그 소문만 듣고도 팬들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루었을텐데, 촬영 장소 부근이 너무도 한산하더라는 데니안의 씁쓸한(?) 멘트로 추억은 시작되었습니다. 10여년 전 H.O.T.와 god는 모두 단일앨범 판..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김영희 PD가 얼마나 피땀흘려 노력했는지, 굳이 방송 관계자가 아니라도 많은 사람이 알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아무리 크게 분노한 시청자라 해도, 김영희 PD의 노고는 모두 인정할 것입니다. 하지만 노력했다는 이유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세상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지요.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목표했던 결과를 이루지 못하고, 심지어 그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김영희 PD의 경우만 안타까운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김영희 PD를 보고, 김영희 PD 때문에 '나는 가수다'에 참여했다는 가수들이 의견을 모아 MBC측에 김영희 PD의 복귀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했습니다. (사실 그토록 자존심 강한..
선글라스야 그렇다 치더라도 토크 예능 프로그램에 검은 가죽 장갑까지 끼고 나와서, 계속 주먹을 불끈불끈 쥐며 오버액션을 취하는 김보성의 모습이 저는 편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한창 혈기왕성하던 청소년 시절에 자신이 얼마나 싸움을 잘했는지, 17대 1이었다는 둥 13대 1이라는 둥 허풍과 실제를 섞어서 무용담을 자랑한 것은 독고영재도 마찬가지였으나, 비슷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 태도 때문에 김보성은 많이 달라 보였습니다. 독고영재는 어디까지나 차분한 어조로 지나간 시절의 이야기를 추억하고 있었을 뿐이지만, 김보성은 마치 상황만 주어진다면 중년의 나이에 이르른 지금도 얼마든지 달려나가 의리의 주먹을 휘두를 수 있다고 자랑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의리는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의리'라는 개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