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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왕' 구마준과 신유경의 사랑이 기대된다 본문

종영 드라마 리뷰 /제빵왕 김탁구

'제빵왕' 구마준과 신유경의 사랑이 기대된다

빛무리~ 2010.07.02 18:09






'제빵왕 김탁구' 8회에 엔딩에서 드디어 신유경의 어른 역할을 맡은 유진이 등장했습니다. 여주인공 이영아의 캐릭터가 다분히 장난꾸러기 소년 같은 이미지를 지녔으므로, 상대적으로 여성미를 물씬 풍기는 유진의 등장은 상당히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습니다. 윤미순(이영아)이 철없는 어린애 같다면 신유경은 남모를 비밀을 가슴에 품은, 성숙하고도 신비한 여인의 분위기를 풍기더군요. 그런데 그녀의 남모를 비밀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김탁구(윤시윤) 한 사람 뿐입니다.

김탁구와 신유경은 유년시절부터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을 지녔었지요. 김탁구는 술주정뱅이 아버지에게 매일 구타당하며 지내는데다가 작부의 딸이라는 이유로 친구조차 만들지 못하고 따돌림 당하는 신유경을 언제나 가슴 깊이 아끼고 보호하는 흑기사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신유경은 그런 탁구에게 마음을 열고 유일한 친구로 받아주었을 뿐 아니라, 그가 부자 아빠를 만났으면서도 적응하지 못하여 힘겨워하는 모습과, 엄마를 잃어버리고 절규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들은 가장 고통스런 시절을 함께 했으며 서로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헤어지면서도 다시 만날 것을 다짐했습니다. 이제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그들의 운명적 사랑은 이미 뚜렷하게 예고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신유경이라는 캐릭터 자체는 그 안에 피할 수 없는 비극을 품고 있습니다. 그녀의 유년시절과 사춘기는 더할 수 없이 피폐한 상황에 놓여 있었고, 어린 그녀의 마음에 든든한 의지가 되어 줄 사람은 하나도 없었으며, 그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 줄 멘토 역시 없었습니다. 김탁구와 친구가 되긴 했지만 그 역시 어린애였기에 그녀를 이끌어줄 힘은 없었습니다.


비록 당차고 똑똑한 소녀였지만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은 차츰 그녀의 영혼을 황폐화시켰고, 세상을 알면 알수록 처음에 지녔던 순수한 마음은 그녀의 가슴 속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 버렸습니다. 김탁구는 비록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엄마 김미순의 따뜻한 사랑과 보호를 받았으며, 그로 인해 흔들리지 않는 영혼의 굳건함을 이룩할 수 있었지요. 그러나 신유경에게는 그런 엄마도, 아빠도 없었습니다.

올리비아 핫세를 닮은 유진의 아찔한 미모는 이미 그녀가 30대에 접어들었음에도 빛바래지 않았더군요. 오히려 성숙미가 더해지면서 예전의 어린 모습에서보다 더 깊은 매력이 느껴졌습니다. 깊은 상처를 간직한데다가 누구도 쉽게 눈을 돌릴 수 없는 아름다움까지 겸비한 신유경, 그녀는 과연 지극히 위험한 여자입니다. 남자들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또한 상처받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김탁구와 신유경의 사랑은 어찌 보면 매우 뻔한 스토리입니다. 저의 예상 스토리를 간략히 추려 본다면 다음과 같이 되겠군요.

"어른이 된 소년과 소녀는 애틋한 첫사랑을 다시 만났다. 그래서 두 사람은 행복했다. 그러나 소녀의 가슴 속에 깃든 욕망은 어느 새 사랑보다 더 커져 있었고, 그 욕망은 끊임없이 소년을 아프게 했다. 소녀의 되풀이되는 배신으로 오랫동안 상처받던 소년은 문득 다른 한쪽에서 자기를 한없이 기다리며 바라보는 또 한 소녀를 발견한다. 소년의 진정한 소울메이트는 바로 그녀였던 것이다.

이제 자기 자리를 찾은 소년은, 예전에 사랑하던 그녀를 추억으로, 친구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리고 비뚤어진 욕망을 불태우며 자기 자신을 망가뜨려가던 소녀는, 자기에게서 마음이 떠났으면서도 여전히 자기에게 헌신적인 우정을 보여주는 소년의 마음에 감동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지극히 전형적인 인물 김탁구에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캐릭터에는 아무런 물음표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냥 보이는 그대로가 있는 그대로인, 그런 인물이에요. 그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순수함과 정의로움을 잃지 않았고, 불굴의 의지를 지녔으며, 게다가 천부적인 재능까지 겸비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사랑과 성공을 자기 힘으로 쟁취하게 될, 그런 전형적인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일 뿐입니다.

물론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이라고 본다면 그야말로 진실한 친구로서 높이 평가해 주겠지만, 드라마 속의 인물로 볼 때는 별로 흥미롭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그보다 훨씬 더 흥미롭고 관심 끌리는 인물은 바로 어두운 귀공자 구마준(주원)이지요.


