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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제빵왕 김탁구'에 매혹될 수밖에 없는 이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제빵왕 김탁구

우리가 '제빵왕 김탁구'에 매혹될 수밖에 없는 이유

빛무리~ 2010. 7. 3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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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방송 전에는 K방송사의 '버리는 카드' 라는 말까지 돌았었다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도 별로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였던 것은 사실입니다. 일단 시선을 끌만한 톱스타가 존재하지 않았지요.

타이틀롤을 맡은 윤시윤은 이제 겨우 시트콤에서 '그 집 손자'인 고등학생 역할을 해본 것이 연기 경력의 전부일 만큼 신인이고, 뮤지컬배우 출신의 주원은 아예 브라운관에서 처음 보는 얼굴이며, 이영아는 너무 오랜만의 컴백이고, 유진은 히트작 하나 없는 무관의 요정이었습니다. 특히 라이벌 구도의 두 남자 주연이 너무 신인급이라, 안정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실험적인 작품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었지요.


그러나 '제빵왕 김탁구'는 아마도 천운을 타고난 작품이었던가 봅니다. 솔직히 초반에는 지나치게 막장스런 전개로 욕도 엄청 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특수효과를 누리며 쾌조의 스타트를 보였지요. S방송사는 축구 중계 이외에 아무것도 내보내지 않았고, M방송사는 아무래도 시청률 면에서 불리할 거라고 판단했는지, 회심의 카드는 아껴 놓은 채 2부작, 4부작으로 제작된 특집 드라마들을 간헐적으로 방송했습니다.

축구를 즐기지 않는 사람은 한국의 경기가 있을 때 외에는 드라마를 보게 되는데, M방송사의 특집극들은 아무래도 호흡이 짧다 보니 집중도가 떨어졌지요. 결과적으로 불평을 하면서도 '제빵왕 김탁구' 쪽으로 채널을 고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뒷심이 갈수록 장난이 아닙니다. 기본 구조의 탄탄함과 깊이 있는 대사와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조화는 점점 시청자를 강력하게 빨아들였고, 게다가 전광렬 전인화 정성모 등 중견 연기자들의 품격 높은 명연기는 볼수록 찬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어제 방송에서 탁구가 한승재의 면전에 얼굴을 바짝 들이대며 "당신 그렇게 살지 마!" 라고 힘 주어 말할 때, 정성모의 눈동자 아래 근육이 바르르 떨리는 것을 보셨나요? 의도적으로 움직일래야 움직일 수 없는 근육인데, 얼마나 역할에 몰입했는지 그 순간 한승재의 가슴 속에 일어나는 죄책감과 흔들림이 제 가슴에도 똑같이 느껴지더군요. 정말 대단했습니다!) 초반의 막장 논란은 어느 사이엔가 씻은 듯 사라졌고, 우려했던 젊은 연기자들도 각자 제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하며 만족감을 안겨 주었습니다.

대본의 탄탄함과 매력적인 캐릭터와 훌륭한 연기력 등 무엇 하나 흠잡을 데 없는 드라마이기에 인기를 끄는 거야 당연하다 하겠지만, 저는 어제 16회 방송에서 우리가 '제빵왕 김탁구'에 매혹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를 발견했습니다.


