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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앵글' 허영달보다도 쓰라린 윤양하의 운명 본문

드라마를 보다

'트라이앵글' 허영달보다도 쓰라린 윤양하의 운명

빛무리~ 2014. 7. 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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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트라이앵글'의 전개 중 가장 납득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윤태준 회장(김병기)이 하필 윤양하(캐릭터 본명 장동우, 배우 임시완)를 입양했다는 사실이었다. 평범한 사람들도 입양을 하기 전에는 아기의 친부모와 기타 여러가지 사안에 대해 꼼꼼히 알아보고 결정하는데, 큰 기업의 회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대충 아무 녀석이나 데려다가 입양을 했을까? 갓난아기 장동우가 바로 죽은 장정국의 막내아들이라는 사실을 윤태준은 정말 몰랐을까? 고복태(김병옥)를 시켜 장정국을 살해한 사람은 바로 윤태준이었다. 혹시 자기가 죽인 사람의 아들인 줄 알면서도 입양한 거라면,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또 한 가지 의문은 윤태준에게 친자식이 왜 없을까 하는 점이었다. 무릇 재벌 회장들은 적자와 서자를 아울러 수십명의 자녀를 두는 경우도 많은데,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평생을 바쳐 이룩한 기업을 진심으로 물려주고 싶은 친자식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매우 의아하다. 설령 아내가 불임이라 해도 서자는 있을 법한데... 혹시 본인에게 극심한 무정자증이나 그 방면의 병이 있어, 첨단 의학으로도 치료할 수 없고 시험관 아기조차 불가능했던 걸까? 그렇지 않고서야 당최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다. 어찌 그만한 위치에 있으면서 자식 욕심이 없겠는가? 죽을 때 싸갖고 갈 수도 없고 물려줄 자식도 없는데, 무엇 때문에 그토록 악귀같이 재산을 긁어모았던 것일까?

 

장동우를 입양해서 윤양하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자기 아들로 키웠지만, 윤태준은 한 번도 그 아이에게 진심과 사랑을 주지 않았다. '트라이앵글' 17회에서 황신혜(오연수)는 허영달(김재중)에게 말했다. "양하는 윤회장의 친아들이 아니야. 입양한 아들이지. 하지만 윤회장은 양하를 아들이라기보다는 대정그룹 후계자로 아주 엄격하게 키웠어. 그래서 그 친구는 언제나 파양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렸지. 지금도 윤회장은 자기 후계자가 될 능력이 없다고 생각되면 언제든 양하를 버릴 수 있는 사람이야." 허영달로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지만, 시청자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하지 않은가?

 

 

손톱 만큼의 애정도 없으면서,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의 자식한테 왜 기업을 물려주려고 했던 것일까? 그리고 현재까지의 전개로 볼 때 윤회장에게는 입양한 자식조차도 윤양하 한 명뿐인 듯한데, 언제든 파양하거나 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 다음에는 어쩔 속셈이었을까? 현필상(장동직)처럼 그냥 주변에 있는 유능한 부하들 중 한 명을 뽑아서 "옛다, 회사 너 가져라!" 하고 던져줄 생각이었을까? 어차피 그럴거면 무엇하러 피곤하게 입양 따위를 해서 자식으로 키웠을까? 부하직원들과 똑같은 존재일 뿐, 자식으로서의 특별한 의미는 전혀 없는데 말이다. 아무래도 의문이 풀리질 않았다.

 

그래서 나는 윤양하의 생부가 누구인지를, 윤태준이 맨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꿔 보았다. 그랬더니 오히려 가능성 있는 추론들이 몇 가지 떠올랐다. 아마 윤태준에게는 적자든 서자든 친아들이 있을 것인데, 그 아들의 존재는 현필상 같은 측근조차도 알지 못하는 극비 사항일 것이다. 짐작컨대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첨단 교육을 받으며 후계자 수업중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윤양하는? 친아들의 존재가 드러나기 전까지 그 앞에서 화살받이 역할만 하다가 버림받을 운명이었다고 추측된다. 그렇다면 하필 장정국의 아들을 선택하여 데려온 이유도 설명이 된다.

