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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추기경님 선종, 평안히 잠드소서! 본문

나의 생각

정진석 추기경님 선종, 평안히 잠드소서!

빛무리~ 2021. 4. 2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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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추기경

고(故) 김수환 추기경님에 이어 한국에서 두번째로 추기경 서품을 받으셨던 정진석 추기경님이 2021년 4월 27일 밤 10시 15분에 선종하셨다. 올해 91세... 연세가 많으시긴 했지만 편찮으신 줄도 몰랐는데, 갑자기 부고를 접하고 보니 마음이 슬퍼졌다. 요즘은 건강하게 100세 넘기는 분들도 적지 않던데, 좀 더 이 세상에 머물면서 가엾은 우리 국민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시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그저 이 땅에 함께 계시다는 것만으로 든든한 위로가 되어주는 분이셨는데... 

 

참고 기사 자료 : 

news.v.daum.net/v/20210427230031906

 

정진석 추기경 다 주고 떠나다.."모든 이에게 모든 것을"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을 역임한 정진석 추기경이 27일 오후 10시 15분 노환으로 서울성모병원에서 선종했다. 90세. 정 추기경은 1931년 서울 종로구 수표동에서 태어났다. 외아들이었다. 친가와 외

news.v.daum.net

정 추기경님께서는 벌써 15년 전에 '사후 각막기증'을 포함하는 장기 기증을 서약하셨기에, 선종하시는 즉시 안구 적출 수술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3년 전에는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서명도 하셨으며, 노환에 따른 대동맥 출혈로 수술 권유를 받았을 때도, 이제 나이가 많은데 주변에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며 수술조차 받지 않으셨다고 한다. 삶에 대해 그토록 초연한 자세를 본받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정 추기경님은 원래 발명가가 꿈이었지만 6.25 전쟁의 참상을 겪으며 인간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했고, 결국 "내 목숨은 나의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셨다고 한다. "전쟁 후의 내 삶은 거저 얻은 두번째 삶인데, 어떻게 하면 이 두번째 삶을 가치있게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고민 끝에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삶이 가장 보람될 것 같다"고 느끼며 사제의 길을 택하셨다고 한다. 

 

정진석 추기경, 주교 서품식에서 어머니와 함께...

하지만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이었을 것이다. 어디서 전해들은 말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정 추기경님의 어머니께서 임신했을 때 꿈을 꾸셨는데, 한 중년 남자가 황금빛 사제복을 입고 주교의 모자를 쓰고 성당의 제대 앞에서 뒤쪽으로 천천히 걸어나오는 모습을 보셨다고 한다. 그 이후 태어난 정 추기경님이 40세 되던 해 국내 최연소 주교로 서품되셨을 때, 꿈에서 보았던 그 모습을 생생하게 다시 보셨다는 것이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행복이 하느님의 뜻입니다." 그분이 남기신 유언이다.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십시오."라고 하셨던 요한바오로2세 교황님의 유언과 꼭 닮았다. 결코 평탄치 못한 삶을 살아오신 그분들이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 온 힘을 다하여 남기신 마지막 메시지가 바로 '행복'이었다는 사실은 나의 내면에 깊은 성찰을 이끌어낸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행복해야 한다고. 그것이 하느님의 뜻이라고. 

 

주교 서품식에서 후배 주교에게 안수하는 정진석 추기경

그분의 세례명 니콜라오는 '선물을 주는 사람'으로 통하고 있으며 '산타클로스'의 어원이 된 이름이다. 그 이름에 걸맞게 정 추기경님의 신념은 ‘옴니버스 옴니아(Omnibus Omnia)’(모든 이에게 모든 것을 준다) 였다고 한다. 그리고 신념에 걸맞게 평생 남을 위해 살려고 노력하며 "내가 먼저 이해받길 바라지 말고 남을 먼저 이해하라"는 말씀을 종종 하셨다고 한다. 나는 과연 조금이나마 그분을 닮을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다. 

 

요즘 끝을 보이지 않는 전염병의 위협 속에서 시시각각 분노가 차오르곤 한다. 세상을 이렇게 만든 것이 '어떤 사람들의 죄' 때문이라고 여겨지는 것이다. 가끔 그 사람들은 인간이 아니라 악마라는 생각도 든다. 이런 와중에 "인간을 사랑하라. 모든 것을 주고, 먼저 이해하라."고 당부하시는 정 추기경님의 유언은 너무도 현실과 동떨어진 말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직은 마음이 그렇지 못한데, 나중엔 혹시 될까? 아니,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오직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셨건만, 후배 사제들에게 '거짓 예언자'라는 욕설을 들으며 "서울대교구장에서 물러나라"는 모진 공격까지 받으셨던 정진석 추기경님... 그 상황에서 과연 억울하지 않으셨을까?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을 자행하는 후배 사제들을 보며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있었을까? 하지만 그분은 여전히 기도하셨을 것 같다. "저들은 자신이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 부디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라고 십자가 위에서 기도하셨던 예수님처럼. 

 

모진 세상을 떠나 좋은 곳으로 가셨으니, 이제는 아픔 속의 행복이 아니라 아픔 없는 행복을 누리실 것이다. 남겨진 우리 입장에서는 슬프고 안타깝지만, 그분을 위해서는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부디 하느님 곁에서도 가엾은 우리 국민을 잊지 마시고 늘 지켜보며 간구해 주시기를 빈다. "그 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추기경님! 사랑합니다!" 

 

-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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