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전체 글 (1851)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남편이 카카오페이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에 참여해 보자고 했다. 카카오페이로 서로에게 1천원씩을 송금해 주면 이벤트 참여가 되는 거라기에 매우 간단한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제껏 카카오페이를 사용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으로 계좌 연결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본인 인증을 거쳐 계좌 연결을 함과 동시에 나의 계좌에서 뚝딱 1만원이 출금되어 카카오페이 계정으로 충전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나는 단지 계좌 연결만 했을 뿐 1만원 출금에는 동의한 적이 없는데 말이다. 어차피 카카오페이 계정에 있어도 내 돈이라 없어진 건 아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려고도 했지만, 아무래도 본인 동의 없이 1만원을 재깍 출금해 버린 시스템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액이 크든 적든 최소한의 동의 절차는 있어야 했던 ..
바야흐로 13년 전인 2004년, 아직 신인 드라마 작가였던 김은숙은 '파리의 연인'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일약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올라선다. 그런데 모든 것이 여주인공의 꿈(소설)이었다는 식으로 마무리된 결말은 대다수 시청자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당시 나도 그 작품을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솔직히 결말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었다. 결말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 뭐 흥분할 게 있나 싶었다. 하지만 나 같은 시청자보다는 그 결말에 충격받고 분노한 시청자가 훨씬 더 많았던 것 같다. 최근 '태양의 후예'와 '도깨비'를 연달아 빅 히트시키며 새삼스레 저력을 과시한 김은숙 작가는 백상예술대상에서 두 번의 극본상과 TV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이 시대 최고의 인기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래선지 모처..
드라마 '군주-가면의 주인'을 보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한 편의 유명한 문학 작품이 있다.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다. 얼굴이 무척 닮은 에드워드 왕자와 거지 소년 톰의 운명이 필연처럼 뒤바뀌면서, 생생한 체험을 통해 밑바닥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된 왕자는 훗날 폭군이었던 아버지와 달리 진정한 성군이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몇 가지 설정과 상황은 다르지만 '군주'의 주인공인 세자 이선(유승호)도 서민들의 삶을 직접 체험한 후 결국은 에드워드처럼 위대한 성군이 될 것이다. 세자 이선 역의 유승호와 한가은 역의 김소현은 아역 시절부터 수많은 작품을 통해 연기 내공을 다져 왔으며, 더욱이 사극 경험이 많은 터라 현재 8회까지 방송된 '군주'에서도 전혀 어색함 없이 탄탄한 연기..
'역적'의 후속작으로 방송 예정인 드라마 '파수꾼'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배우 신동욱 때문이었다. '복면가왕'을 시청하던 중 뜻밖에도 가면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신동욱의 존재가 퍽이나 반갑게 느껴졌던 것이다. 한창 좋았던 시절에 CRPS(복합부위 통증 증후군)라는 희귀병에 걸려 혹독한 아픔과 싸우며 무려 7년 동안이나 공백기를 가져야만 했던 그의 얄궂은 운명은 참으로 가슴저린 것이었는데, 그래도 많이 나아져서 다시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니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신동욱은 '복면가왕' 인터뷰에서 자신의 복귀작인 드라마 '파수꾼'을 간단히 언급하며,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는 인사를 했다. 그 때 짧게 자료 화면이 나왔는데, 검은 사제복을 입고 천천히 화면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신동..
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 종영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으나, 미처 쓰지 못하고 지나갔던 최종회의 리뷰를 뒤늦게나마 쓰면서 마무리하려 한다. 그만큼 오랜만에 접한 수작이었던 터라, 마무리 없이 떠나보내기는 아쉬움이 남는 탓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을 시청하며 간절히 바랐던 '완전한 해피엔딩'이 이루어졌기에 내 마음은 무척이나 흡족하다. 비록 픽션이 가미된 사극이지만 역사 속 현실이 엄연한 비극이었기에, 완전한 해피엔딩을 이끌어내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텐데 새삼 황진영 작가의 역량에 감탄하게 된다. 해피엔딩의 가장 큰 걸림돌은 송도환(안내상)이었다. 수귀단을 조직하여 공공연히 서민을 짓밟고, 더욱이 그 행위들을 자랑스러워하며 행록에 남겨 보관토록 할만큼 그는 철저한 악인이었다. 악을 행하되 자신의 행위..
