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제빵왕 김탁구 (41)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서인숙과 한승재를 제치고 구일중이 최고의 악역이라는 제 의견에 동의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으실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 올렸던 포스팅 '나쁜 아버지 구일중, 비극을 부르다' 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반대 의견을 접했었지요. 그러나 19회를 시청한 후 저는 원래의 생각을 더욱 굳혔을 뿐 아니라, 구일중은 '나쁜 아버지'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악역으로 규정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인물임을 깨달았습니다. 서인숙과 한승재가 드러나 있는 함정이라면, 구일중은 교묘히 숨겨져 있는 함정입니다. 어느 것이 더 위험한지를 극단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예시입니다. 물론 서인숙과 한승재의 악행을 합리화하거나 감싸 줄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러나 '착한 척 하는' 구일중의 행각을 볼 때마다 제 가슴 속에서 치밀..
탁구야, 너와 함께 있을 때만 나는 웃을 수 있어. 어린 시절, 하루도 빠짐없이 술에 취한 아버지에게서 매를 맞던 그 지옥 속에서도 너는 나를 웃게 해 주었지. 헤어져 있는 동안, 나는 한 번도 잊은 적 없어. 탁구야, 내 마음 속에서라도 너와 함께 있을 때만 나는 웃을 수 있었고, 그래서 너를 생각해야만, 나는 웃고 살 수 있었어. 오랜 시간이 흘러서 우리는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슬픈 세상은 달라진 게 없구나. 너를 다시 만나 행복했던 시간은 꿈처럼 너무 빨리 스쳐 지나가고, 아무리 반항해 봐야 힘이 없으면 무엇도 변화시킬 수 없다는 사실만 뼈에 새긴 채, 우리는 또 다시 2년 동안 헤어져야 했었지. 바보, 그 약속은 지키지 않아도 되는 거였지만, 나는 탁구 너를 알기 때문에 그냥 기다리고 있었어...
구일중은 참으로 나쁜 아버지입니다. 14년만에 재회한 아들 탁구(윤시윤)와 끌어안고 폭풍 눈물을 흘리는 전광렬의 연기는 더할 수 없는 명품이었으나, 그 순간에도 제 마음은 차갑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오히려 속으로 "탁구야, 속지 마!" 라고 되뇌었다죠. 탁구의 인생 중 12년을 허비하게 만든 장본인은 사실 조진구(박성웅)가 아니라 구일중이었습니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가장 자애로운 아버지인 척하고 탁구를 끌어안고 있으니 제 눈에는 가증스럽게만 보였습니다. 그는 탁구를 사랑했다기보다는 욕심을 냈던 것입니다. 천부적인 후각을 타고나서 제빵 사업에 큰 도움이 될만한 아들 탁구를 온전히 자기 소유로 만들기 위해, 모자간에 생이별을 시키려 했던 것이지요. 아무래도 후계자 자리에 앉힐 장남이..
팔봉 선생의 인증서를 받기 위한 경합이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1단계 시험의 결과부터 말해 본다면 양미순(이영아)과 김탁구(윤시윤)는 통과, 고재복은 탈락, 그리고 구마준(주원)은 '일단 보류' 였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우리가 가장 궁금해했던 것은 누가 통과하고 누가 탈락하느냐보다, 경합의 과제였던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빵'이 과연 어떤 빵이겠느냐 하는 점이었지요. 현실이라면 탈락할 수밖에 없을 주인공 김탁구는 극적으로 통과하게 될 것이고, 현실적으로 통과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구마준은 오히려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임을, 드라마의 법칙에 조금이라도 익숙한 시청자라면 누구나 예측 가능했으니까요. 김탁구가 혼자 중얼거렸던 "배고플 때 먹는 빵이 가장 배부른 빵이잖아!" 라는 대사에 착안하여 어떻게든 팔봉..
