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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적' 최종회, 궁극의 희망을 현실화하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역적:백성을 훔친 도적

'역적' 최종회, 궁극의 희망을 현실화하다

빛무리~ 2017. 5. 2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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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 종영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으나, 미처 쓰지 못하고 지나갔던 최종회의 리뷰를 뒤늦게나마 쓰면서 마무리하려 한다. 그만큼 오랜만에 접한 수작이었던 터라, 마무리 없이 떠나보내기는 아쉬움이 남는 탓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을 시청하며 간절히 바랐던 '완전한 해피엔딩'이 이루어졌기에 내 마음은 무척이나 흡족하다. 비록 픽션이 가미된 사극이지만 역사 속 현실이 엄연한 비극이었기에, 완전한 해피엔딩을 이끌어내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텐데 새삼 황진영 작가의 역량에 감탄하게 된다. 

해피엔딩의 가장 큰 걸림돌은 송도환(안내상)이었다. 수귀단을 조직하여 공공연히 서민을 짓밟고, 더욱이 그 행위들을 자랑스러워하며 행록에 남겨 보관토록 할만큼 그는 철저한 악인이었다. 악을 행하되 자신의 행위가 악이라는 것을 인지조차 못할 만큼 비뚤어진 신념에 강하게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악인인 것이다. 인간의 귀천이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지는 것이라 굳게 믿었던 송도환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했고, 폭력의 정치를 추구했던 임금 연산(김지석)은 그의 훌륭한 도구가 되어 주었다. 


연산군이 몰락하면 당연히 송도환도 함께 몰락하리라 여겼던 나의 예상과 달리, 송도환은 오히려 박원종(최대철)을 포섭하여 중종 반정의 주축이 됨으로써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듯했다. 새 임금은 어쩔 수 없이 반정 공신들의 영향하에 놓이게 될 것인데 그 중에 송도환 같은 인물이 주축으로 자리잡고 있다면, 영영 조선의 새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길동(윤균상)과 그 무리의 도움으로 반정에 성공한 박원종이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송도환을 숙청하면서 그 완고한 노인의 꿈은 물거품으로 사라졌다. 

물론 송도환이 사라졌다 해도 박원종을 비롯한 반정 공신들 역시 썩은 양반들이라 본질적으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또한 그것이 조선 역사의 서글픈 현실이었다. 하지만 드라마 '역적'은 홍길동이라는 인물로 대표되는 민중에게 희망을 걸었고, 그 희망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임을 표현했다. 반정이 성공한 후 "우리가 지켜보겠다"는 한 마디를 남기고 훌쩍 떠났던 길동과 홍첨지들은 어느 평화로운 두메산골에 자리잡고 텃밭을 일구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지만, 박원종이 타락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홀연히 다시 나타났다. 


"금세 잊으셨소?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겠다 했지?" 천하의 박원종도 홍길동 앞에서는 그저 고양이 앞의 쥐처럼 벌벌 떨 뿐이었고 끝내 응징을 피할 수 없었다. 단순히 해석하면 이것은 너무 쉽게 이끌어낸 판타지일 수도 있다. 중종을 보위에 올리며 최고 권력자로 등극한 박원종이 홍길동과 같은 위험 인물을 그냥 내버려 두었을 리가 없다. 송도환을 숙청함과 동시에 대대적인 토벌 작전을 벌여 홍길동과 그 무리를 모조리 살육하는 것이 정해진 수순이기 때문이다. 

홍길동과 동료들이 아무리 용맹하다 한들, 수백 수천의 관군에 맞서 끝없는 싸움을 벌이고 결국 승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사실 그 동안 '역적'에서 보여 준 홍길동과 친구들의 활약도 매우 과장된 면이 많았다. 하지만 보다 넓은 차원으로 해석한다면, 홍길동은 단지 홍길동이라는 이름은 지닌 한 사람이 아니라 민중(백성) 전체를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 그러므로 홍길동과 그 무리의 힘은 백성의 힘이며 민중의 힘이다. 그 어떤 폭군도 백성 전체와 맞서 이길 수는 없으니, 깨어 일어선다면 결국 승리는 백성의 것이다. 


폭군 연산은 걸핏하면 죄없는 사람을 처벌하고 죽이며 그들에게 '위를 능멸했다'는 죄명을 덮어 씌웠다. 연산이 생각하는 위란 오직 하늘의 아들인 자기 자신뿐이었기에, 천한 백성은 물론 양반들까지도 그의 비위에 거슬리면 죽음을 면치 못했던 것이다. 이런 연산이 보위에서 끌어내려져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했을 때, 홍길동은 그의 앞에 나타나 명백히 말한다. "너의 죄명은 진짜 위가 무엇인지 알아보지 못한 죄, 하여 위를 능멸한 죄, 능상이다!" 길동이 말하는 '진짜 위'란 물론 백성임에 틀림없다. 

이와 같은 '역적'의 주제와 해피엔딩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과 정확히 맞물려 있다. "임금은 (백성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라던 홍길동의 외침처럼, 감히 이 시대에 왕처럼 군림하려던 통치권자는 국민의 힘으로 끌어내려졌다. 조선 시대의 반정은 사실 백성의 힘이라기 보다 양반들의 세력 다툼에 의한 것이었지만, 드라마 '역적'에서는 그 내용을 현대의 역사와 접목시켜 백성의 업적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그래서 '역적'의 해피엔딩은 더욱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다.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겠다"는 홍길동의 경고는 이 시대의,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정권에 대한 국민의 경고다. 그 누구라도 국민을 저버리고 자신들만의 이익을 추구하며 나라를 망가뜨린다면, 한 번이 아니라 백 번 천 번이라도 또 다시 끌어 내리고 또 다시 바꿔 버리겠다는 준엄한 경고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특별한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백성의 이야기다. 기약없이 영웅을 기다리지 않아도, 백성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본다면 끝내 좋은 세상은 오고야 말리라는 메시지다. 이건 꽤나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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