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제빵왕 김탁구 (41)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제빵왕 김탁구' 11회는 주인공들에게 있어 삶의 전환점이었다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김탁구(윤시윤)와 구마준(주원)이 정면승부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제빵인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지요. (관련글 : 구마준이 김탁구에게 이길 수 없는 이유) 이 젊은이들의 대결에서 이미 승자와 패자는 정해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만, 뻔한 듯한 구도임에도 결코 뻔하지 않게 끌고 가는 작가의 능력 때문에 앞으로의 전개가 충분히 흥미로울 거라고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팔봉 선생의 손녀 양미순(이영아)은 역시 할아버지를 닮아 사람 보는 눈이 날카롭더군요. 처음에는 구마준의 고상한 허우대에 반해서 호감을 가졌지만 차츰 그의 표리부동한 실체를 깨달으면서 마음이 멀어지는 모양입니다. 구..
구마준은 어려서부터 비겁했습니다. 느닷없이 집안에 끼어들어온 김탁구의 존재가 탐탁치 않은 마음이야 당연한 것이겠으나, 그를 정당하게 상대하지 않았습니다. 누나 자경의 샤프펜슬을 가져다가 탁구의 책상 서랍에 넣어두는 치졸한 방법으로 도둑 누명을 씌웠으며, 엄마를 찾으러 가는 탁구와 동행하여 집을 나갔다가 돌아와서도 자기가 훔친 엄마의 패물을 "탁구가 시켜서 그랬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자기 출생의 어두운 비밀을 알기 전에도, 알고 난 후에도 마준의 비겁한 태도에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자기가 가진 것들의 기반이 탄탄하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고 위기의식을 느껴서인지, 구일중의 인정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다해 노력하게 되었다는 한 가지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출생의 비밀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
1. 김탁구 (윤시윤) 나에게 아버지는 그리움이다. 아버지가 없는 줄 알고 어머니와 둘이 살았던 청산에서도 나는 언제나 아버지가 그리웠다. 엄마만 있으면 세상에 아무것도 부러울 게 없었지만, 사람들이 아비 없는 자식이라고 놀려도 괜찮았지만, 가끔씩 다른 녀석들이 아버지의 무등을 타고 가는 모습을 보면 누군지도 모르는 아버지가 그리웠다. 내게도 아버지가 있다면 저렇게 해주실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도 아버지가 생겼다. 내 아버지는 그 커다란 공장에서 산처럼 수북히 쏟아져 나오는 빵들의 주인이었고, 대궐같이 으리으리한 집에 사는 임금님이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였지만,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어머니는 나를 그 집에 남겨두고 홀로 청산으로 돌아갔다. 나는 외로웠다. 이제껏 한 ..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와 '나쁜 남자'에서는 몇 가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그저 재미삼아서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공통점 1. 재벌가에서 쫓겨난 아들, 그 복수와 야망 이 두 드라마에는 한국 드라마의 고정적 소재인 재벌가가 등장하며, 한편에서는 그 재벌가를 향해 복수와 야망을 불태우는 남자 주인공이 있습니다. 그들은 어린 시절 한때 그 재벌가의 아들이었으나, 비참하게 쫓겨났던 과거를 지니고 있습니다. '나쁜 남자'의 설정상 심건욱(김남길)은 처음부터 복수를 목적으로 해신그룹에 접근한 것이지만, 그 기반(복수의 이유)이 약함으로 인해 후반으로 갈수록 야망의 사나이로만 비춰지는군요. 그리고 '제빵왕 김탁구'의 탁구(윤시윤)는 비교적 순수한 인물로서 오직 잃어버린 어머니를 ..
'제빵왕 김탁구' 8회에 엔딩에서 드디어 신유경의 어른 역할을 맡은 유진이 등장했습니다. 여주인공 이영아의 캐릭터가 다분히 장난꾸러기 소년 같은 이미지를 지녔으므로, 상대적으로 여성미를 물씬 풍기는 유진의 등장은 상당히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습니다. 윤미순(이영아)이 철없는 어린애 같다면 신유경은 남모를 비밀을 가슴에 품은, 성숙하고도 신비한 여인의 분위기를 풍기더군요. 그런데 그녀의 남모를 비밀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김탁구(윤시윤) 한 사람 뿐입니다. 김탁구와 신유경은 유년시절부터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을 지녔었지요. 김탁구는 술주정뱅이 아버지에게 매일 구타당하며 지내는데다가 작부의 딸이라는 이유로 친구조차 만들지 못하고 따돌림 당하는 신유경을 언제나 가슴 깊이 아끼고 보호하는 흑기사가..
