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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왕 김탁구' 나쁜 아버지 구일중, 비극을 부르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제빵왕 김탁구

'제빵왕 김탁구' 나쁜 아버지 구일중, 비극을 부르다

빛무리~ 2010. 8. 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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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일중은 참으로 나쁜 아버지입니다. 14년만에 재회한 아들 탁구(윤시윤)와 끌어안고 폭풍 눈물을 흘리는 전광렬의 연기는 더할 수 없는 명품이었으나, 그 순간에도 제 마음은 차갑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오히려 속으로 "탁구야, 속지 마!" 라고 되뇌었다죠. 탁구의 인생 중 12년을 허비하게 만든 장본인은 사실 조진구(박성웅)가 아니라 구일중이었습니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가장 자애로운 아버지인 척하고 탁구를 끌어안고 있으니 제 눈에는 가증스럽게만 보였습니다.

그는 탁구를 사랑했다기보다는 욕심을 냈던 것입니다. 천부적인 후각을 타고나서 제빵 사업에 큰 도움이 될만한 아들 탁구를 온전히 자기 소유로 만들기 위해, 모자간에 생이별을 시키려 했던 것이지요. 아무래도 후계자 자리에 앉힐 장남이 혼외자라는 사실이 썩 자랑스럽지는 않을테고, 그의 생모 김미순(전미선)의 존재가 걸리적거렸을 테니까요. 탁구의 이름을 구형준으로 바꾸어서 호적에 올리고, 김미순과는 아예 인연을 끊게 하려고 했습니다. 김미순을 납치해서 차에 태우고 가며, 조진구가 했던 말을 기억하십니까? "아줌마 아들, 이제 다시는 못 만나." 그게 바로 구일중의 뜻이었습니다.


그리고... 구마준. 이 아이를 대하는 구일중의 태도를 보고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모릅니다. 저건 사람도 아니다 싶을 지경이었어요. 아버지가 아니라 생판 남이라도 그렇게는 못하겠더군요. 아무리 잘못을 저질렀어도 뉘우칠 기회를 주어야 하고, 상대가 진심으로 뉘우치면 용서를 해 주어야 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입니다. 그런데 구일중은 아직 너무 젊어서 어린 아들이 무릎까지 꿇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용서를 비는데도 차갑게 외면했습니다. 마준이가 자기의 마음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최선을 다해서 해명하려 했지만 "너에게서는 아무 변명도 듣고 싶지 않다" 라는 대답만이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팔봉 선생(장항선)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어려서부터 키운 것도 아니고 다 커서 만났지만, 그는 진심으로 젊은이를 아낄 줄 아는 어른이었습니다. 팔봉 빵집에 들어온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마준이는 탁구를 모함하기 위해 제빵실을 뒤집어 엎고 반죽을 못 쓰게 만든 적이 있었지요. 그 사실을 알게 된 팔봉 선생은 마준을 호되게 야단치고 중한 벌을 내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기회를 박탈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기 문하에서 2년간 마음과 실력을 갈고 닦으며 올바른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명색이 아버지라는 구일중은 그 어떤 기회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뉘우칠 기회도, 변명할 기회도, 용서받을 기회도... 마준에게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구일중을 그토록 분노하게 한 마준의 잘못은, 탁구의 소재를 알면서도 말하지 않았다는 죄였습니다. 자기는 그 아이의 엄마를 납치하여 생이별하게 한 주제에, 12년간 헤어져 있게 된 것은 자기 잘못이었으면서, 재회가 고작 2년 더 늦어졌다는 이유로 마준이만 대역죄인 취급을 하고 있군요.

구일중과 마준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약간 논란의 소지가 있기는 합니다. 모두 알다시피 마준이는 서인숙(전인화)이 비서실장 한승재(정성모)와의 불륜으로 낳은 아들이니까요. 하지만 생물학적 아버지가 아니라고 해서 구일중과 마준을 남남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26년간 부자관계로 지내 왔는데, 핏줄이 섞이지 않았다고 해서 아버지도 아니고 아들도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누가 뭐래도 마준이는 구일중의 아들이 맞습니다. 마준에게는 아버지가 두 명이에요. 비록 친아버지인 한승재는 마준이가 스스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버지가 아니게 될 수는 없지요.


드러난 것처럼 구일중이 마준이 출생의 비밀을 모르고 있다면 더 말할 것도 없지만, 만약에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마준이를 대하는 그의 태도는 옳지 않습니다. 단죄하고 싶었다면 서인숙과 한승재를 상대로 해야 할 뿐, 어린 마준이한테 못되게 굴어서는 안되는 것이니까요. 혹시라도 모든 사실을 알면서 수십년간 모르는 체 하고 지내온 것이라면, 더욱 더 사람처럼 안 보일 것 같습니다.
 
