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전체 글 (1851)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이것은 어른이 되어버린, 결국은 늙어버린 피터팬의 꿈이다. 어린 아이들은 빨리 어른이 되기를 꿈꾸지만, 막상 어른이 되어 보면 머지 않아 깨닫게 된다. 어른이 되어봤자 별로 좋을 게 없다는 사실을, 어린 시절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순수한 기쁨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머나먼 동화 속의 일처럼 여겨진다는 사실을, 더 이상 남아있는 삶 속에서는 순수를 기대하거나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돌아갈 수 없는 어린 날을 꿈꾸며,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꾼다. 멈춰진 시간 속에서 혼자 어른이 되어버린 성민(강동원)의 존재는 늙어버린 피터팬을 대표한다. 몸은 늙어 버렸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해맑은 소년인... 스스로를 그렇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의 자화상이다. 현실은 물론 그렇지 못하다. 몸이 늙은..
나의 개인적 해석으로 '죽여주는 여자'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첫째는 주인공 소영(윤여정)의 버림받은 인생이고, 둘째는 노년의 삶에 대부분 찾아오는 출구 없는 슬픔이다. 양공주 출신의 박카스 할머니 소영은 처음부터 버려진 인생이었고, 끝까지 남에게 이용만 당하다 스러져간 인생이었다. 아무도 어린 소영을 보살펴주지 않았기에, 그녀는 자신이 갖고 있는 유일한 것을 팔아서 연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혼혈아를 낳게 되었지만, 혼자 먹고 살기도 힘든 마당에 도저히 키울 수 없어서 입양을 보내게 되었다. 그 후로 수십 년 동안 버린 아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살아온 소영... 그 와중에도 매일 낯선 남자들의 육체를 어루만지며 이어가야 했던 모진 목숨... 하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이 착한 여자 소영의 ..
원래 연예인에게 깊이 빠지는 스타일도 아니었던 데다가, 이젠 나이도 꽤 들어서 모두 그렇고 그런 경지에 이르기는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좋아하는 몇몇 연예인이 있었는데, 많지도 않은 그들 중 두세 명이 최근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되어 내 마음을 무척이나 아프게 했다. 특히 '부활'의 주인공이었던 그 사람의 경우는 나름 치명적이었다. 물론 드라마 속 캐릭터와 배우의 인생 자체를 동일시할 만큼 어린 마음은 아니지만, 워낙 내가 깊이 깊이 좋아했던 작품이기에 주연 배우의 삶조차도 그만큼 고고한 퀄리티를 유지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어차피 연예인을 좋아한다는 건 꿈 속의 일과 같은 것을, 화면에 비친 모습 외에 더 이상 무엇을 바랄 것인가? 하지만 나의 고집스런 마음은 여전히 티..
예전에 종영한 '아빠 어디 가'에서도 그랬지만, 요즘도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시청하다 보면 어린 아이들이 의외로 이타적이고 타인의 생각을 많이 하는 모습에 놀라곤 한다.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그 때는 나 자신도 그렇고 친구들도 대부분 상당히 이기적이었던 것 같은데..;; 별 것 아닌 일에도 잘 싸우고 토라졌던 이유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지극히 어린애다운 이기심 때문이었던 것 같다. 도대체 나의 오래된 기억과 '슈돌'에 등장하는 아이들 사이에는 무슨 차이점이 있는 것일까? 어쩌면 요즘 젊은 부모들은 어릴 때부터 인성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서, 자기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한테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하고 어린 동생을 챙길 줄도 알아야 한다고 철저히 교육을 하는 것일까? 하지만 평소 길에..
한동안 '안녕하세요'를 시청 안 하고 있었는데, 냄새를 못 맡는 사람이 등장했다기에 문득 호기심이 생겨서 보게 되었다. 왜냐하면 나도 최근 5~6년간 후각을 잃은 상태로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간에 한 달 정도 살짝 후각이 돌아왔던 적은 있지만 금세 날아가 버렸다. 어릴 적부터 나를 괴롭혀 온 극심한 알레르기성 비염과 축농증은 결국 비강 내부에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열리는 물혹을 발생시켰고, 후각을 느끼는 위치는 비강의 가장 안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물혹이 가로막고 있는 상태에서는 냄새를 맡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전신마취로 물혹 제거 수술까지 받았으나 머지않아 다시 재발했고, 그 후로는 벅찬 수술을 통해 무리하게 완전 제거를 시도하기 보다는 국소적으로 떼어내며 점진적으로 체질을 바꾸어 물..