아역들의 명품 연기로 사랑받던 '제빵왕 김탁구'에 드디어 유진(신유경 역)을 제외한 모든 성인 연기자들이 얼굴을 비추었습니다. 우선 남녀 주인공인 윤시윤과 이영아는 성공적으로 바통을 이어받은 듯 합니다. 이영아는 벌써 괜찮은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던 터이지만, 상대적으로 신인급인 윤시윤에게는 약간의 우려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윤시윤은 상당한 노력파인 것 같습니다. 7회에서 절반 이상의 분량을 홀로 감당하며 종횡무진 열연한 그의 연기는 타고난 끼를 발산한다기 보다는 부단한 노력으로 이루어낸 느낌이 들었어요.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으니 만큼 최선을 다해 올인하고 있는 듯한데, 연기도 나쁘지 않았고 열정적인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뮤지컬 배우 출신이라는 구마준 역의 주원은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 드라마 중에는 유난히 복수극이 많고 배신자도 많습니다. 그리고 복수의 대상은 항상 돈과 권력을 지닌 강자입니다. 우리는 억울한 일을 당했던 주인공이 파렴치한 강자들의 것을 야금야금 빼앗으며 복수해가는 과정에서 일종의 쾌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어떤 신문의 칼럼을 읽으니 이러한 현상은 '자기 힘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부정적 사회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이 있더군요. 자기의 힘으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으니,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서라도 이루고자 하는 욕망의 발로이며, 그 욕망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복수'라는 설정이 필요했다는 것이지요. 생각해 보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복수극의 내면에는 자신도 나쁜 놈이지만 상대방을 '더 나쁜 놈'으로 만듦으로써 자기의 욕망을 합리..
'제빵왕 김탁구'의 불륜 미화는 나날이 심해져 갑니다. 김미순(전미선)은 할머니(정혜선)이 내미는 돈조차 거절하고 아들의 미래를 위해 자신을 온전히 희생하는 숭고한 모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구일중(전광렬)은 탁구(오재무)에게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간의 권위 일변도에서 비롯된 비호감을 벗고 호감형 아버지로 돌아섰습니다. 게다가 탁구가 유경(조정은)의 술주정뱅이 아버지에게 맞고 있을 때, 더없이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나서 "내가 바로 이 아이의 아버지되는 사람이오" 라고 자신을 밝히고 시원스레 주먹을 날려 상대방을 쓰러뜨림으로써 터프한 면모까지 과시했습니다. 김미순과 구일중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서인숙(전인화)의 캐릭터는 대책없이 망가져 갑니다. 구일중이 빵공장에 마준이와 탁구를 함께 데..
나는 이제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탁구 저 아이가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나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그 날 밤의 기억은 지금도 가끔씩 내 꿈에 나타납니다. 밤이 깊었는데도 미순 언니는 나를 재워주러 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언니를 부르며 아래층으로 내려왔는데, 열려있는 아버지의 서재 문틈으로 언니가 보였습니다. 그런데 아버지와 함께였습니다. 아버지는 미순 언니를 끌어안고 얼굴을 가까이 맞대고 있었는데,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를 모르면서도 왠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대로라면 미순 언니는 내 곁에서 자장가를 불러주고 있어야 했는데, 왜 나를 버려둔 채 아버지와 함께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 때 할머니가 뒤에서 조용히 나를 잡아 끌며 말씀하셨습니다. "오늘은 할미랑 자자꾸나." 할머니의 손..
'제빵왕 김탁구' 2회를 보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2003년 '대장금' 이후로 참 오랜만에 보는 아역 탤런트 조정은 양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고기를 씹을 때 입에서 홍시맛이 났는데, 어찌 홍시라 생각했느냐 물으시면, 그냥 홍시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온데..." 그 유명한 대사를 깜찍하게 읊어대던 꼬맹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한 폭 수채화에 담아도 좋을 듯한 사춘기의 미소녀가 되어 있더군요. 목소리도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세월이 이렇게 흘렀군요. 2002년 영화 '집으로'에서 보았던 꼬마 유승호 군도 지금은 어느 새 국민남동생이며 잠시 후면 국민연하남 대열에 동참할테니까요. 그런데 유승호는 여기저기에서 소식도 자주 들었고, 그 성장 과정을 쭉 지켜 본 느낌이라서 낯설다고 생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