결혼을 워낙 늦게 해서 그런지 40~50대 싱글 남녀 연예인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친구 또는 연인이 되어가는 '불타는 청춘'이란 프로그램이 나는 꽤 좋다. '우결'처럼 인위적인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출연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모습이 매우 자연스럽게 화면에 드러난다. 어쩌면 이런 것이 진짜 리얼리티 아닐까? 내가 출연자의 입장이라도 참 좋을 것 같다. 대부분은 지난 시절에 황금기를 보내고 이제는 차츰 잊혀져가던 연예인들인데 모처럼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다시 얼굴도 비출 수 있고 아무런 부담 없이 좋은 친구들을 만나 즐겁게 어울리며 외로움을 달랠 수도 있고 그러다가 누군가와 서로 마음이 맞으면 마치 20대 청춘 그 시절처럼 자연스럽게 설렘 속에 가까워지며 연인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
'쌍방과실'이란 법적으로 많이 쓰이는 용어지만, 일상 생활에서도 '쌍방과실'을 적용하는 경우는 무척 흔하다. 이를테면 두 아이가 싸우고 있을 때 어른이 나타나서, 누가 먼저 시비를 걸었는지 누가 먼저 잘못했는지 누가 싸움의 원인을 제공했는지는 전혀 따지지 않고, 그냥 둘이 싸웠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둘이 똑같이 잘못했다 하면서 둘에게 똑같은 벌을 주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이건 정말 치명적인 행동이다. 무조건 '쌍방과실'을 적용하는 것은 가해자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피해자에게는 100% 인내만을 요구하는 부당한 강압이기 때문이다. 못된 아이 '갑'이 착한 아이 '을'에게 시비를 걸며 툭툭 때렸다. "그러지 마" 라고 하면서 참던 을도 결국 폭발해서 싸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잠시 ..
우리는 어려서부터 은연중에, 혹은 노골적으로 '고자질'은 나쁜 행위이며 비겁한 행위라고 배워 왔다. 1990년대 초반 인기를 끌었던 어린이 외화 '천사들의 합창'에도 그런 내용이 나온다. 그 당시 애청자였던 내가 무척 예뻐하면서 보았던 캐릭터가 있는데 '마리아 후아키나'라는 여자아이였다. 물론 새침한 깍쟁이에다 너무 잘난체하는 면이 있어서 가끔은 좀 얄밉기도 했지만, 나는 그 아이의 똑 부러지는 성격이 매우 마음에 들었더랬다. 싫은 것은 싫다고,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할 줄 아는 솔직한 성격이 내 눈에는 나빠 보이긴 커녕 무척 빛나게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는 왕따였다. 사진 출처 : http://blog.naver.com/yyjjss111/220795233350 천성적으로 모두 그렇게 타고..
드라마 '역적'에서 홍길동(윤균상)과 활빈당의 활약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가운데, 쌀보다도 돈보다도 복수(?)의 쾌감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사람은 오직 나뿐일까? 물론 끼니를 해결하기 힘들 정도의 형편이라면 쌀이나 돈이 더 반갑겠지만, 요즘은 그렇게까지 경제적으로 궁핍한 사람보다는 정신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 현실이기에, 나처럼 느끼는 사람이 아마도 많을 거라 생각된다. 그리고 가난한 이들에게 쌀과 돈을 베풀어 주는 홍길동의 모습이야 제법 익숙한 것이지만, 천민과 여성 등의 약자들을 잔인하게 괴롭힌 양반들을 찾아가 통쾌하게 복수해 주고 똑같은 고통을 전해주는 홍길동의 모습에서는 뭔가 새로운 매력마저 느껴지지 않는가! 홍길동과 활빈당 동료들이 가장 먼저 찾아간 양반은 진사 박종주였다. 그..
'추적자', '황금의 제국', '펀치'로 이어지는 박경수 작가의 묵직하면서도 신선한 작품 세계에 적잖이 매혹당했던지라 그의 신작인 '귓속말'을 꽤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 게다가 믿고 보는 여배우 이보영의 원톱 주연이라기에 더욱 기대가 컸는데, 한편으로는 박경수 작가가 과연 얼마나 매력적인 여주인공을 그려낼 수 있을지 우려되는 마음도 있었다. 워낙 선이 굵고 남성적인 작품 세계를 구현하는 작가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여성의 섬세한 내면을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좀 부족하다고 느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의 전작들은 모두 남주인공 원톱이었고, 여주인공들은 상대적으로 무척 비중이 적었을 뿐 아니라 충분히 매력적이지도 못했었다. 막상 뚜껑이 열리니, 나의 우려가 좀 들어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이보영의 연기력은 예상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