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god의 처절했던 추억 나누기, '추억이 빛나는 밤에'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god의 처절했던 추억 나누기, '추억이 빛나는 밤에'

빛무리~ 2011. 3. 25. 14:00
반응형




'추억이 빛나는 밤에'의 게스트는 보통 노주현, 김흥국, 임현식, 전영록, 최병서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배 연예인들로 구성되었으며, 심지어는 86세의 구봉서까지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요즘 예능 치고는 상당히 출연자들의 연령이 높은 편이었지요. 그런데 이번 주의 게스트는 H.O.T. 출신의 토니안과 문희준, 그리고 god 출신의 손호영, 데니안, 김태우였습니다. 하긴 수십년 전의 추억뿐만 아니라 십여년 전의 추억도 소중하니까요.


전성기 때 만약 이 멤버가 한 자리에 모였다면 그 소문만 듣고도 팬들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루었을텐데, 촬영 장소 부근이 너무도 한산하더라는 데니안의 씁쓸한(?) 멘트로 추억은 시작되었습니다. 10여년 전 H.O.T.와  god는 모두 단일앨범 판매량 100만 장 이상을 달성했고, 이들은 명실상부한 청소년의 우상이었습니다. 지금처럼 아이돌 그룹이 흘러 넘치던 시대도 아니었기 때문에 희소성까지 더해져서, 그 당시 이들의 인기란 상상하기 힘들 만큼 폭발적인 것이었지요.


생각해 보니 너무 이른 나이에 삶의 절정을 맛본다는 것은 꼭 좋은 게 아닐 수도 있겠구나 싶더군요. 요즘 서른 넘어서 빛을 보기 시작하는 늦깎이 신인들도 얼마나 많은데, 겨우 30대 초반에 불과한 이 사람들이 모여서 돌아올 수 없는 화려한 시절을 떠올리며 '추억'을 곱씹고 있으니 좀 처량해 보이기도 하고..ㅎㅎ 그러나 허탈감을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1세대 아이돌의 모습은 언제나 흐뭇합니다.

아직 모든 것의 틀의 잡히지 않았던 시기인 만큼, 이들의 데뷔 무렵에는 특히 어려움이 많았던 듯 합니다. 고급스런 이미지의 H.O.T. 마저 한창 고생할 때는 이동할 차량이 부족해서 토니와 강타가 트렁크에 타고 다녔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역시 god의 고생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god가 데뷔 전에 몹시 고생했다는 이야기는 꽤 많이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설마 그 정도였을 줄은 몰랐거든요. 고생의 정도도 심하거니와 기간도 너무 길었습니다.

18세의 나이로 뒤늦게 합류했던 막내 김태우의 증언을 들어 보니 이러했습니다. 평소에 먹을 것을 잘 주지 않던 프로듀서 박진영이 갑자기 맛있는 것을 잔뜩 사 주더니, 그를 외딴 산 속에 홀로 있는 숙소로 데려가더랍니다. "앞으로 1개월 반 동안(방학기간) 여기 있는 형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데, 형들 중에 한 명이라도 너를 싫어하게 되면 너는 바로 아웃이다." 박진영의 엄포를 듣고 굳은 각오로 오전 11시경 숙소에 입성했는데, 네 명의 형들은 대낮부터 쿨쿨 잠만 자면서 도무지 일어날 생각조차 안 했습니다.


깨울 수도 없어서 멍하니 앉아 기다리는데, 뉘엿뉘엿 해가 지기 시작하니 여기저기서 끙끙대며 힘겹게 일어나는 형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여기서 데니안이 끼어들었습니다. "우리가 왜 잠만 잤는지 아세요? 일어나면 뭐라도 먹어야 하는데, 먹을 게 없었거든요." 손호영도 거들었습니다. "움직이면 배고파지니까 안 움직였어요." 그리고 김태우의 증언이 이어집니다. "밤 10시쯤 돼서 쭌이형(박준형)이 '얘들아, 뭣좀 먹자.' 그러니까 다들 거지처럼 어슬렁 기어나와서 라면 2개에 물을 잔뜩 넣고 양 많아질 때까지 불려서 5명이 나눠 먹었죠.
그리고는 다시 모두 음악 들으며 빈둥대다가 동이 트면 또 자요." 대체 이게 무슨 연습생의 생활일까요?

