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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왕 김탁구'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빵의 정체!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제빵왕 김탁구

'제빵왕 김탁구'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빵의 정체!

빛무리~ 2010. 8. 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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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봉 선생의 인증서를 받기 위한 경합이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1단계 시험의 결과부터 말해 본다면 양미순(이영아)과 김탁구(윤시윤)는 통과, 고재복은 탈락, 그리고 구마준(주원)은 '일단 보류' 였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우리가 가장 궁금해했던 것은 누가 통과하고 누가 탈락하느냐보다, 경합의 과제였던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빵'이 과연 어떤 빵이겠느냐 하는 점이었지요. 현실이라면 탈락할 수밖에 없을 주인공 김탁구는 극적으로 통과하게 될 것이고, 현실적으로 통과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구마준은 오히려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임을, 드라마의 법칙에 조금이라도 익숙한 시청자라면 누구나 예측 가능했으니까요.

김탁구가 혼자 중얼거렸던 "배고플 때 먹는 빵이 가장 배부른 빵이잖아!" 라는 대사에 착안하여 어떻게든 팔봉 선생을 굶주리게 했다가 자기가 만든 빵을 시식하게 할 거라는 의견이 있었는가 하면, 사람의 배가 부른 것이 아니라 빵의 배가 부른 것을 의미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의미에서 잔뜩 공기를 넣어 부풀린 공갈빵을 예상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재료를 사용할 것이냐 하는 점에서도 갖가지 추측이 난무했지요. 상상력이 부족한 저로서는 도저히 예측 불가능했기에 한 켠 거들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지만, 이웃님들의 재미있는 발상 덕분에 많이 웃으며 흥미로웠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팔봉 선생의 원칙은 매우 간단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위험하다 싶을 만큼 주관적이었습니다. 아, 처음의 느낌은 그랬다는 것입니다.

우선 케잌처럼 여러 사람들이 나누어 먹을 수 있는 빵이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빵이라는 생각으로, 케잌과 빵을 하나로 만들었다는 양미순의 말은 너무 단순했고, 그녀가 몇년간 늘상 만들어 오던 케잌인 만큼 새롭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팔봉 선생은 "빵과 케잌의 조화가 아주 훌륭하구나. 식감도 부드럽고 무엇보다 같이 나눠 먹겠다는 것으로 너의 배부른 빵을 표현한 것이 아주 좋았다. 통과다." 라고 거침없이 자신의 외손녀를 통과시켰습니다.

빵과 부재료의 조화가 잘 안 맞은 데다가 치즈와 버터의 양이 많아서 느끼하다는 이유로 탈락된 고재복의 조리빵은, 직접 먹어보진 않았으나 제 눈으로 보기에는 가장 맛있어 보이더군요. 고재복의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그래서 좀 아쉬웠습니다.


가장 문제의 소지가 다분했던 것은 구마준의 빵을 평가한 팔봉 선생의 답변이었습니다. "실로 네가 만든 솜씨는 이제껏 내가 본 기술 중에 상급에 속한다. 화려한 패스츄리에 소박한 고구마로 내용을 채운 것도 좋았다. 창의성도 엿보이고 맛도 아주 좋아. 나무랄데 없는 솜씨다. 헌데 맛이나 외양은 화려한데 어딘지 좀 차갑구나. 빵에서 찬 기운이 느껴지면 먹는 사람에게도 포만감을 주기 힘들어... 너를 어쩐다... 일단 한 번의 기회를 더 주도록 하마. 허나 다음 번 빵에서도 이 찬 기운을 없애지 못한다면 너는 탈락될 것이다."

창의성도 있고 맛도 좋고, 게다가 소박한 고구마로 내용을 채운 것도 좋은데 어딘지 좀 차갑다라는 말이 얼마나 주관적입니까? 처음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일 뿐 아무런 기준이 없다고 느껴지더군요. 인증서를 주고 안 주는 것은 오직 팔봉 선생의 마음이니 감히 누구도 반발할 수 없었지만, 저런 이유로 마준을 탈락시킨다면 꽤나 실망스러울 것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래도 일단 보류가 되어서 다행이었습니다.

그리고 김탁구는 "어찌 보리밥을 넣을 생각을 했느냐?" 하고 묻는 팔봉 선생에게 이렇게 답했습니다. "생각하고 넣은 건 아니구요, 그냥 모두 다 넣어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배고팠을 때 한 어린아이가 주었던 주먹밥도 넣어보고 싶었고, 재복선배랑 미순이 태조까지, 제가 빵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 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같이 넣어보고 싶었습니다. 비록 볼품없고 못생겼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겐 틀림없이 가장 배부른 빵이 되어줄 거라 믿으면서 만들었습니다."