 

 

완전 범죄로 넘어가면 좋겠지만 혹시라도 먼 훗날 장정국이 사망한 진짜 원인이 밝혀진다면, 세 명이나 되는 그 아들들이 원한을 품고 달려들테니 윤회장은 대비책이 필요했을 것이다. 어차피 친아들을 대신해서 주변의 질시와 화살을 받아줄 양아들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밧줄에 꽁꽁 묶인 채 장정국이 이끄는 노조원들에게 개처럼 끌려다녀 본 경험이 있는 윤태준으로서는, 여러 사람에게 주목받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친아들이 완벽한 어른이 되어 힘과 능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최대한 숨기며 보호하려 했던 것이다. 그 도구로 선택된 아이가 장동우였다.

 

장정국의 막내아들을 손아귀에 쥐고 있으면, 그 형들이 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고 찾아왔을 때 여러모로 유용하지 않겠는가? 일단은 비밀을 숨긴 채, 윤양하를 선봉에 내세워 자기 형들과 맞서 싸우게 한다. 기껏 복수한답시고 찾아와서는 친형제들끼리 피터지게 싸우는 꼴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지 않겠는가? 윤양하가 이기면 더 좋겠지만, 수세에 몰려 위급해지면 적당한 시기에 출생의 비밀을 폭탄처럼 터뜨린다. "잠깐, 지금 너희와 싸우고 있는 그 아이가 누군지 아니? 바로 너희가 눈 빠지게 찾고 있던 막내동생이란다!" 충격받은 장동수(이범수)와 허영달이 멘붕에 빠지면, 정신없는 틈을 타서 반격을 가하고 승리를 쟁취한다. 제법 멋진 시나리오 아닌가?

 

 

현재 윤양하는 수십년 전에 장정국이라는 노조위원장을 윤태준과 고복태가 모의하여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 장정국이 바로 자신의 생부라는 사실까지는 모르고 있다. 진실을 알게 되면, 윤양하가 받을 충격은 오히려 장동수나 허영달보다 훨씬 클 것이다. 어릴 때부터 지금껏 아버지라 부르며 살아 온 사람이 자기 생부를 죽인 원수였다니 말이다. 어쩌면 윤태준은 이미 권력과 돈의 맛을 알아버린 윤양하가 뒤늦게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해도, 쉽게 자신을 떠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을 듯하다. 허영달 같은 막장 인생을 제 발 아래로 굽어보며 살아 온 아이니까, 그들과 합세하여 자신을 적으로 돌리기보다는 제발 버리지 말아 달라고 자신에게 애원할거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윤양하는 윤태준의 예상을 무너뜨릴 것이다. 인간이 본성은 비록 나약하지만, 때로는 강한 의지가 본성을 이길 수도 있음을 보여줄 것이다. 윤양하가 형들과 합세하여 죽은 생부의 원수를 갚기로 결심한다면, 대정그룹의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윤양하는 윤태준에게 가장 위험한 적수가 될 것이다. 마음껏 이용하다가 버릴 무기이자 바람막이쯤으로 여기며 키워낸 윤양하가 역설적으로 윤태준의 가장 큰 약점이 되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윤양하는 윤태준의 제거 대상 1순위가 되겠지만, 장동수와 허영달의 보호로 무사할 것이다.

 

 

황신혜의 최면 치료를 통해 허영달의 기억이 돌아오고, 장동수와 허영달은 서로가 잃어버린 형제임을 알게 되었다. 고복태와 윤태준의 농간에 속아 서로 총구를 겨누고 주먹질을 했던 가슴 아픈 과거가 있었지만, 굳건히 포옹하며 흘리는 눈물에는 생애 최고의 기쁨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막내동생 윤양하의 존재만은 밝혀지지 않아서, 형제간의 첨예한 대립이 지속되고 있으니 안타깝다. 허영달의 공격에 패배한 윤양하는 양부 윤태준에게 호된 질책을 받고 한직으로 밀려난 데다가, 허영달의 연인 오정희(백진희)를 짝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한창 독기 품고 허영달을 미워하는 중이다.

 

생각해 보면 윤양하의 인생은 허영달 못지 않게 슬프고 기구하다. 평생 원수를 아비로 알고 살아온 것도 모자라, 나중엔 키워준 아비의 손에 목숨을 위협당하는 운명이라니! 게다가 오정희의 마음이 윤양하에게로 돌아설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이니, 윤양하는 사랑하는 여자를 형에게 양보해야만 하는 서글픈 운명까지 타고난 셈이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짠내나는 캐릭터는 허영달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윤양하에게서 풍기는 짠내가 만만치 않다. 이것은 눈물이 말라붙어 버석한 소금기를 남기고, 채 아물지 않은 상처를 그 소금으로 문지르는 것처럼 쓰라린 형제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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