지성피부여서 기름기가 많던 데니안의 잠든 얼굴에는 거의 언제나 파리가 달라붙어 있었다더군요. 당황해서 얼굴 빨개진 데니안을 좀 보호해주고 싶었던지 손호영이 나섰습니다. "파리가 얼마나 많았냐면요, 그냥 눈 감고 손짓 한 번 휙 하면 두 마리가 손에 맞을 정도였어요." 김태우가 덧붙였습니다. "보통은 얼굴에 파리가 붙으면 자다가도 본능적으로 쳐내는데, 데니형은 그냥 붙인 채로 자더라고요." 그러자 데니는 맘 편히 자폭하고 맙니다. "떼어내면 뭐해요, 금방 또 붙는데..."


여기까지 말을 듣던 MC 류시원이 나섰습니다. "좀 이해가 안 되는게, 연습생이라면 밥은 안 주더라도 연습은 시킬 거 아니에요? 그런데 저 이야기는 연습생이 아니라 그냥 방치예요!" 도대체 왜 그런 상황까지 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실화가 그때부터 이어졌습니다.

양재동에 있던 숙소를 일산에 새로 마련된 숙소로 옮길 때까지만 해도 사정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곡 작업 시설과 연습실도 있었고 별 무리 없이 순조롭게 생활해 나가던 중, 어느 순간부터 지원이 끊기더니 회사와는 연락마저 두절되고 말았습니다. 나중에서야 알고 보니, IMF 때문에 회사가 위기에 처한 관계로 더 이상 지원을 할 수 없게 된 사정이었는데, 모처럼 가수 되겠다고 합숙까지 하면서 모여 있는 아이들에게 차마 그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할 수가 없어서 "내버려두면 알아서 나가겠지" 하는 생각에 연락을 끊은 거였다나요.


류시원이 물었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얼굴에 파리 붙이고 그러면서 버텼던 거예요?" 데니안이 대답합니다. "2년 동안 우리끼리 그렇게 버티고 있었던 거예요." 2년 뒤에 IMF로 악화되었던 사정도 좀 풀리고 안정이 되자 회사 대표는 당연히 숙소가 빈 집일 줄만 알고 매니저에게 청소나 하고 오라며 보냈습니다. 그런데 매니저에게서 걸려온 전화는 "사장님, 얘네 아직도 있는데요!" 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의 고집스런 기다림에 감동받은 사장은 "내가 빚을 내서라도 이 아이들 음반은 꼭 내줘야겠다" 라고 생각했다는군요.

제가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그 당시의 회사 대표는 박진영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박진영이 합류하면서 18세의 김태우가 전격 영입되고 그 후에는 바로 앨범 작업에 들어갔다고 하니까요. 원래는 김태우가 있던 자리에 보컬을 맡아 줄 여성 멤버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여성은 파리가 들끓는 그 숙소에서 남자 멤버들과 함께 2년간이나 고생하며 기다려 왔지만, 결국 혼성 그룹을 반대하는 박진영에 의해 퇴출되고 말았습니다.

일설에 의하면 그 여성 멤버의 정체가 바로 탤런트 김선아였다는데 확실한지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녀의 노래 솜씨와 피아노 실력을 떠올려 보면 가수로 데뷔했어도 썩 잘 어울렸을 것 같긴 하네요. 그러나 명품 연기자 김선아에게는 역시 배우의 길이 제격인 듯하니, 그 때는 상처였어도 결국은 제 길을 올바로 찾게 해 준 셈이네요.


