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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백야' 박하나, 이제는 사랑받기 힘든 임성한의 여주인공 본문

드라마를 보다

'압구정 백야' 박하나, 이제는 사랑받기 힘든 임성한의 여주인공

빛무리~ 2014. 10. 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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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또 보고'(1998)의 김지수부터 '신기생뎐'(2011)의 임수향까지, 임성한 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 선택받은 배우들은 로또에 당첨된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특히 20년 무명을 견뎌 온 중고신인 장서희에게는 '인어 아가씨'(2002)의 성공으로 배우 인생의 화려한 제2막이 열렸고, '왕꽃 선녀님'(2004)의 이다해와 '하늘이시여'(2006)의 윤정희는 연기 경험이 없는 신인이었지만 임성한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되면서 곧바로 전성기에 돌입했다. 물론 '아현동 마님'(2007)의 왕희지와 '보석 비빔밥'(2009)의 고나은처럼 혜택을 누리지 못한 경우도 없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임성한의 여주인공은 무명 또는 신인 여배우에게 놓칠 수 없는 대박 기회로 인식되어 있었다. 



그런데 '오로라 공주'(2013)에서부터 임성한은 생각이 좀 달라진 모양이다. 대놓고 처음부터 여주인공을 비호감으로 만들어 놓더니, 반전 매력을 선보일 수 있는 확실한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작품을 끝내버린 것이다. 차라리 악역이라면 모를까, 비호감 스타일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는 절대로 시청자의 호감을 얻지 못한다. 결국 '오로라' 역을 맡았던 여배우 전소민은 후속작에서 다시 조연으로 밀려나며 쓸쓸히 잊혀져갈 위기에 처해 있다. 다만 전소민에게 운이 없었던 탓일까? 천만에!!! 2014년 '압구정 백야'로 돌아온 임성한은 역대 최강급의 비호감 여주인공을 선보이며 막장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모르나, 임성한은 2012년 남편 손문권 PD의 죽음 후 '시누이'라는 존재에 대해 큰 악감정을 지니게 된 듯 싶다. 남편 사망 이전까지는 시누이 올케 사이의 갈등을 그토록 첨예하게 그려낸 적이 없었는데, '오로라 공주'에서부터는 '욕받이 시누이' 캐릭터를 끊임없이 등장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인어아가씨'에서 직업이 드라마 작가였던 '아리영'의 유명한 대사 "피고름으로 쓴 대본 어디다 던져요!!"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임성한은 자신의 경험담에서 비롯된 생각들을 매우 리얼하게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오로라 공주'의 전소민이 처음부터 비호감이었던 이유도 시누이로서 올케들을 상대하는 얄미운 태도 덕분이었다.  



나중에는 상황이 역전되어 '오로라'가 결혼 후 세 명의 시누이에게 호되게 당하는 모습들이 이어졌지만, 워낙 처음에 해놓은 짓이 있다 보니 측은지심과 공감을 일으키기보다는 자업자득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압구정 백야'의 여주인공 박하나는 전소민보다 족히 5배는 더 얄미운 시누이 캐릭터로 스타트를 끊었다. 자기만 똑똑한 척하며 손위 올케들에게 훈계를 늘어놓는 모습은 '오로라'와 '백야'가 꼭 닮았지만 '오로라'의 대사들은 나름의 논리와 당위성을 지니고 있었던 반면 '백야'의 대사들은 '쟤 미친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만큼 황당하고 기막히다. 


'오로라'의 대사들은 자기가 옳다고 믿는 소신을 주장하는 것이었지만 '백야'의 대사들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을 싫어하는 자신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오로라'는 누구 앞에서나 똑같이 건방진 태도를 보였을 뿐 남의 뒷담화를 해서 이간질시키려는 치졸함은 없었는데 '백야'는 수시로 안면을 바꾸며 오빠와 올케 사이를 떼어놓으려 한다. 올케 앞에서는 발정난 암코양이처럼 사납지만, 오빠 앞에서는 어린 양처럼 순한 표정을 짓는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오빠와 단둘이 자랐다는 설정은 있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오빠를 향한 '백야'의 집착은 거의 '올가미' 수준으로 섬뜩하다. 



