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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 김영희 PD가 복귀해야 할까?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나가수' 김영희 PD가 복귀해야 할까?

빛무리~ 2011. 3. 2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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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김영희 PD가 얼마나 피땀흘려 노력했는지, 굳이 방송 관계자가 아니라도 많은 사람이 알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아무리 크게 분노한 시청자라 해도, 김영희 PD의 노고는 모두 인정할 것입니다. 하지만 노력했다는 이유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세상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지요.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목표했던 결과를 이루지 못하고, 심지어 그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김영희 PD의 경우만 안타까운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김영희 PD를 보고, 김영희 PD 때문에 '나는 가수다'에 참여했다는 가수들이 의견을 모아 MBC측에 김영희 PD의 복귀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했습니다. (사실 그토록 자존심 강한 가수로서, PD 한 사람에게 의지하는 마음으로 방송에 합류했다는 것 자체가 좀 우스운 말이지만..;;) 그러자 재도전의 당사자로서 이번 사태에 중대한 책임이 있는 김건모가 제일 먼저 자진 사퇴를 결정했군요. 남은 가수들 사이의 분위기도 최악으로 냉각되어 있는 듯하니 줄줄이 사퇴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90% 이상이라고 보여집니다. 설령 계속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주변 분위기상 여기에 남겠다고 말하기가 더 어려운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가장 좋은 것은 김건모와 이소라 두 명만 사퇴하고 나머지 가수들은 모두 꿋꿋이 버텨주는 것입니다. MC로서 최악의 태도를 보인 이소라가 계속해서 MC를 맡는다는 것도 어불성설이고, MC를 그만두고 가수로서만 참여한다 해도 그녀의 존재 자체가 이미 시청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여, 다른 가수들의 노래에마저 집중하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하지만 김범수, 박정현, 백지영, 윤도현, 정엽, 이 5명이 용기를 내어 계속 출연하기로 결정해 준다면 '나가수'가 폐지되는 상황에는 이르지 않을 것입니다. 김건모의 빈자리는 이미 합류가 결정된 것으로 보이는 김연우가 채우면 될 것이고, 이소라의 빈자리가 얼른 채워지지 않으면 일단 6인의 가수로 새출발을 해도 좋습니다. 대중들은 여전히 그들의 노래를 원하고 있으며, 혼신의 힘을 기울여 노래하는 그들에게 아낌없이 뜨거운 박수와 함성을 보내줄 것입니다. 혹시 또 압니까? 지독한 어려움을 겪고 나서 오히려 가장 성공하는 프로그램이 될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7인의 가수가 모두 사퇴한다고 가정하면 '나가수'는 결국 폐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PD가 이 프로그램을 맡아서 또 다른 가수들을 섭외한다면, 과연 얼마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까요? 김영희 PD도 이 가수들을 섭외하기 위해 대략 3개월 이상의 공을 들였다고 하는데, 심지어 지금 가수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를 보고 지레 겁을 먹은 나머지, 대체 무서워서 누가 '나가수'에 출연하겠느냐는 말들이 나온다고 합니다. 남은 가수들이 모두 물러난다면, 그들과 비슷한 수준의 다른 가수들로 빈자리를 모두 채우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방송 출연 자체에 목마른 신인급의 가수들로 채워진다면 프로그램 자체의 의미가 퇴색되지요. 그걸 누가 보겠습니까?

저는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의 기본 취지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무엇보다 그들의 멋진 노래를 계속 듣고 싶기 때문에 폐지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면 아무래도 폐지의 수순을 밟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영희 PD와 김건모가 빠진 상태에서 후배 가수들이 단단하게 뭉쳐 용기를 낼 가능성은 매우 적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그들에게는 '나가수' 라는 프로그램 자체를 꼭 지켜내야 할 사명감이 없습니다. (사실 김영희 PD가 쫓겨난 이상, 현 상황에서 그의 사명감을 이어받을 인물은 없다고 봐야겠지요.) 정말 아깝지만, 폐지되어야 한다면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폐지보다 더 나쁜,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서늘해집니다. 설마 그렇게 되지는 않겠지만, 가수들의 집단 행동이 MBC에 먹혀서 김영희 PD가 복귀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저는 수없이 변명을 늘어놓는 김영희 PD의 오만한 태도가 너무도 불쾌했기에 그의 경질을 찬성하는 입장이었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김영희 PD의 복귀를 최악의 상황이라고까지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잘리지 않았던 것과, 일단 잘렸다가 복귀하게 되는 것과는 천양지차입니다.