지금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방송 전에는 K방송사의 '버리는 카드' 라는 말까지 돌았었다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도 별로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였던 것은 사실입니다. 일단 시선을 끌만한 톱스타가 존재하지 않았지요. 타이틀롤을 맡은 윤시윤은 이제 겨우 시트콤에서 '그 집 손자'인 고등학생 역할을 해본 것이 연기 경력의 전부일 만큼 신인이고, 뮤지컬배우 출신의 주원은 아예 브라운관에서 처음 보는 얼굴이며, 이영아는 너무 오랜만의 컴백이고, 유진은 히트작 하나 없는 무관의 요정이었습니다. 특히 라이벌 구도의 두 남자 주연이 너무 신인급이라, 안정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실험적인 작품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었지요. 그러나 '제빵왕 김탁구'는 아마도 천운을..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말이 별로 신기하지도 않은 시대이지만, 여전히 가수 출신 연기자를 보는 시선은 전체적으로 곱지만은 않습니다. 가수 활동을 통해 얻은 인지도를 기반으로 남의 밥상에 너무 쉽게 숟가락을 올려놓는 듯한 느낌, 그래서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다 바쳐 연기 공부를 하며 오랫동안 꿈을 키워 온 사람들의 기회를 빼앗는 듯한 느낌이 그 못마땅한 시선의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군요. 사실 완전히 부인할 수도 없는 부분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유진은 이제 그런 시각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져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1990년대 말의 인기 걸그룹 SES 출신의 그녀는 이미 연기 활동을 시작한지가 거의 10년이 가까워지고 있으며, 그 동안 꽤 많은 작품에 주연으로 등장하여 괜찮은 연기력을 보여 주었으나, 시..
1965년, 내 아들 마준이가 태어나던 날... 인숙이가 결코 내 여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나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아름답고 도도하고 부유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내가 감히 그녀를 욕심낼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가질 수 없더라도 나는 그녀를 바라보고 싶었다. 평생 일중이의 밑에서 허리를 숙이고 살아가기로 결심한 것은, 달리 살 길이 없어서는 아니었다. 일중이의 품에 안겨 있는 인숙이를 보는 것이, 그녀를 못 보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었다. 그래, 나는 그녀를 처음 보는 순간부터 미친 놈이었다. 내 영혼은 삽시간에 그녀에게로 빨려들어가 버렸다. 그녀를 빼고 나면, 내 안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일중이 곁에서 행복하지 못한 그녀를 보며, 나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무릎팍 도사'에 전격 출연한 김남길의 표정은 어딘가 착잡해 보였습니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나쁜 남자'의 촬영이 지연되면서 입대 예정일을 늦춰 보려고 했지만 무산되고, 결국 모든 동료들과 함께 무리해서 폭풍 촬영을 마치고 입소하는 마음이 그리 밝지만은 않은 듯 했습니다. 심지어 자기 집에서마저 본방은 '제빵왕 김탁구'를 보고 '나쁜 남자'는 재방으로 본다고 담담히 말했지만, 입대 전에 최선을 다해 찍은 작품이니 아무래도 씁쓸한 느낌이 없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라면 2년의 시간 동안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었겠지요. 공채 탤런트 모집에 수석으로 합격했으나, 4주간의 교육을 마친 뒤 곧바로 찾아든 교통사고는 그의 인생에 큰 좌절을 가져왔습니다. 무릎 인대 파열과 뇌진..
현재 K방송사의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 출연 중인 윤시윤의 얼굴을 S방송사의 '강심장'에서 발견한 것은 매우 뜻밖이었습니다. 무릇 연기자들의 예능 출연이란 거의 모두가 작품의 홍보를 위해서 아니겠습니까? 윤시윤의 입장에서야 티아라 지연과 함께 출연한 영화 '고사2'의 개봉을 앞두고 있으니 당연히 영화의 홍보를 위해서라고 볼 수 있겠으나,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방송사의 입장이었습니다. '제빵왕 김탁구'는 엄연히 현재 방송중인 드라마이며, 주인공 윤시윤이 예능에 출연해서 눈길을 끌게 되면 '제빵왕 김탁구'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필연적으로 그와 경쟁할 수밖에 없는 S방송사의 수목드라마에는 해를 끼치게 된다는 이야기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심장'은 경쟁사의 드라마에 출연 중..
비담 김남길의 차기 출연작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나쁜 남자'의 시청률이 좀처럼 한 자릿수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형민 PD 자신도 예상보다 낮은 시청률이 안타깝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있더군요. 초반의 화제성과 출연진의 탄탄함 등으로 볼 때, 정말 뜻밖이라고 할만한 결과입니다. 아직도 6회분의 방송이 남아 있기는 합니다만, 기존의 충성스런 시청자들을 제외한다면, 굳이 지금부터 채널을 돌려서 '나쁜 남자'를 보기 시작할 사람들이 있을 것 같지는 않군요. 더우기 그 충성도의 99% 가량을 짊어지고 있던 김남길마저 속사포 촬영을 마치고 입대해 버렸으니까요. 당분간 새로운 작품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을 거라는 아쉬움 때문에라도 고정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리지 않겠지만, 이 정도를 유지만 할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