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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봄날' 로리타 증후군을 한껏 미화시킨 드라마 본문

드라마를 보다

'내 생애 봄날' 로리타 증후군을 한껏 미화시킨 드라마

빛무리~ 2014. 10. 1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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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은 높지 않아도 보는 사람들은 호평 일색(?)인 드라마가 '내 생애 봄날'이다. 최소한 이 드라마를 다룬 기사에 달린 댓글들의 분위기는 호평을 넘어 찬양 일색이다. 달콤하다는 둥, 설렌다는 둥, 감우성이 너무 좋다는 둥, 수목드라마 중에 볼 것 없다는 소리들만 하지 말고 자신있게 추천하니까 이걸 한 번 보기만 하라는 둥... 그런데 나는 솔직히 8회까지 보았지만 전혀 공감할 수가 없다. '아이언맨',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내 생애 봄날'(이하 '내봄날') 지상파 3사의 수목드라마를 모두 2회까지 시청한 후 나머지 2개는 곧바로 접었고, 그나마 제일 낫다 싶어 선택한 것이 '내봄날'이었다. 썩 맘에 들진 않지만 보다 보면 나름의 재미를 찾을 수 있겠지 기대했었다. 하지만 결국은 8회까지 버티다 손을 놓고 말았다. 



내 기억에 감우성은 처음 데뷔하던 20대 청년 시절부터 묘하게 '아저씨스런' 분위기를 풍기는 배우였다. 당시에는 어린 나이답지 않게 너무 아저씨스러워서 좀 이상했는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특유의 분위기가 실제 나이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농익은(?) 아저씨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동갑내기 차승원은 예전에도 그랬지만 40대 중반에 이른 지금도 '아저씨스럽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으니, 사람 특유의 분위기는 어쩌면 나이와 별 상관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내봄날'의 애청자들은 따뜻하고 소탈한 아저씨의 매력을 자연스레 뿜어내는 감우성에게 푹 빠져있는 듯한데, 나는 아무런 설렘이나 끌림을 느낄 수 없었다. 


'내봄날'은 40대 중반의 아저씨 강동하(감우성)와 20대 중반의 아가씨 이봄이(수영)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극 중 남녀 주인공의 나이차는 18세고, 연기자인 감우성과 수영의 실제 나이차는 20세다. 누가 봐도 삼촌과 조카쯤 되는 사이다. 설정상으로는 강동하의 죽은 아내의 심장을 이봄이가 이식받음으로써 '셀룰러 메모리(세포 기억)'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인데, 아무리 그렇다 해도 초봄의 프리지어처럼 싱그럽고 화사한 아가씨가 애 둘 딸린 홀아비이며 삶에 지친 기색이 역력한 40대 아저씨한테 빠져든다는 것을 나로서는 전혀 공감할 수가 없었다. 남들은 둘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보기만 해도 달달하다고 난리들인데 난 그저 민망할 뿐이었다. 



어쩌면 이 드라마는 '로리타 증후군'을 한껏 미화시킨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셀룰러 메모리' 설정으로 그 남자뿐만 아니라 아이들한테까지 불가항력적으로 끌리는 여자를 만들어 놓고, 남자쪽에서는 자꾸만 뒤로 물러나는데도 여자쪽에서 적극적으로 다가오게 만들어 죄책감을 약화시킨다. 두 사람의 결합이 힘들면 힘들수록 시청자는 측은지심을 느끼며 너그러워지는데, 작가는 강동하의 친동생인 강동욱(이준혁)과 이봄이가 약혼한 사이였다는 설정을 넣어 최대의 난관으로 부각시켰다. 하지만 이 비도덕적인 설정은 측은지심 여부를 떠나 불편함만을 가중시켰을 뿐이다. 조카쯤의 나이에 제수씨가 될뻔한 여자와, 삼촌쯤의 나이에 시아주버니가 될뻔한 남자의 결합이라니! 


우도의 목가적인 배경과 달달한 사랑표현으로 아름답게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 이 드라마의 인물들은 매우 이기적이며 괴상할 만큼 집착적이다. 죽은 형수를 사랑하다가 그녀의 심장을 이식받은 이봄이를 의도적으로 찾아가 연인이 된 강동욱도 솔직히 정상은 아니고 다분히 사이코스럽다. 셀룰러 메모리에 지배당하며 반쯤 미쳐버린 이봄이는 애 둘 딸린 삼촌뻘 홀아비한테 시집보내 주지 않으면 자기 부모와 절연이라도 할 태세다. 더욱이 동생의 약혼녀인 줄 알면서도 조카뻘의 어린 여자한테 먼저 "좋아한다!"고 고백한 강동하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는 척하면서 순식간에 두 걸음 다가서는 고단수를 지녔다. 이들의 가족관계는 당최 어떻게 되는 것일까? 



게다가 이 드라마를 시청하며 초반부터 가장 불쾌했던 부분은 다른 곳에 있었다. 강동하와 이봄이가 우연처럼 자꾸만 부딪히게 되자, 강동하의 주변 사람들이 "그녀와 잘해보라"는 식으로 부추기는 장면들이었다. 우도에서 늘 강동하의 곁에 있던 단짝 친구, 회사에서 강동하의 시중을 들던 젊은 비서, 심지어 외손주들을 보살펴주러 강동하의 집에 와 있던 장모님까지, 이 단역 캐릭터들은 계속 강동하를 부추기며 이봄이와 만나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강동하의 두 아이 푸른이와 바다까지도 이봄이를 엄마처럼 따랐고, 특히 사춘기에 접어든 큰딸 푸름이는 적극적으로 아빠와 이봄이의 만남을 이끌기까지 했다. 


아이들이야 세상 물정을 잘 모르니까 그럴 수도 있다. 애들은 그냥 무조건 자기가 좋으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어른들의 행동은 매우 불쾌했다. 아무리 강동하의 주변인들이라 강동하 편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지만, 척 봐도 조카뻘의 어린 아가씨인데 애가 둘이나 딸린 중년 홀아비 강동하의 짝으로 생각하며 잘해보라고 하다니! 딸이 죽은 후 홀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사위를 안스러워하던 장모는 이렇게 말했다. "여자 애가 어데 있노? 여자면 다 똑같은 여자제!" 상대 여자의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염치도 없이 강동하를 부추기던 주변인들의 모습이 나는 몹시 역겨웠다. 설마 이토록 추하고 이기적인 것이 인간 본연의 모습임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쓰다 보니 너무 심하게 혹평을 해서 '내봄날'의 애청자들께는 죄송하게 되었지만, 이것은 한 드라마에 관한 개인적 감상과 의견일 뿐이니 분노하지 말고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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