지금의 사태는 시청자의 존재를 무시하고 제작진과 출연진 위주의 방송을 만들려고 한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청중평가단의 결정을 자기들 멋대로 뒤엎고, 시청자에게 명시했던 기존의 룰을 자기들 멋대로 깨뜨리고, 주먹구구식의 규칙을 새로 정해서 들이대며 시청자에게 무조건 받아들이라고 강요한, 그 오만함이 문제였습니다. 김영희 PD는 그러고 나서도 변명으로 일관하며,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태도로써는 과연 문제의 근본을 제대로 파악하여 결자해지를 할 수 있었을지도 의문입니다.

모든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명백히 김영희 PD였지요. 쫓겨나게까지 된 것은 조금 가혹한지도 모르지만, 기왕 이렇게 결정된 바에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복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코미디예요. 후배 가수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재도전을 결정한 김건모처럼, 김영희 PD도 가수들의 요청으로 재도전을 하는 겁니까? 가수들의 힘이 그렇게나 센가요?


예술가로서 가수들의 자존심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그 자존심이 오만함으로 비뚤어지면, 그런 모습에까지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 줄 청중은 없습니다. 이미 그들은 적절치 못한 단체행동으로 김건모의 재도전을 이끌어냄으로써, 자기들의 자존심을 시청자보다 우위에 놓은 듯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셈입니다. 대중은 그래서 화가 났고, 아직도 예민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가수들은 또 다시 단체행동을 하여 김영희 PD의 복귀를 요청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김영희 PD의 사퇴를 요구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대중의 여론 때문에 경질된 김영희 PD인데, 이들은 또 다시 대중의 뜻보다 자기들의 뜻을 우선시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들끼리 의견을 모아 김건모도 재도전시키고, 김영희 PD도 재도전시키려는 형국이니까요. 보다 많은 사람에게 자기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서 '나가수'의 출연을 결정했다는 이 사람들이, 청중의 뜻에는 아랑곳없이 자신들의 자존심만을 내세우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너무나 예술가가 많은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고집스럽게 반드시 누군가의 노래를 듣지 않아도, 반드시 누군가의 그림을 보지 않아도, 반드시 누군가의 글을 읽지 않아도, 세상에 보고 듣고 읽을 것은 너무나 많아져 버렸다는 겁니다. 아무리 대단한 능력이나 귀한 작품을 내세운다 해도,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없을 만큼 독보적인 무언가는 이제 존재하지 않아요.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은 얼마든지 차고 넘칩니다.


솔직히 말해서 대중은 별로 아쉬울 것이 없습니다. 오만한 태도를 보여서 미움을 사면 예술가들의 손해일 뿐입니다. 아무도 듣지 않는 골방에서 혼자 노래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자존심을 내세우기보다는 겸손한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쳇, 이런 거 안해!" 라고 소리치며 나가기는 쉽지만, "그래도 저는 이 자리를 지키겠습니다." 하며 버티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입니다. 누가 더 겸허한 자세로, 참을성있게 꾸준히 대중의 평가를 기다리는지, 대중은 지켜보고 있을 것입니다. 치사해도 어쩔 수 없어요. 이게 현실입니다.

MBC에서 김영희 PD를 경질시킨 것은 좀 성급했던 감도 있지만, 무엇보다 시청자의 힘을 두려워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결정이 전적으로 옳았느냐 틀렸느냐를 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순작용보다 부작용이 더 큰 결정이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미 결정된 사안이, 가수들의 단체행동에 의해 뒤집혀서는 결코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그것은 방송사까지 출연진과 한통속이 되어 시청자를 또 한 번 농락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수들의 출연 거부로 인해 '나는 가수다'가 폐지될 수밖에 없다면, 또 다른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면 됩니다. 꼭 '나가수'가 아니더라도 좋은 가수들의 좋은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색다른 프로그램을 얼마든지 또 기획할 수 있을 거예요. 꼭 이 사람들이 아니면 안되고, 김영희 PD가 아니면 안된다는 것 또한 아집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 진행 못하는데 왜 진행하고 난리야! 나 이거 편집해달라고 할거야!" 라고 외친 이소라에게 대중이 분노했던 이유는, 수천만의 시청자가 지켜보는 방송 프로그램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여기는 오만함 때문이었습니다. 그 오만함이 지금의 현실 속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을, 자존심 강한 그들도 이제 깨달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이 글을 발행할 무렵, MBC에서 '나는 가수다' 폐지를 놓고 회의중이라는 기사가 떴기에 너무 성급한 폐지를 결정할까봐 염려했는데, 다행히도 PD만 교체하여 존속시키는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합니다. 쉽지 않은 이 일을 맡아 줄 새로운 책임자는 '놀러와 - 세시봉'을 기획했던 베테랑 신정수 PD라고 하니, 그 정도라면 믿어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새 제작진이 프로그램을 재정비하는 데 시간이 걸려 4월 한달 동안은 결방하게 되었다지만... 좋은 프로그램이라면 얼마든지 기다려 줄 수 있지요. 저는 기꺼이 5월에 다시 시작될 '나는 가수다'의 새출발을 응원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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