(여기서 잠깐 덧붙이기 들어갑니다. 제가 보기에 구일중은 마준이가 누구의 핏줄인지를 모르고 있는 듯 싶으나, 만약 알고 있다면 알게 된 그 시기가 언제인지도 중요합니다. 마준이가 아직 어릴 때였다면, 당연히 한승재와 서인숙, 그리고 마준이까지 모두 내쫓아야 마땅했습니다. 어차피 자기 아들도 아니고 아무런 의리도 없는 상태니까요. 그런데 만약 마준이가 다 커서 알게 되었다면, 그때는 문제가 좀 달라집니다. 서인숙과 한승재는 용서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이십여년간 자기 아들로 키워 온 마준이에 대해서 모든 애정과 의리를 끊어낼 수 있을까요? 그건 결코 판단하기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핏줄이 아니라는 게 밝혀졌다고 해서 이십여년간의 기른정이 한 순간에 사라지나요? 그 부분이 아리송한 지금, 분명한 것은 구일중이 마준이를 아들로 대접하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상황이 어쨌든간에 26년간이나 부자 관계로 지내 왔는데, 매우 어른답지 못하고 이기적이며 속 좁은 태도입니다.)

비극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다

마준이는 탁구와 2년간 한방에서 지내며 조금씩 감화되어 가던 중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마음을 열고 자기가 가진 것을 타인과 나눌 줄도 알게 되었으며, 스스럼 없이 탁구와 어깨동무도 할 정도로 가까워졌습니다. 게다가 팔봉 선생의 훌륭한 지도를 받으며 그 집안의 긍정적인 분위기에 차츰 젖어들어 갔기 때문에, 이제 마지막 관문만 넘으면 환골탈태하여 아주 멋진 녀석으로 다시 태어날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팔봉 빵집의 모든 사람들이 2년 동안 그를 아끼고 이끌어 주며 공들인 결과였지요.


그런데 나쁜 아버지 구일중이 모든 것을 망쳐 놓았습니다. 마준이는 아버지의 사랑을 진심으로 원했기에 그 동안 온갖 어려움을 참으며 노력해 왔는데, 그 아버지로부터 모든 기회를 박탈당하며 영원히 용서받을 수 없을 듯 차가운 외면을 받게 되자, 지금껏 좋은 방향으로 노력해 오던 것을 모두 팽개쳐 버렸습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진심을 원하지 않습니다. 비록 껍데기 뿐이라도 자기가 가진 것을 모두 다 이용하여, 자기 삶을 불행하게 만든 사람들에게 복수하고 싶어할 뿐입니다. 삽시간에 이렇게 비뚤어져 버리다니... 정말 안타깝게도 오르막길은 한참 걸렸지만 내리막길은 한 순간이었습니다.

구마준 한 사람이 비뚤어지게 됨으로써 닥쳐올 비극은 가공할 수준입니다. 그는 자기로 하여금 수치스러운 출생의 비밀을 짊어지고 살게 만든 친부모에게 복수하고 싶어합니다. 더불어 끝내 자기를 인정해 주지 않고 탁구와 눈에 띄게 차별하는 구일중에게도 복수를 다짐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복수의 도구로 신유경(유진)을 이용하려 합니다. 유경 또한 자기 집안에 한이 맺혀 있음을 알기에, 그녀에게는 자기를 이용하여 복수하라고 유혹합니다.


자식이 부모를 향해 복수하겠다고 칼을 벼르는 상황이라니, 정말 기가 막히군요. 탁구의 애인 신유경이 마준과 연결된다면 형제가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대립하는 멋진 모양새가 될 것이며, 그 시끄러운 와중에 서인숙은 결사반대를 하겠지만, 구마준은 어머니의 치명적인 비밀을 두 가지나 알고 있습니다. 첫째는 할머니의 죽음이고 둘째는 자기 자신의 출생입니다. 자기 출생의 비밀을 무기로 휘두른다면 자기도 다칠 위험이 있으니까, 일단은 할머니의 죽음을 무기 삼아서 어머니를 굴복시키려 하겠군요. 이렇게 끔찍한 음모와 다툼이 가족 간에 벌어질 것입니다.

김미순과 닥터윤이 한쪽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거성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가족 내에서 심각한 폭풍이 불게 생겼습니다. 이 모든 일은 구일중이 마준을 용서하고 받아주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습니다. 탁구와 사이가 좋아진 마준은 경합이 끝나면 그의 손을 잡고 함께 집으로 돌아왔을지도 모릅니다. 유경에 대한 마준의 마음은 약간의 호기심일 뿐 사랑까지는 아닌 듯 하니까, 기꺼이 탁구와 유경의 사랑을 축복해 주었을지도 모릅니다.


탁구가 멀쩡히 살아서 거성의 장남으로 있는 것을 보면 김미순도 복수의 칼날을 접었을 것이며, 구일중은 든든한 두 아들을 양쪽에 거느리고, 위기에 처한 회사를 거뜬히 일으켜 세울 수 있었을 것입니다. 탁구를 밀어내려고 애쓰는 서인숙이 좀 외로워지겠지만, 가장 사랑하는 아들 마준이가 긍정적으로 변화하여 그런 어머니를 차츰 감화시킬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 모두가, 구일중이 마준이를 너그럽게 이해해 주기만 했다면 충분히 가능했을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다 틀렸습니다.

좋은 스승이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빛나게 할 수 있는가의 예를 팔봉 선생이 보여준다면, 나쁜 아버지가 자식의 인생을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가의 예를 구일중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변화는 나비효과를 일으키며 주변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지요. 이제 그의 집안에 닥쳐올 비극에 있어, 구일중은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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