'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어'라는 책이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제2권까지 발행되고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즐겨 찾는 한 블로거님의 포스팅을 통하여 알게 된 책이다. 그 여성 블로거님은 이 책에 매우 큰 감명(?)을 받고, 벌써 몇 개월 동안이나 열심히 집안의 물건들을 구분하고 정리하고 버리면서 공간을 확보하는 중이라고 하셨다. 나도 불쑥 호기심이 생겼다. '아무것도 없어'라는 제목에 걸맞을 만큼 휑하니 비어 있는 거실 풍경이 담겨진 사진을 보고는 더욱 궁금해졌다. 무엇보다 그 발상 자체가 이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보통 자기 생활 공간을 사진 찍어 올리는 사람들은 '그 곳에 있는 무언가'를 자랑하게 마련이다. 비싸고 멋진 장식장, 예쁘..
최근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도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조재현의 영화 '나홀로 휴가'가 개봉되었다. 이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조재현은 출연 배우들을 이끌고 각종 예능에 출연하는 등 홍보에 심혈을 기울였던 것이다. 평소 호감을 갖고 있는 배우였기에 나 역시 그 영화에 적잖은 관심이 있었는데, 우연처럼 조재현의 인터뷰 기사 하나를 읽은 후에는 모든 마음이 달라졌다. 이런 생각을 품고 있는 사람인 줄도 모르고 그 동안 좋아해 왔다는 사실이 통한스러울 뿐이다. 뭐 팬이라고 할만큼 열정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섬세하고도 묵직한 연기를 보면서 탄복하고 존경까지 해 왔던 세월이 어언 몇(십) 년이던가? (해당 인터뷰 기사 링크) 이후로는 인터뷰 내용을 한 단락씩 인용하면서 그에 관한 내 생각을 말해 보도록 하겠다..
가수 임창정이 18세 연하의 일반인(?) 여성과 목하 열애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2013년 이혼한 임창정은 엄연한(!!!) 싱글이기 때문에 그가 연애를 한다고 해서 문제될 이유는 없다. 해당 기사의 댓글을 보면 대중들도 거의 대부분 축하한다든가 응원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열애 상대인 여성은 임창정의 뮤직비디오에도 얼굴을 비추었다는데, 기사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정말 대단한 미인이었다. 앞서 '일반인'이라고 표현하면서 물음표를 붙였던 이유는, 외모부터 여배우 수준인데다가 최정상 가수의 뮤비에 출연하며 폭넓은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진 그녀를 과연 일반인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기 때문이다. 이혼도 연애도 어차피 그들의 이야기일 뿐이라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데,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2013..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엔 이 영화 '밀정'이 썩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판단되지는 않는다. 주연배우 공유가 인터뷰 중에 "이 영화는 감독판이 꼭 나와야 하는 영화"라면서 "아까운 부분들이 너무 많이 잘려나갔다"고 주장했다던데, 과연 그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스토리 전개가 너무 뜬금없다 싶을 만큼 뚝뚝 끊기고 급작스레 진행되는 느낌이 강했다. 140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의 개별적 스토리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도대체 그 인물이 왜 그러한 선택을 했는지 등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몰입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 이 영화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송강호의 명품 연기 때문에, 결코 실망스럽다는 표현은 사용할 수 없는 영화이기도 했다. 송강..
'구르미 그린 달빛' 5회에서 세자 이영(박보검)은 남장여인 내시 홍라온(김유정)에게 끌리는 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궁궐 안 연못에서 뱃놀이를 하던 명은공주(정혜성)는 라온을 불러다가 자신에게 연서를 보냈던 정도령(안세하)에 관해 묻는데, 라온의 답변을 통해 정도령이 반했던 여자가 자신이 아니라 시녀였음을 알고는 큰 충격을 받는다. 그 와중에 흥분한 공주를 만류하려던 라온은 물에 빠지고 마는데, 놀랍게도 그 광경을 목격한 세자가 라온을 구하기 위해 물 속으로 뛰어든 것이다. 맨발로 빗속을 뛰어다닐 만큼 몸을 사리지 않는 세자이긴 하지만, 일개 내관을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든다는 설정은 솔직히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라온을 향한 세자의 극진한 보살핌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물에 빠진 라온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