구마준이 처해 있는 현실은 우선 매우 언밸런스합니다. 남들은 모두 부잣집 외아들인 그를 부러워하겠지만, 정작 그의 마음 속은 불행하기 이를 데 없거든요. 그의 마음 속에 극복할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긴 사람들은 바로 그의 친부모인 서인숙(전인화)과 한승재(정성모)입니다. 그래서 구마준은 누구를 탓할 수도 없습니다. 아버지의 집안에서 자기의 정통성을 부인해야 하기에 어머니의 불륜을 누구보다도 인정하기 싫겠지만, 그 결과로 자신이 태어났기에 부인할 수도 없습니다. 이것은 참 보기 드물 정도로 아이러니하고 잔인한 운명이군요.

차라리 김탁구는 불륜으로 태어났어도 어려서부터 모든 출생의 내막이 낱낱이 세상에 드러났던 데다가, 현재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그 누구에게도 자기를 숨기거나 비밀을 간직할 필요가 없는 당당한 입장입니다. 그러나 구마준은 치명적인 비밀에 꽁꽁 얽매여 있습니다. 그 비밀이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이 바로 모든 것을 잃는 순간이기에, 아무리 숨막히고 힘겨워도 끌어안고 가야 하는 것이 구마준의 운명입니다.


자기의 생부와 생모가 무서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목격하던 그날 밤... 죽어가는 할머니를 혼자 바라보아야 했던 그날 밤... 자기가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어야 했던 그날 밤... 어린 소년 구마준의 가슴에는 평생 내려놓지 못할 바윗돌 한 덩이가 놓여졌습니다. 자기가 모든 축복을 타고난 아이라고 생각하며 기고만장하던 소년은 그날 밤, 변해 버렸습니다.

존재의 의미가 뿌리째 흔들리며 갈 곳을 잃고 방황하던 소년의 마음을 붙잡아 준 것은, 스쳐 지나듯 만났던 한 소녀였습니다. 우연인 듯 했지만 그건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잔인한 운명이었습니다.


초라한 술집에서 주정뱅이 아버지에게 구타당하며 살아가던 그 소녀가 말했습니다. "너 정말 겁쟁이구나." 아무도 거성가의 도련님인 자신에게 그렇게 말한 적 없었는데, 아무것도 아닌 그 계집애가 말했습니다. "너 정말 겁쟁이구나. 그래서 더 일부러 못되게 말하는 거지? 네가 무서워한다는 걸 남한테 들킬까봐, 창피해질까봐, 약해 보일까봐, 그래서 더 못되게 구는 거지? 그런데 너 그거 알아? 그럴수록 네가 더 겁쟁이처럼 보이는 거... "

늘 천한 녀석이라고 무시하던 탁구였지만, 자신의 출생을 알게 된 지금은 무시할 수도 없게 되어버린 처지였지요. 그런데 마치 그렇게 움츠러든 마음을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 낯선 소녀는 그의 가슴을 사정없이 찔렀습니다. "그렇게 일일이 비교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너는 벌써 탁구에게 지고 있다는 거야. 모르겠니?"


차가운 듯 따스한 듯, 묘한 계집애였습니다. 그 소녀는 불량배들에게 얻어맞고 돈을 빼앗긴 그를 향해 "너 괜찮니? 많이 다쳤어? 어디 봐..." 하면서 상처를 살펴 주려 했었지만... 그리고 배고픈 그를 위해 밥도 챙겨 주었지만, 정작 그 아이는 한 번도 그를 관심어린 눈으로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아주 무심한 어조로 "너는 겁쟁이구나" 라고 말했을 뿐입니다. "시골 촌년 주제에 까불지 마!" 라고 그가 소리쳤지만, 화도 내지 않았습니다. 너는 겁쟁이지만,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한, 그런 소녀의 태도가 구마준의 가슴을 날카롭게 찔렀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사랑에 빠지겠구나. 피할 수 없겠구나. 그리고 그 사랑 때문에 지독히 불행해지겠구나." 그리고 8회에서 등장한 신유경과 처음으로 마주친 사람이 김탁구가 아니라 구마준인 것을 보면서도, 다시 그 생각을 했습니다. "사랑에 빠지겠구나. 피할 수 없겠구나. 그리고 그 사랑 때문에 지독히 불행해지겠구나."


신유경과 마주치면서 다시 구마준은 마음 속으로 말합니다. "운명이라는 게... 생각보다 질기다는 것을 알았어요... 신이 아닌데, 그 질긴 운명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어요. 안 그래요?" 이것은 처음에는 김탁구를 두고 한 말이었지만, 그 다음에는 신유경을 두고 한 말이었습니다. 첫번째보다 두번째가 더욱 질기고도 잔인한 운명이었습니다.

이제 구마준은 신유경을 향해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게 될 것이고, 그녀가 평생의 라이벌인 김탁구와 사랑하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무너질 것이고, 질투심을 불태우며 점점 자기를 망가뜨릴 것이고, 역시 비뚤어진 욕망으로 자기에게 접근해 오는 신유경 때문에 희망고문에까지 시달릴 것입니다. 자기에게 다가서는 그녀의 마음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거부하지 못할 테니까요.


앞으로 신유경 때문에 구마준이 겪게 될 고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서늘할 지경입니다.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의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이 드라마의 비극적 히어로는 사실상 김탁구가 아니라 구마준이 될 확률도 존재하겠군요. 지독히 슬픈 사랑이지만, 저는 왠지 구마준과 신유경의 그 사랑이 제일 많이 기대되는군요. 왜일까요? 저의 편지 시리즈에서도 드러나듯이, 저는 너무 애절한 사랑만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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