게다가 20대 아가씨 '백야'의 사고방식은 대체 어느 시대에 머물러 있는지 '결혼한 여자는 시집 식구의 종'이라는 마인드를 굳게 지니고 있다. 임신 막달에 운신조차 어려운 올케가 상다리 부러지게 밥상과 제삿상을 차리지 않는다며 오빠를 붙들고 밤새도록 타박을 한다. "삼색나물은 했어야 하는 거 아냐? 달랑 동태전에 과일 몇 개... 나 요즘 400그램이나 또 빠졌어. 너무 말라서 쪄도 시원찮은데 먹는 게 부실하니까 그렇잖아. 밥할 때도 찬밥 같이 넣고 쪄서 자기는 더운밥 먹고 나는 위에 찬밥 걷어 준다고!" 얄미울 뿐만 아니라 한심하기까지 하다. 멀쩡한 어른인데 자기 밥이야 스스로 챙겨먹으면 될 일이고, 올케가 몸이 무거우면 아버지 제삿상도 자기가 신경쓰면 될 일 아닌가? 하지만 '백야'의 무개념 언행은 계속된다. 


포장마차에서 대화를 나누던 오빠 백영준(심형탁)이 직장의 호출을 받고 자리를 뜨자 '백야'는 다짜고짜 집에 있는 올케한테 전화해서 자기를 데리러 오라고 명령한다. 어린애도 아니고 취할 정도로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말이다. 임신한 올케 김효경(금단비)이 남산같은 배를 뒤뚱거리며 간신히 데리러 왔는데 보자마자 괜히 시비를 건다. "억지로 왔어요?" 올케가 애써 웃으며 아니라고 하는데도 백야는 계속 이죽거린다. "언니는 전형적인 B형이야. 남 기분 신경 안 쓰잖아요!" 그리고는 갑자기 편의점에 뛰어들어가 아이스크림을 집어들더니 올케한테 계산하라고 명령하는데, 올케가 지갑을 안 가져왔다고 하자 마구 신경질을 부린다. "어떻게 지갑을 안 갖고 나와요? 사람이 여유가 있어야지!"



 

집에 도착하니 영준이 효경에게 전화해서 먹고 싶은 게 없는지를 묻는다. 임신한 아내를 챙기는 거야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백야는 잔뜩 심통이 나서 또 올케를 쥐잡듯이 잡기 시작한다.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게 맞는 호칭은 아니지만, 그렇게 좀 부른다고 해서 지붕이 내려앉는 것도 아니고 본인들이 편한대로 살면 그뿐이다. 그런데 어린 시누이 백야는 마치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나무라듯 손위 올케한테 훈계를 시작한다. "내가 오빠 호칭 말랬죠? 그럼 난 뭐냐고요? 남편더러 왜 자꾸 오빠래? 나도 오빠, 언니도 오빠, 우리가 자매 사이예요? 잘못된 건 시정해요! 안 고칠 거예요?" 백영준을 오빠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기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기막힌 효경이 자리를 피하자 백야는 침실까지 따라 들어와 끈덕지게 괴롭힌다. 스트레스 받는 거 아기한테 해로우니까 그만하자고 효경이 말하지만, 백야는 호칭 제대로 하자는 게 왜 스트레스냐며 언성을 높인다. "오빠한테 하는 거 십분의 일만이라도 나한테 해봐요!" 뜬금없이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십분의 일이든 백분의 일이든 왜 자기가 효경에게 대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시누이가 무슨 벼슬이라서? "내가 아가씨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요!" 참다 못한 효경이 울음을 터뜨리자 백야는 더욱 성질을 부린다. "왜 울어요? 통곡할 사람은 나예요. 기분 나빠하기 전에 나 같으면 책잡힐 행동 안 하겠어!"  



