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구르미 그린 달빛' 5회, 박보검 김유정의 처연하고 달콤한 유혹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구르미 그린 달빛

'구르미 그린 달빛' 5회, 박보검 김유정의 처연하고 달콤한 유혹

빛무리~ 2016. 9. 6. 08:00
반응형

'구르미 그린 달빛' 5회에서 세자 이영(박보검)은 남장여인 내시 홍라온(김유정)에게 끌리는 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궁궐 안 연못에서 뱃놀이를 하던 명은공주(정혜성)는 라온을 불러다가 자신에게 연서를 보냈던 정도령(안세하)에 관해 묻는데, 라온의 답변을 통해 정도령이 반했던 여자가 자신이 아니라 시녀였음을 알고는 큰 충격을 받는다. 그 와중에 흥분한 공주를 만류하려던 라온은 물에 빠지고 마는데, 놀랍게도 그 광경을 목격한 세자가 라온을 구하기 위해 물 속으로 뛰어든 것이다. 맨발로 빗속을 뛰어다닐 만큼 몸을 사리지 않는 세자이긴 하지만, 일개 내관을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든다는 설정은 솔직히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라온을 향한 세자의 극진한 보살핌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물에 빠진 라온은 그 날 밤 심한 고뿔(감기)을 앓게 되는데, 놀랍게도 세자는 일개 내시에 불과한 라온의 곁을 지키며 밤새도록 간호까지 해주었던 것이다. 고열 때문에 정신이 희미해진 라온은 세자를 알아보지 못한 채 김병연(곽동연)인 줄로 착각했지만, 진땀을 흘리며 서럽게 잠꼬대하는 라온을 바라보는 세자의 눈빛은 더없이 애틋하기만 했다. 라온은 어렸을 때 영문도 모른 채 헤어진 엄마(김여진)를 몹시 그리워하고 있었는데, 세자 이영은 그 애처로운 모습에서 역시 죽은 어머니를 매일 그리워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듯했다. 


틈만 나면 궐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라온을 위해 세자는 특별 휴가까지 주는데, 마침 풍등제가 열리는 기간이라 밤하늘에는 형형색색의 풍등이 가득히 날아다니며 장관을 뽐내고 있었다. 백성들은 저마다 풍등을 날리며 부디 올해는 풍년이 들게 해줍소서 입을 모아 기원하고, 궐 안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왕(김승수)은 성군이 되기엔 너무 나약한 자신을 한탄하며 상선내관에게 세자의 미래를 당부한다. 그런데 그 순간 부왕의 기대를 두 어깨에 짊어진 세자는 가벼운 차림으로 저잣거리에 나가 홍라온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기껏 휴가를 주어 내보내더니, 속셈은 궐 밖에서 둘이 만나 데이트라도 하려던 것일까? 도대체 세자는 왜 그토록이나 라온에게 끌리는 것일까? 

혼잡한 거리에서 세자를 발견한 라온은 얼핏 그 모습을 자신의 어머니로 착각하는데, 헌헌장부의 그 미려한 자태를 중년 여인으로 착각하다니 너무 이상한 일이지만 아무튼 작가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 것 같다. 이영과 홍라온은 서로에게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고, 또한 자신의 어머니를 발견하며 불가항력적으로 가까워지는 것이다. 이영은 벌써 두 번이나 라온에게서 자신의 죽은 어머니를 느꼈다. 첫번째는 빗속으로 손을 뻗어 빗물을 받아 느끼던 모습에서였고, 두번째는 얇은 너울로 얼굴을 가리운 채 춤을 추던 모습에서였다. 라온이 손을 뻗는 동작을 할 때마다, 이영은 자신을 향해 손을 뻗던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눈시울이 젖어들곤 했다.


 

세자와 라온은 함께 풍등을 날리는데 "홍내관의 모친을 찾게 해 주옵소서!" 라고 풍등에 쓰여진 세자의 글씨를 발견한 라온의 눈에 놀람과 감동의 빛이 스쳐간다. "너의 소원이 이루어지게 해달라는 것이 나의 소원이다!" 이쯤되면 간절한 사랑 고백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지경인데, 어느덧 이토록이나 깊어진 세자의 감정에 솔직히 썩 공감이 많이 되지는 않았다. 아직 라온의 정체를 모르는 세자의 입장에서 보면, 홍삼놈이라는 내시는 여인이 아니라 그냥 거세된 남자일 뿐인데 말이다. 물론 연회에서 춤추던 신비로운 여인의 모습이 자꾸만 홍내관에게서 느껴지니 혼란스런 감정은 알겠지만, 아직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왜 저렇게까지 마음을 쏟는 것일까? 

논리적으로는 도통 이해가 안 되지만 대충 그러려니 하며 넘길 수 있는 것은, 아마도 김유정의 외모와 연기력 덕분이 아닐까 싶다. 3회까지는 별로 못 느꼈었는데 4회에서 춤추는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그 후로는 홍라온을 연기하는 김유정의 얼굴만 봐도 눈에서 하트가 솟아날 만큼 사랑스러워 보인다. 게다가 5회에서 열병을 앓으며 잠꼬대로 엄마를 부르던 모습은 너무나 어리고 가엾어 보였다. 아무래도 실제 나이가 어린 탓인지 눈빛 자체가 아직은 어린애의 눈빛이라, 그 커다란 눈이 촉촉히 젖어들며 울먹이는 표정을 지을 때마다 저절로 가슴이 아파온다. 우는 아이를 감싸안고 토닥여주고 싶어지는 것이다. 어쩌면 세자 이영도 비슷한 마음이 드는 게 아닐까? 


이영은 거리에서 풍등을 팔고 있는 어린 소녀를 보고도 안스러워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모두 사줄 만큼 측은지심이 있는 캐릭터다. 그런 이영의 눈에 비친 라온의 모습은 당연히 애처로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고 혼자 거리를 떠돌며 지내다가, 굶주림에 못 이겨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고 남의 연애편지 대필이나 하다가, 무슨 얄궂은 운명에선지 치욕스런 거세까지 당하고 내시가 되어 궁궐로 팔려온, 총명하지만 너무나 작고 가녀린 녀석... 그 녀석을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에서부터 끌림은 시작된 것이 아닐까? 그 후 손끝으로 빗물을 만지던 모습과 춤을 추던 모습에서 이상한 감정을 느끼며, 막연하던 끌림은 점차로 구체화되었을 것이다. 

이영과 라온의 눈빛이 교차하며 두 사람의 감정이 깊어가던 중, 언제나 그렇듯 김윤성(진영)이 나타나 맥을 끊는데 이번에는 살짝 울컥했다. 그 동안에는 라온을 돕는 흑기사 역할을 많이 해줘서 밉지 않았는데, 이제는 완전 대놓고 방해꾼 역할이 되어버렸다. "황공하옵니다만 저하, 홍내관과 저는 선약이 있사옵니다!" 아무리 어릴 적 친구였다지만 감히 세자 앞에서 당돌하게 선약 운운하며 라온을 데려가려 할 때, 이영이 순순히 그녀를 보내 주었다면 좀 실망스러웠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세자 저하는 역시 멋있었다. "불허한다. 내 사람이다!" 단호한 이 한 마디로써 김윤성의 도발을 막으며,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치열한 싸움의 시작을 선언한 것이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