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드라마를 보다 (259)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정용화는 2010년 1월 '황금어장'의 '라디오스타'에 나와서 말하길, 연기자보다는 가수가 되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했었습니다. 함께 출연했던 조권과 이홍기가 할 수만 있다면 가수 활동과 연기를 병행하고 싶다는 뜻을 비친 것과 달리, 콕 집어서 가수를 선택하는 정용화는 곱상한 외모에 비해 상당히 고집이 세 보였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수가 꿈이라던 정용화가 연예계에 처음 데뷔한 것은 연기자로서였습니다. 씨엔블루의 데뷔에 앞서 정용화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유리하겠다고 판단한 소속사가 그를 '미남이시네요'에 전격 투입시켰기 때문이지요. 연기 수업도 전혀 받지 못한 상태에서 거의 주연급으로 캐스팅되었으니 부담이 무척 컸겠지만, 다행히 드라마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정용화는 '밀크남', '수건남' 등의 ..
드디어 10년 전, 국보소녀의 해체 원인이 밝혀졌습니다. 많은 사람의 예상대로 그 원인은 한미나(배슬기)에게 있었습니다. 미나는 옛 동료였던 제니(이희진)와 강세리(유인나)를 불러 모든 비밀을 털어놓았습니다. 국보소녀로 활동할 당시, 연예인의 삶 자체를 너무도 힘겨워했던 미나는 남자 아이돌 스타(브라이언)와 사랑에 빠졌고, 그와의 결혼을 통해 현실에서 달아나려 했습니다. 부적절한 상황이지만 그녀에게 잉태된 아기는 현실에서 도망갈 수 있게 해 줄 유일한 희망이기도 했습니다. 멤버들 중에서는 오직 리더인 구애정(공효진)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요. 그런데 구애정이 자기를 따돌린다고 오해한 강세리가 음료수에 약을 타는 해서는 안 될 장난을 했고, 우연히 구애정 대신 그 음료를 마신 한미나는 유산을 하고 말았..
홍자매(홍정은, 홍미란)의 드라마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훤히 예상되는 것들이 있고, 각오해야 할 것들도 있지요. 우선 남주인공은 성격 까칠하고 이기적인 듯하지만 그 가슴 속에는 깊이 상처받은 어린아이가 살고 있습니다. 그 상처는 '미남이시네요'의 황태경(장근석)처럼 엄마에게서 버림받은 정신적 상처일 수도 있고,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차승원)처럼 몸이 병들었던 탓에 겪어야 했던 육체적 상처일 수도 있습니다. 초반에 남주인공의 까칠함을 보며 살짝 재수없다고 느끼던 시청자들은 점차로 그 가슴 속에서 아직도 웅크린 채 떨고 있는 어린아이를 발견하고 연민에 젖게 됩니다. 그에 비해 서브남, 즉 여주인공을 사이에 두고 남주인공과 삼각관계를 이루는 인물은 아주 어른스러운 남성입니다. 어린애..
봉영규(정보석)는 지적 장애인입니다. 남들이 바보라고 놀리면, 그는 바보가 아주 좋은 것이라면서 싱글벙글 웃습니다. 그의 나이는 어느 새 50을 훌쩍 넘겼으니 지천명(知天命)이라 할 것인데, 따지고 보면 하늘의 뜻을 그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그는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며, 누구에게도 앙심을 먹지 않습니다. 햇님은 환하게 세상을 비추어 주니 고맙고, 새싹은 물만 먹고도 무럭무럭 자라서 예쁜 꽃을 피워 주니 고맙습니다. 온통 눈 마주치는 것마다 예쁜 것, 고마운 것 투성이입니다. 그는 어머니(윤여정)를 좋아하고 딸 봉우리(황정음)를 아주 많이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살 수 있어서 봉영규는 행복합니다. 참, 깜박 잊을 뻔했는데 좋은 사람들이 또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이 바보라..
요즘 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은 모두 같은 공장에서 찍어낸 인형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비슷비슷한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착하고 밝고 긍정적이고 억척스럽고 솔직하고 다혈질이고 약간 경솔하고 약간 덤벙대고 약간 과격하고 약간 뻔뻔하고 등등... '반짝반짝 빛나는'의 김현주,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윤은혜, '동안미녀'의 장나라, '최고의 사랑'의 공효진 등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로맨스타운'은 아직 방송을 못 봤지만 성유리도 마찬가지일 듯 합니다. 이런 성격의 여자가 그토록 매력적인가요? 개인적으로 좌충우돌 캐릭터를 별로 안 좋아하는 이유도 있지만, 너무 많이 보게 되니 저는 완전히 질리는군요. 이런 성격의 여주인공들에게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바닥을 보여주며 강렬하게 등장한다는 것이지요...
