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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드디어 비정한 엄마 서은하(이보희)를 향한 백야(박하나)의 한맺힌 복수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압구정 백야' 29회를 보고 있자니 임성한의 과거 히트작 두 편이 자연스레 연결되는 데자뷰 현상이 느껴졌다. 우선 '인어 아가씨'의 아리영(장서희)은 외도하느라 가족을 버린 아빠 때문에 엄마와 자신의 인생이 망가지자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쳐 냉혹한 복수를 전개했는데, 현재 백야의 모습은 복수의 상대가 아빠에서 엄마로 바뀌었을 뿐 그 내용면에서 아리영과 별로 다르지 않다. 또한 '하늘이시여'에서는 여주인공 자경(윤정희)이 친엄마인 영선(한혜숙)의 의붓아들 구왕모(이태곤)와 결혼하면서 족보가 황망하게 꼬여버리는데, 현재 백야가 선택한 복수의 방법 역시 친엄마의 의붓아들을 유혹하는 것이라 그 포맷이 대동소이하다. 결..
케이블 tvN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미생'의 인기가 나날이 치솟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들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이 작품에는 대부분 직장 경험이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다. 현역 아이돌로서는 최고의 연기력을 자랑하는 임시완이 주인공 '장그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내고 있으며, 그 곁에서 믿고 보는 '오과장' 이성민이 든든하게 서포트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잘 만들어진 드라마를 감상하다 보면 캐릭터에 몰입하여 작품 속 상황을 함께 체험하는 순간이 오는데, 이 작품의 경우는 번번이 극심한 울화통이 솟구쳐 시청하기가 상당히 괴롭다. 슬픔이나 공포에는 카타르시스가 있지만, 울화나 짜증에는 그런 것도 없다. 이 작품 속 인물들은 직장 생활 중에..
'비밀의 문' 7회에 처음 등장한 김무(곽희성)는 외로운 들개처럼 처연하고 위험해 보였다. 그는 현직 영의정이며 노론의 영수인 김택(김창완)의 버려진 자식이었다. 기생첩에게서 태어나 평생 바람처럼 떠돌던 그를 김택이 불러들였을 때, 그는 아비에게 인사를 올렸다. "오랫동안 격조하였습니다, 대감마님!" 어쩌다 칼 쓰는 법을 익히고 살수가 되었는지, 김무의 사연은 다뤄지지 않았다. 세도가의 얼자이며 기생의 아들로서 세상 어떤 집단에도 속할 수 없었던 그의 척박한 삶을 어림짐작할 뿐이다. "이제는 그저 사냥이나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대감의 청을 받들지 않을 것입니다!" 아비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아들은 반항했다. 그러나 아비의 목소리는 다정했다. "너를 찾아 불러올리느라 애 좀 먹었다. 따라 나서거라. 갈 ..
시청률은 높지 않아도 보는 사람들은 호평 일색(?)인 드라마가 '내 생애 봄날'이다. 최소한 이 드라마를 다룬 기사에 달린 댓글들의 분위기는 호평을 넘어 찬양 일색이다. 달콤하다는 둥, 설렌다는 둥, 감우성이 너무 좋다는 둥, 수목드라마 중에 볼 것 없다는 소리들만 하지 말고 자신있게 추천하니까 이걸 한 번 보기만 하라는 둥... 그런데 나는 솔직히 8회까지 보았지만 전혀 공감할 수가 없다. '아이언맨',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내 생애 봄날'(이하 '내봄날') 지상파 3사의 수목드라마를 모두 2회까지 시청한 후 나머지 2개는 곧바로 접었고, 그나마 제일 낫다 싶어 선택한 것이 '내봄날'이었다. 썩 맘에 들진 않지만 보다 보면 나름의 재미를 찾을 수 있겠지 기대했었다. 하지만 결국은 8회까지 ..
높은 시청률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종영한 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악녀 연민정(이유리)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이유리가 연기를 무척 잘 했기 때문에 높은 인기를 얻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리가 어찌나 몰입감 있게 연기를 잘 했던지, 후반에는 못된 짓만 골라 하는 연민정이 오히려 칭찬(?)을 받고 선한 주인공 장보리(오연서)는 반대로 욕을 먹었다. 물론 그 이유 중에는 배우들의 연기뿐 아니라 주인공 캐릭터를 너무 답답하게 그려놓은 대본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유리의 연기를 칭찬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연민정의 캐릭터까지 호감형으로 돌아선 모습에서는 적잖은 위험성이 느껴진다. 연민정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비록 잘못된 방향일망정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일관성있는 언행을 보여준..