무조건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누군가는 내 맘을 알아 줄 거라 믿으면서 만들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하긴 원래 우리 탁구가 번드르하게 말 잘 하는 녀석은 아니지만, 품격 높은 경합의 참가자로서는 약간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막무가내 레시피였습니다. 그런데 팔봉 선생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빵은 네 명의 빵 중에서 모양새나 질적으로나 가장 뒤처져 보이는구나. 재료에 대한 너만의 계산도 부족했다. 그런데 이 네 명의 빵 중에서 가장 좋은 향이 나는구나. 보리밥과 옥수수는 보릿고개를 넘기던 우리 서민들에게는 거의 주식과도 같았던 음식이다. 가난하고 없는 사람들의 배고픔을 달래주던 음식들이지. 배고픈 사람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그런 식재료로 빵을 만들어 낸 것은 칭찬할만하다. 게다가 이 보리와 옥수수의 거친 맛을 부드럽게 아주 잘 표현했다. 통과다."

말하자면 솜씨에 관계 없이 보릿고개를 넘기던 서민들의 주식과도 같았던 보리와 옥수수를 재료로 선택한 것에서 이미 승부가 결정났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발언이었습니다. "어딘지 좀 차갑다" 라는 이유로 탈락의 위기를 맞았던 구마준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편파적이라고 할 수도 있을 판정이었지요.


그런데 팔봉 선생의 대사를 여러 번 곱씹어 생각하니, 언뜻 주관적으로만 보이는 그 말 속에 분명한 원칙이 자리잡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재복과 구마준은 어떤 재료를 사용해서 물리적으로 배를 부르게 만들까 하는 데에 집중했으나, 양미순과 김탁구는 정신적으로 배를 부르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마음'을 첨가해서 빵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바로 그 '마음'의 유무(有無)가 경합 통과의 기준이었습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오랫동안 봉사 활동을 하셨던 어느 분의 말씀을 기억합니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더 이상 진통제도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하는 말기 상태의 환자들이 고통에 시달릴 때, 다가가 손을 꼭 잡아 주면 이상하게도 그 아픔이 한결 사그라든다고 모든 환자들이 말했다는 것입니다.

또 어디선가 읽었던 이야기입니다. 한겨울 추운 거리에서 동냥하고 있는 걸인을 보았을 때 무엇이라도 주고 싶었지만 주머니를 뒤져 보아도 동전 한 푼 나오지 않아서, 그는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다가가 걸인의 꽁꽁 언 손을 잡았더랍니다. 그러자 걸인은 감격하여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 차가운 동전을 던져 주는 손은 많았지만, 이토록 따뜻하게 잡아 주는 손은 처음입니다!"


여럿이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는 빵이 가장 배부른 빵이라고 생각한 미순의 마음... 그리고 자기가 배고팠을 때 어린아이가 건네 주었던 보리주먹밥을 그대로 응용하여 빵에 넣으며, 자기도 배고픈 누군가의 배를 채워주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가졌던 탁구의 마음... 이 마음들은 바로 위의 예시에서 고통받는 사람의 손을 잡아주던 그 따뜻한 손길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아무런 주사약의 효과 없이도 그 손길만으로 통증을 약화시킬 수 있었듯이, 빵에 들어간 재료가 얼마나 배부른 것인가 아닌가를 떠나서 그들의 마음만으로도 배부를 수 있을 거라는 팔봉 선생의 판단은 결코 틀리지 않았습니다.

쓰레기 만두 파동에, 유통기한을 조작한 음식들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가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어쩌면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양미순과 김탁구처럼,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평생 빵을 만들 때마다 그것을 먹을 사람을 진심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결코 부정한 재료를 쓰지도 않을 것이며, 바가지를 씌우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들의 빵은 언제나 믿을 수 있는 빵이고, 아주 오래오래 많은 사람들의 배를 부르게 해 줄 빵입니다. 그들이 경합에 통과한 것은 매우 공정하고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밝혀진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빵'의 정체는, 또한 많은 것들을 일깨워 줍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은 어떤 얼굴인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손은 어떤 손인지,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물은 어떤 물인지도 우리는 이 '빵의 교훈'을 통해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깨달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목마른 누군가에게 한 모금의 시원한 물이라도 건네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겠지요.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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