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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적' 쌀보다 고마운 복수의 통쾌함이라니!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역적:백성을 훔친 도적

'역적' 쌀보다 고마운 복수의 통쾌함이라니!

빛무리~ 2017. 4. 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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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역적'에서 홍길동(윤균상)과 활빈당의 활약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가운데, 쌀보다도 돈보다도 복수(?)의 쾌감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사람은 오직 나뿐일까? 물론 끼니를 해결하기 힘들 정도의 형편이라면 쌀이나 돈이 더 반갑겠지만, 요즘은 그렇게까지 경제적으로 궁핍한 사람보다는 정신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 현실이기에, 나처럼 느끼는 사람이 아마도 많을 거라 생각된다. 그리고 가난한 이들에게 쌀과 돈을 베풀어 주는 홍길동의 모습이야 제법 익숙한 것이지만, 천민과 여성 등의 약자들을 잔인하게 괴롭힌 양반들을 찾아가 통쾌하게 복수해 주고 똑같은 고통을 전해주는 홍길동의 모습에서는 뭔가 새로운 매력마저 느껴지지 않는가! 

홍길동과 활빈당 동료들이 가장 먼저 찾아간 양반은 진사 박종주였다. 그는 자신의 노비가 단지 글을 배우고 싶어했다는 이유로 눈을 찔러 맹인으로 만든 잔악한 인물이었다. 실제로 만나보니 그의 잔혹함은 예상을 뛰어넘어, 그의 몇몇 노비들은 두 손을 천정에 묶인 채 양쪽 무릎은 달궈진 기왓장 조각들 위에서 짓뭉개지는 형벌을 받고 있었다. 분노한 홍길동은 박종주에게 똑같은 형벌을 가하는데, 그 옆에서 한 명의 활빈당원이 말했다. "내가 아프면 남도 아픈 법이여!" 어이없게도 이 당연한 진리를 그 당시 양반들은 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사람이라고 다 똑같은 사람이 아니라, 자신들과 천민들은 태생부터 다른 존재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송도환(안내상)은 그 당시 양반들의 뿌리깊은 특권 의식을 상징하는 존재다. 충원군(김정태)은 품성 자체가 더러운 인간으로서 송도환과는 그 기질이 좀 다르다. 충원군은 동네 양아치들처럼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움직일 뿐이지만, 송도환은 굳은 신념에 따라 움직이므로 겉보기에는 제법 청렴하고 올곧아 보이기까지 한다. 충원군이 파렴치범이라면 송도환은 확신범인 셈이다. 확신범은 파렴치범과 달리 범죄 그 자체가 본인에게는 죄악시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비록 송도환의 신념이 현대의 관점에서는 틀린 것이지만 그 시대 양반들의 관점에서는 옳은 것이었기에, 그는 양반과 천민을 차별하고 남자와 여자를 차별하여 잔인하게 구는 행위에 대하여 추호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그와 같은 악행을 일일이 자랑스레 기록하여 행록(行錄)으로 남겼으며, 그에 동참하는 양반들을 가리켜 '귀한 것을 지키는 자들'이라 하여 수귀단(守貴單)이라 명명하였다. "수귀단의 용기있는 행적을 담아 남기니 후세의 본이 되게 하라!"는 가르침과 함께였다. 그 수귀단의 활약에 의해, 글 배우기를 원한 노비는 눈을 찔려 맹인이 되고, 장자보다 앞서 걸었던 서자는 발뒤꿈치를 잘려 절름발이가 되었으며, 타인이 보는 앞에서 남편에게 대들었던 아내는 몹시 매질을 당한 후 높이 매달렸다. 천민과 서자와 여성은 사회적 약자였기에 부당한 일을 겪고도 한 마디 반항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극 중의 일이지만 속이 터질 지경인데, 홍길동과 활빈당이 나서서 속시원한 복수를 실행해 주니 이 어찌 통쾌하지 않겠는가!


 

동료들과 함께 여동생 어리니를 찾아다니다 불의한 일들을 보고는 하나씩 해결하던 홍길동은 결국 뿔뿔이 흩어질 것을 결심한다. "이제 우리 모두가 홍첨지입니다!" 홍길동의 말 한 마디로 '의적 홍첨지'는 무려 일곱 명이 되었다. 그들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며 의협을 행하니 삽시간에 그 명성이 팔도에 퍼졌고, 결국 연산군(김지석)과 장녹수(이하늬)의 귀에까지 소문이 들어간다. "요즘 홍첨지라는 도적 때문에 온 세상이 들썩인답니다. 참 기이한 것이 같은 날 다른 곳에 나타나기도 하고, 오전에 남쪽 마을에 나타났다가 오후엔 북쪽 마을에 나타난답니다. 그뿐인가요? 봤다는 사람들마다 그 생김새를 달리 말한답니다. 해서 다들 홍첨지가 인간이 아니라 축지법을 쓰고 둔갑술을 쓰는 도인이라 여긴답니다." 라고 장녹수는 말했다. 

길동의 아내가 된 가령(채수빈)도 동네 어귀에서, 장터에서 수시로 홍첨지에 관한 소문을 듣는다. 어떤 이는 홍첨지가 덩치 크고 힘이 세다 했지만 다른 이는 호리호리하고 날렵하다 했으며, 어떤 이는 홍첨지의 나이가 서른쯤이라 했지만 또 다른 이는 벌써 쉰이 넘었다고도 했다. 더욱이 미남이라고도 하고 추남이라고도 하니, 그가 누구인지를 아는 가령은 조용히 미소만 지을 뿐이다. 글 읽고 쓰기를 좋아하는 가령이 남편과 동료들의 이야기를 담아 '홍첨지뎐'을 써내는 장면은 또한 새롭게 다가온다. 원래 '홍길동전'의 저자는 혁혁한 양반인 허균이었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이름없는 천민 여성이 그 저자로 등장하는 것이다. 


이제 홍길동은 헤어진 형제(길현, 어리니)를 찾아 재회해야 하고, 송도환과 정면 대결을 펼쳐야 하고, 최후에는 연산군과 담판을 지어야 할 것이다. 1회에서 연산이 길동을 향해 "씨종의 아들이라니, 그토록 천한 몸에서 너 같은 자가 나왔을 리 없다."고 말하자, 길동은 "그대는 하늘의 아들이신 나랏님의 몸에서 나, 어찌 그리 천한 자가 되었습니까?" 라며 당당히 맞서지 않았던가? 그 때 한 마디 답을 하지 못하고 얼굴을 굳히던 연산의 모습에서 또 어찌나 큰 통쾌함을 느꼈던지! 부디 실제 홍길동의 최후는 비극이었을지언정, 이 드라마에서만은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 어차피 픽션인데, 그렇게라도 희망의 불씨를 우리 가슴 속에 훨훨 타오르도록 남겨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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