현재 tvn에서 방송중인 '삼총사'는 인조(김명수)와 소현세자(이진욱)의 이야기를, sbs에서 방송중인 '비밀의 문'은 영조(한석규)와 사도세자(이제훈)의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이다. 특히 '비밀의 문'은 '뿌리깊은 나무'의 세종 이후 3년만에 영조로 변신한 한석규의 귀환으로 화제를 모았던 2014년 하반기 최대 기대작이었다. 그러나 한석규의 명품 연기에도 불구하고 '비밀의 문'은 대본과 연출의 미흡함으로 대중의 혹평과 시청률 하락에 시달리고 있으며, 반면 '삼총사'는 제법 탄탄한 구성과 신선한 재미를 선보이고 있음에도 케이블의 한계와 주 1회 방송의 핸디캡 때문인지 작품 수준에 적합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비밀의 문'에는 '의궤 살인사건'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극 초반 세..
'보고 또 보고'(1998)의 김지수부터 '신기생뎐'(2011)의 임수향까지, 임성한 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 선택받은 배우들은 로또에 당첨된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특히 20년 무명을 견뎌 온 중고신인 장서희에게는 '인어 아가씨'(2002)의 성공으로 배우 인생의 화려한 제2막이 열렸고, '왕꽃 선녀님'(2004)의 이다해와 '하늘이시여'(2006)의 윤정희는 연기 경험이 없는 신인이었지만 임성한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되면서 곧바로 전성기에 돌입했다. 물론 '아현동 마님'(2007)의 왕희지와 '보석 비빔밥'(2009)의 고나은처럼 혜택을 누리지 못한 경우도 없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임성한의 여주인공은 무명 또는 신인 여배우에게 놓칠 수 없는 대박 기회로 인식되어 있었다. 그런데 '오로라 공주'(2013)에서..
아찔하도록 매력적이었던 '뿌리깊은 나무'의 세종 이후 3년만에 임금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 한석규를 브라운관에서 볼 수 있다는 감사한 사실만으로도 '비밀의 문'을 향한 기대는 한껏 높을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월화드라마 라인의 폭망으로 지루함에 시달려 온지가 벌써 수개월째라 '믿고 보는 한석규'의 귀환은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기대가 지나치게 컸던 모양이다. 나는 원래 김영현 작가의 사극 매니아이며 상대적으로 윤선주 작가의 작품을 선호하지는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불멸의 이순신' 등 높이 평가받는 작품을 많이 쓴 작가이니 한석규와의 호흡을 기대할만 하겠다 생각했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솔직히 기대에는 못 미친 느낌이었다. '비밀의 문' 초반 전개는 영조의 즉위와 관련된 비밀 문서 '..
사실 남주인공 이건(장혁)과 기이한 운명으로 만나 결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김미영(장나라)의 캐릭터는 지극히 평범하고 현실적이었다. 로펌이라는 화려한 직장에 다니지만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하는 말단 여직원, 게다가 한없이 여리고 순하기만 한 김미영은 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치명적 문제 때문에 직장 상사 및 동료들로부터 거의 하녀 취급을 받고 있었다. 동료들은 툭하면 자신의 업무를 미영에게 떠맡기면서도 미안한 줄 몰랐고, 심지어 포스트잇에 '오늘의 할 일'을 적어 미영의 몸에 붙여놓는 무례한 행동조차 서슴지 않았다. 상사들은 직장 업무뿐 아니라 사적인 일에까지 김미영을 알뜰히 부려먹었다. 속으로는 이게 아니다 싶으면서도 한 마디 거절의 말을 하지 못해서 그저 웃는 얼굴로 모든 부탁을 들어주는 김미영...
드라마 '트라이앵글'의 전개 중 가장 납득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윤태준 회장(김병기)이 하필 윤양하(캐릭터 본명 장동우, 배우 임시완)를 입양했다는 사실이었다. 평범한 사람들도 입양을 하기 전에는 아기의 친부모와 기타 여러가지 사안에 대해 꼼꼼히 알아보고 결정하는데, 큰 기업의 회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대충 아무 녀석이나 데려다가 입양을 했을까? 갓난아기 장동우가 바로 죽은 장정국의 막내아들이라는 사실을 윤태준은 정말 몰랐을까? 고복태(김병옥)를 시켜 장정국을 살해한 사람은 바로 윤태준이었다. 혹시 자기가 죽인 사람의 아들인 줄 알면서도 입양한 거라면,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또 한 가지 의문은 윤태준에게 친자식이 왜 없을까 하는 점이었다. 무릇 재벌 회장들은 적자와 서자를 아울러 수십명의 자녀를 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