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카카오머니 최소 충전 금액 1만원, 하지만 동의 없는 출금이라니! 본문
남편이 카카오페이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에 참여해 보자고 했다. 카카오페이로 서로에게 1천원씩을 송금해 주면 이벤트 참여가 되는 거라기에 매우 간단한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제껏 카카오페이를 사용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으로 계좌 연결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본인 인증을 거쳐 계좌 연결을 함과 동시에 나의 계좌에서 뚝딱 1만원이 출금되어 카카오페이 계정으로 충전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나는 단지 계좌 연결만 했을 뿐 1만원 출금에는 동의한 적이 없는데 말이다.
어차피 카카오페이 계정에 있어도 내 돈이라 없어진 건 아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려고도 했지만, 아무래도 본인 동의 없이 1만원을 재깍 출금해 버린 시스템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액이 크든 적든 최소한의 동의 절차는 있어야 했던 것이다. "계좌가 성공적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이 계좌에서 최소 충전 금액인 1만원을 인출하여 카카오머니로 충전하시겠습니까?" 이런 메시지라도 떠서 본인이 Yes 또는 No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다.
사실 카카오머니의 최소 충전 금액이 1만원이라는 사실도 고객센터 통화 이후에야 알았다. 이벤트 참여를 위해서는 1천원이 필요한데 새로 연결한 계정이라 잔액이 없는 상태이므로, 최소 충전 금액인 1만원을 자동 인출하여 충전한 후 그 중 1천원을 송금하도록 시스템이 그렇게 되어 있다는 거였다. 설명을 듣고 보니 왜 느닷없이 1만원이 내 통장에서 빠져나갔는지에 대한 과정은 이해가 되었지만, 그 시스템 자체에 납득이 가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최소 충전 금액 어쩌고 하지만, 그야말로 최소한의 동의 절차는 있어야 했다.
여전히 기분은 나쁘지만 상담원이 죄 지은 것도 아니라서 뭐라 말하기가 곤란했다. 잠시 망설이고 있었더니 상담원은 충전된 카카오머니를 다시 출금하여 연결된 본인의 계좌로 쉽게 환불받으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겠다고 말하고 끊은 후 카카오머니 환불 방법을 찾아 보았는데, 검색을 하다 보니 이런 황당한 경험을 한 사람이 나 말고도 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포스팅의 댓글 참조)
금액이 적은 데다가 없어진 돈이 아니고 어차피 자신의 또 다른 계정인 카카오페이에 저장된 거니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아무런 동의도 안 했는데 자기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 상황 자체를 무척 불쾌하고 당혹스럽게 여기는 나 같은 사람들도 분명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벤트 뿐 아니라 선물하기 등 다른 기능을 이용할 때도 역시 마찬가지로 잔액이 부족하면 무조건 1만원씩 자동 인출하여 충전한 후 결제하는 시스템인데, 어떤 사람은 그런 과정을 두 번 겪은 후 불쾌해서 이젠 카카오머니 계정을 해지하고 쓰지 않겠다는 말까지 하고 있었다.
최소 충전 금액을 정해놓은 것은 좋은데, 출금 전에 최소한의 동의 메시지를 띄우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일까? 아니면 차라리 "잔액이 부족하여 선물하기(또는 이벤트 참여)가 불가능합니다. 충전 후 이용해 주세요!" 라는 메시지라도 띄워 준다면, 본인이 알아서 원하는 금액을 (그래, 만 원이든 십만 원이든 본인이 알아서...) 충전한 후 기분 좋게 사용하지 않겠는가? 결코 1만원이라는 금액이 크다고 생각해서 불쾌한 것은 아니다. OK캐쉬백은 최소 충전 금액이 3만원인데도 아무런 불편 없이 수시로 충전하여 필요할 때마다 잘 사용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을 보니 이 문제로 고객센터에 항의 전화를 걸었던 사람이 오직 나 혼자뿐은 아닐 것 같은데, 그토록 수많은 불만과 항의에 시달리면서도 굳이 시스템의 문제를 보완하지 않고 몇 년째 유지하는 이유를 나는 모르겠다. 카카오페이가 나름 편리하고 재미있는 점이 많다면서 남편은 가끔씩 잘 이용한다지만, 나는 이제 별로 사용할 생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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