어쨌든 의리와 정이 깊었던 그녀의 퇴출로 남아있는 남자 멤버들도 상처를 받았고, 그녀의 자리를 차지한 김태우는 본의 아니게 처음부터 형들에게 밉상으로 찍혔습니다. 어떻게든 태우를 쫓아내고 정든 여성 멤버를 다시 데려오자고 합의했던 네 명의 형들은 의도적으로 어린 태우를 외면하고 못되게 굴었답니다. 그런데 김태우가 god에 합류할 운명은 운명이었나봅니다. 우락부락한 외모와 달리 나름 부잣집 도련님으로 곱게 자랐던 태우가 숙소 생활을 하러 떠나게 되자, 그의 어머니는 염려되는 마음에 급할 때 쓰라고 상당 액수의 용돈을 찔러넣어 주셨던 것입니다.

형들의 마음에 들어야만 데뷔시켜 주겠다고 박진영에게서 들은 엄포도 있고, 배는 고픈데 먹을 것은 없고 해서 김태우는 맏형 박준형에게 다가가 쭈뼛거리며 말했습니다. "저... 어머니가 용돈 주신 거 있는데..." 그러자 당시 31세였던 박준형은 한 마디 사양은 커녕 용수철처럼 튕겨 일어나며 "어! 얼만데?" 라고 물었답니다. "15만원이요..." 그러자 박준형은 기쁨의 환호성으로 동생들을 불러모았습니다. "얘들아, 태우 돈 있대~!" 평소엔 항상 어슬렁거리던 다른 형들도 "진짜?" 하고 외치며 빛의 속도로 뛰어나왔습니다.

그들은 곧바로 장을 보러 갔고, 되도록 오래 먹을 요량으로 가장 값싼 음식들만 골라서 15만원어치를 쇼핑했는데, 장정 5명이 먹어대다 보니 그 많은 식량은 고작 4일 후에는 남아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새로 합류한 김태우를 향해 꽁해져 있던 형들의 마음은 그 15만원 덕분에 눈녹듯 풀린 셈이었습니다. 만약 어머니가 용돈을 안 주셨으면 김태우는 god에 들어오지 못하고 쫓겨났을지도 모른다고, 형들은 지금도 말하더군요. 역시 어머니의 사랑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그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나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참 어이가 없기도 합니다. 멀쩡히 가족도 있고 집도 있는 청년들이, 연락조차 되지 않는 회사와의 약속을 믿고 무려 2년간을 허송세월하며 기다리다니 말입니다. 좀 버티다가 소식이 없으면 포기하고 흩어져서 제 갈 길로 가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여성멤버까지 5명이 한 마음으로 2년을 버텼다니 정말 신기합니다. 그런 사람들끼리 모아 놓기도 쉽지는 않았을텐데, 역시 질긴 운명의 끈일까요?

아마도 당시에는 연예 기획사가 흔치도 않았고, 이들은 모처럼 잡은 기회라고 생각했기에 놓치기 싫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꿈의 크기였겠지요. 가수가 되어 남들 앞에서 노래하고 싶다는 그 꿈이 너무도 간절했기에, 그 기약없는 고통을 참아낼 수 있었겠지요. 부푼 꿈 앞에서는 남녀의 구별도, 나이의 제한도 소용없었습니다. 그들 중에는 이미 서른줄에 접어들었던 박준형도, 남자들 사이에서 홀로 버텼던 여성 멤버도 끼어 있었으니까요.


많이 힘겨웠던 god의 데뷔 전 이야기는 맥없이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또 한 차례의 경종을 울려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우울증은 기다림을 망각한 병' 이라고 김태원이 말했죠. god 그들은 꿈을 위해 기다릴 줄을 알았고, 그래서 결국 꿈을 이루었습니다. (이 사람들의 성격으로는 평생 우울증에 걸릴 염려는 없을 듯하네요.. ㅎㅎ) 우리 역시 변함없는 일상이 못견디게 답답하더라도 꾹 참고 기다려 봅시다. 열심히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있겠지요..^^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