"안개 속을 혼자 거닐면 정말 이상하다. 덩쿨과 돌은 모두 외롭고, 나무들도 서로를 보지 못한다. 모두가 다 혼자다. 내 삶에 밝은 빛이 비추던 때엔, 세상은 친구로 가득하였다. 그러나 지금 안개가 내리니 그 누구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 살아있다는 것은 고독하다는 것. 사람들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 모두가 혼자다." - 헤르만 헤세 헤세는 안개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세상을 노래했다. 하지만 나는 들리지 않는 세상으로 바꾸어 노래한다. 내 삶에 온갖 소리들이 존재할 때엔, 세상은 사랑할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하지만 이제 조용한 안개가 내려와 두 귀를 막으니 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사라져 갔다. 아빠는 내 친아빠가 아니었지만 그런 것쯤은 별 상관이 없었다, 내 나이 13살, 운명의 그 ..
'몽땅 내 사랑'에서 드디어 감격적인 부녀상봉이 이루어졌습니다. 그토록 애타게 친딸 샛별이를 찾아 헤매면서도 바로 눈앞에 있는 딸(윤승아)을 알아보지 못하고 매일 구박만 하는 김갑수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는데, 그들이 혈육을 만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한 마음이 앞서더군요. 작품 전체의 가장 큰 비밀이 풀렸으니 앞으로의 변화무쌍한 전개는 더욱 흥미로워질 것 같습니다. 잃어버린 샛별이의 행방에 대해 마지막 단서를 쥐고 있던 최순옥 할머니가 결국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자 김갑수의 절망은 극에 달했지요. 이제 영영 딸을 찾을 방법이 없어졌다고 여긴 김갑수는 비밀의 방에 꽁꽁 숨겨 놓았던 샛별이의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어딘가에 살아 있을 딸을 향해 목 멘 소리로 중얼거..
'몽땅 내 사랑'에서 사랑과 복수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던 전태수가 느닷없이 음주 폭행 사고를 일으켜 하차하게 된 후 '몽땅'의 스토리는 혼란을 거듭해 왔습니다. 전태수가 빠져나간 빈자리가 너무 컸기에, 도대체 이제 와 그를 빼놓고 무슨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 있을까 하는 의문마저 들었었지요. 그러나 다행히도 '몽땅'은 다른 캐릭터들을 적절히 활용하여 소소한 웃음으로 시간을 벌며 잘 버텨왔고, 최근에는 새로 투입된 진이한이 전태수의 자리를 자연스럽게 채움으로써 안정적 포맷을 되찾았습니다. 놀라운 것은 후속작으로 예정된 '하이킥 시즌3'의 제작이 늦어짐에 따라, 원래 120회 예정이었던 '몽땅 내 사랑'이 연장되어 무려 200회까지 방송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화제성과 시청률 면에서 대박을 쳤던 '거침없이 하이..
최근 '몽땅 내 사랑'에 굉장히 예쁜 캐릭터 하나가 생겨났습니다. 순덕이라는 이 아가씨는 구수하면서도 통통 튀는 부산 사투리를 쓰는데, 오래 전부터 윤두준을 짝사랑한 나머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두준오빠야~"를 불러대며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어차피 공부에는 취미도 없고 하니 두준오빠 곁에서 돈이나 벌며 살겠다는 것입니다. 예쁘장하게 생긴데다 어찌나 싹싹하고 붙임성도 좋은지, 그녀를 아는 모든 사람은 그녀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두준엄마 방은희도 그녀의 깜찍함에 반해 선뜻 하숙방을 내주었으니, 순덕이는 오매불망 그리워하던 두준오빠야랑 한집에 살 수 있게 되었군요. 귀여운 순덕이 역할을 맡아 멋지게 소화하고 있는 연기자는 바로 애프터스쿨의 리지입니다. 아마도 연기는 처음이지 않을까 싶은데 어쩌면..
'프레지던트'의 후속작으로 KBS 수목드라마 '가시나무새'가 방송되기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비극적인 멜로의 분위기에 취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터라 조금은 기대를 하고 1회를 시청했는데, 안타깝게도 느낌이 썩 좋지는 않군요. 시청률 면에서도 저조했지만 역시 더욱 큰 문제는 기본적 설정에 있었습니다. 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김민정과 한혜진에 요즘 대세남인 주상욱까지 가세했지만, 이렇게 부실한 기반 아래에서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1. 세 명의 주인공에 똑같은 출생의 비밀? 아기 때부터 고아원에서 자란 서정은(한혜진, 아역 김소현)은 언제나 엄마를 그리워합니다. 자기를 버린 것도 원망하지 않고, 어떻게든 엄마를 찾아서 정을 나누며 친하게 지내고 싶어합니다. 중학생이 된 정은은 경찰서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