긍정적인, 너무나 긍정적인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혼탁한 세상 속에서 우리들은 나날이 끔찍할 만큼 부정적인 것들을 보고 들으며 살아갑니다. 눈만 뜨면 성폭행 기사에, 연쇄살인 뉴스에, 어느 사이엔가 무디어져 버려서 이제 웬만한 것으로는 충격을 받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방송도 점점 더 자극적으로 변해갑니다. 가족이 함께 보는 예능 프로에서 미성년자에게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춤을 시켜 놓고는 아저씨들이 "내가 원했던 거다"라고 손가락질까지 하며 좋아하는 시대입니다. 이렇게 드라마건 예능이건 막장이 판치는 이유는, 욕을 먹으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사실 우리는 결코 아름답지 않은 자극의 파도 속에서 지칠대로 지쳐 있습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시크릿'의 내용 중에 "부정적인 생각보다 긍정적인 생각이 훨씬 강력하다. 긍정적 사고가 가져오는 파급 효과는 부정적 사고가 미치는 영향의 수천 수만배에 달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대충 기억나는 대로 쓴 것이라 정확한지는 모르겠군요..;;) 그러니 가끔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른다 해도 그것에 너무 구애받거나 염려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충분히 자기의 인생을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비록 식상할지라도 우리는 아직 영웅들의 신화에 열광합니다. 우리의 본성은 비뚤어진 영웅이 아니라 올바른 영웅, 복수하는 영웅이 아니라 용서하는 영웅을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열등감과 질투심에 사로잡힌 패배자의 모습을 보고 싶어하지 않고, 자신감과 포용력으로 무장한 승리자를 보고 싶어합니다. 비록 어두운 시대일지라도,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영웅은 더욱 찬란하게 빛납니다. '제빵왕 김탁구'의 주인공 김탁구는, 바로 이러한 영웅의 모습을 그대로 형상화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탁구의 긍정적인 캐릭터가 주는 파급 효과는 어마어마합니다. 몇 푼의 돈에 눈이 멀어 2년 동안 집안에 숨은 채 범죄를 저질러 온 소인배 고재복은 김탁구에게 감화되어 자기의 것을 쪼개서 나누어 줄 줄 아는 대인배의 길로 접어들었고, 김탁구의 정의롭고 단호한 외침은 철벽같은 악인 한승재의 눈꺼풀까지 흔들리게 만들었습니다. 이복형 김탁구의 정체를 알고 있는 구마준으로서는 차갑게 닫힌 마음을 열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는데, 놀랍게도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김탁구의 희생 정신은 마준의 속에 뭉쳐진 응어리마져 녹여 버렸습니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김탁구는 "이만큼이나 남았다. 최선을 다해 보겠다. 할 수 있다!" 라고 하면서 긍정적 에너지를 뿜어냅니다. "누가 너같은 거하고 친구한대?" 라면서 언제나처럼 까칠한 반응을 보이는 마준에게도 거침없이 미소를 날리며 "내가 하고 싶어서 그래. 어때, 괜찮지?" 하며 넉살좋게 마음으로 안아 줍니다. (저렇게 삽시간에 친해질 수 있는데, 무려 2년 동안이나 한방을 쓰면서도 두 사람의 관계가 전혀 발전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은 좀 의문이긴 합니다. 우리의 영웅 탁구가 지난 2년 동안은 오븐 뚜껑을 열지도 못하고 마준이와 친해지지도 못하는 무력한 녀석이었나봐요..;;)

김탁구를 만나는 사람은 누구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저의 예상이 맞다면 김탁구는 가장 큰 원수인 서인숙과 한승재마저도 결국에는 용서해 주지 않을까 싶군요. 왜냐하면 결정적으로 그의 어머니 김미순이 죽지 않고 살아 있으니까요. 김미순과 신유경도 결국은 김탁구에게 감화되어 복수를 포기할 것이며, 서인숙과 한승재는 물론 죗값을 치러야 하겠지만 최후의 파멸을 맞이하지는 않고, 김탁구의 용서로 인해 새 삶을 시작할 것 같습니다.


타고난 성품도 그렇지만, 자칫 비뚤어질 뻔했던 젊은이를 올바른 길로 인도한 팔봉 선생의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외로운 탁구에게 가족이 되어 주는 팔봉 빵집의 식구들은, 팔봉 선생을 우두머리로 하여 똘똘 뭉쳐있는 긍정의 결집체입니다. 거성가의 식구들이 등장할 때는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린 듯 답답하고 찜찜하다가도, 팔봉 빵집의 사람들이 화면에 등장하면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고 편안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비록 드라마 속의 인물들이지만, 그들이 뿜어내는 긍정의 힘은 이렇게 시청자의 가슴 속까지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습니다. 현실 속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너무도 흐뭇하고 강력한 긍정의 힘입니다. 김탁구를 보면서 우리는 다시 기운을 내서 열심히 살아 보려는 결심을 하게 되고, 마지막에는 착한 사람이 승리할 거라는 순진한 믿음도 다시 가져보게 됩니다. 아무리 어려운 사람과의 관계도 진심으로 대하면 언젠가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품게 됩니다.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어도 재미가 없다면 그 뜻이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을텐데, 제작진의 능력이 탁월하여 아주 재미있고 감칠맛나는 드라마를 만들어 주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탁구에게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기 시작하는 마준이의 모습을 보며, 왠지 너무나 고맙다는 생각에 눈물까지 글썽이게 되었던 '제빵왕 김탁구' 16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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