"아가씨도 시집 가봐요. 시누이 있는 집으로... 아가씨 이럴 때마다 솔직히 오빠랑 안 살고 싶어요!" 효경이 울며 말하자 백야는 기다렸다는 듯 소리친다. "오빠랑 안 살고 싶은 게 아니라 나를 내쫓고 싶은 거겠죠! 나가줘요?" 그리고는 발딱 일어서서 가방 하나 싸들고 오밤중의 가출을 감행한다. 잽싸게 택시를 잡아타고 도착한 곳은 단짝친구 선지(백옥담)네 화실이다. 머잖아 오빠가 그 곳으로 데리러 올 것을 예상하고 계획한 행동이다. 결국 밤근무를 마친 백영준은 쉬지도 못한 채 가출한 여동생을 찾아 달려왔고, 백야는 그런 오빠에게 말한다. "나 때문에 오빠랑 헤어지고 싶대. 그런데 어떻게 있어, 철판도 아니고! 난 방해되고 싶지 않아. 소원대로 두 식구만 살아봐. 오빤 너무 사랑하잖아, 올케언니를!" 


좋은 말로 달래주는 오빠한테 백야는 계속 징징거린다. 올케가 찬밥을 준다고 불평하는 백야에게 영준은 찬밥을 자기가 먹겠다고 하는데 백야는 더욱 펄펄 뛴다. "오빠가 머슴이야? 돈 벌어오는 가장이 새로한 밥 먹어야지, 자기가 뭘 한다고... 찬밥은 주부가 먹는 게 당연한 거 아냐?" 와우, 굉장히 빠르다. '오로라 공주'에서 히트쳤던 "암세포도 생명인데 같이 살아야죠!" 이후로 그에 필적할만한 명대사(?)가 없었는데, 임성한은 '압구정 백야'가 출범한지 고작 2회만에 그를 능가하는 막장 대사로 위용을 떨치기 시작한 것이다. 찬밥은 주부가 먹는 게 당연하다니, 일일연속극의 주 시청층이 주부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는 명백히 '욕 먹기 위한' 대사라고 봐야 할 것이다. 



아무래도 최근 임성한은 '여주인공 욕 먹이기'에 맛들인 모양이라, 결국은 '백야' 박하나의 운명도 '오로라' 전소민과 크게 달라지기는 어려울 듯 싶다. 똑똑하고 개념있고 매력 넘치던 임성한의 여주인공들이 어쩌다가 이렇게 전락해 버렸을까? 안타까운 것은 신인 박하나의 연기력이 예상보다 퍽이나 괜찮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정확한 발음과 억양으로 대사 전달력이 뛰어나다. 신인답지 않게 긴장하거나 서둘지 않고 여유롭게 대사를 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얄미운 대사를 할 때는 가장 얄미워 보일 수 있도록 리얼한 표정 연기도 잊지 않는다. 배우로서의 자세는 일단 합격점을 주어도 좋을 것 같은데, 열심히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미운털이 박히지 않을까 걱정이다. 부디 행운이 있기를! 


*** 덧붙이기 : 임성한의 드라마는 만들지도 말고 보지도 말아야 한다는 일부(또는 다수) 대중의 시청거부 운동을 알고 있다. 보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이런 막장 드라마가 계속 만들어지는 거라면서, 언젠가부터 그들의 공격 대상은 제작진보다도 시청자가 되어버렸다. 우습게도 보고 싶은 드라마를 좀 본다는 이유만으로 괜히 욕을 먹고 사회악(?) 취급을 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의견에 동의할 수 없으니, 막장은 막장대로 즐기면서 볼 생각이다. 싫은 사람은 자기가 안 보면 그뿐이지 보는 사람들을 욕할 이유가 없다. 수많은 단점에도 임성한 드라마에는 항상 나름의 재미와 묘한 카타르시스가 있고, 솔직히 재미없는 명작보다는 재미있는 막장이 나는 더 좋다. 가뜩이나 요즘 볼만한 드라마도 없는데,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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