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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들리니' 나도 봉영규처럼 살고 싶다 본문

드라마를 보다

'내 마음이 들리니' 나도 봉영규처럼 살고 싶다

빛무리~ 2011. 5. 2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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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영규(정보석)는 지적 장애인입니다. 남들이 바보라고 놀리면, 그는 바보가 아주 좋은 것이라면서 싱글벙글 웃습니다. 그의 나이는 어느 새 50을 훌쩍 넘겼으니 지천명(知天命)이라 할 것인데, 따지고 보면 하늘의 뜻을 그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그는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며, 누구에게도 앙심을 먹지 않습니다. 햇님은 환하게 세상을 비추어 주니 고맙고, 새싹은 물만 먹고도 무럭무럭 자라서 예쁜 꽃을 피워 주니 고맙습니다. 온통 눈 마주치는 것마다 예쁜 것, 고마운 것 투성이입니다.

그는 어머니(윤여정)를 좋아하고 딸 봉우리(황정음)를 아주 많이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살 수 있어서 봉영규는 행복합니다. 참, 깜박 잊을 뻔했는데 좋은 사람들이 또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이 바보라고 놀리는데도 맨날맨날 같이 놀아준 친구 멍군이가 있고, 멍군이네 아줌마랑 그 아들인 승철이(이규한)도 있습니다. 아, 아, 정말 봉영규의 곁에는 좋아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습니다.

봉우리가 어렸을 때, 봉영규는 봉우리를 작은미숙이라고 불렀습니다. 맨날맨날 하얀 옷을 입고 이발소에서 일하는 미숙씨(김여진)의 딸이었거든요. 미숙씨는 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했지만 참 예뻤습니다. 봉영규는 그런 미숙씨를 어머니 다음으로, 아니, 아니, 어머니랑 똑같이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결혼도 하고 맨날맨날 밥도 같이 먹고 같이 살려고 했는데, 미숙씨는 하늘나라로 가버렸습니다. 그래서 같이 살지 못하는 건 슬프지만, 그래도 하늘을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미숙씨는 저 하늘 위에서 그를 내려다보며 옛날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웃어 줍니다.


그 공장에 불이 났을 때 미숙씨는 얼른 뛰어나와서 봉영규의 손을 잡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단단한 벽이 내려와서 미숙씨를 나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미숙씨는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미숙씨는 병원 침대에 누워서 막 기침을 하면서 많이 아파했는데, 침대 옆에 있는 봉영규랑 작은미숙이를 보면서 손으로, 손으로 말했습니다. 둘이 같이, 꼭 같이 있으라구요. 둘이 같이 있으라는 게, 예쁜 미숙씨가 수화로 남긴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봉영규는 작은미숙이랑 같이 살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꼭 같이 있어야 된다고 맨날맨날 얘기하다가, 작은미숙이의 이름은 우리가 되어버렸습니다. 봉영규의 딸이니까 봉우리입니다. 원래는 꽃봉오리인데 한글을 몰라서 그렇게 된 거라고 봉우리는 말하지만, 꽃이 아무리 예뻐도 같이 있는 것만큼 좋지는 않습니다. 봉영규 딸 이름은 그래서 봉오리가 아니라 봉우리입니다. 어머니랑 봉우리랑 같이 살아서 봉영규는 정말정말 행복합니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막 울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마루 생각이 날 때, 마루가 너무 많이 보고 싶을 때는 눈물이 납니다. 미숙씨는 하늘나라에 갔으니까 하늘을 보면 그 위에서 웃어주는데, 마루는 하늘나라에 없기 때문에 하늘을 봐도 볼 수가 없습니다. 옛날에 아주 옛날에 (30년 전이라구? 응, 그래, 30년 전에) 봉영규의 여동생 신애(강문영)가 어느 날 갑자기 꼬물꼬물 움직이는 갓난아기를 안고 왔는데, 어머니는 그 아기를 봉영규 아들 봉마루(남궁민)라고 했습니다. 마루? 마루? 아, 아, 너무 귀엽다, 너무 예쁘다! 그렇게 해서 봉영규는 마루하고 13년 동안 같이 살았습니다.


쬐끄마하던 마루는 팔다리가 쭉쭉 길어지고 정말정말 잘생긴 소년이 되었습니다. 너무 잘생기고 예뻐서 바짝 얼굴을 들여다보면 마루는 화를 냈습니다. 그래서 봉영규는 마루가 잘 때, 밤마다 그 얼굴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잘 때는 화를 안 내니까 마음놓고 맨날 들여다 보았습니다. 봐도 봐도 너무 예뻐서 질리지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루가 집을 나가 버렸습니다. 미숙씨가 공장에서 그렇게 죽던 날, 마루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봉영규의 삶에서 가장 슬픈 날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두 명이나 곁을 떠나가 버렸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은 같이 있어야 하는데, 같이 있지 못하게 되어서 봉영규는 참 많이 울었습니다. 마루를 찾아야 하는데 자꾸 마루 아닌 사람들만 만나게 되어서, 너무 속상해서 봉영규는 또 울었습니다. 마루는 이렇게 이렇게 생겼는데, 봉영규는 마루를 알아볼 수 있는데, 눈으로도 손으로도 알아볼 수 있는데, 봉우리는 마루 아닌 사람을 데려와서 마루라고 그랬습니다. 마루는 이렇게 이렇게 생겼는데... 마루 생각을 자꾸 하니까 너무너무 보고 싶어서 또 눈물이 났습니다.


봉영규는 수목원에서 일하는 게 좋습니다. 미숙씨가 좋아하던 꽃을 심고 물을 주는 게 정말 좋습니다. 꽃들하고 얘기하는 것도 참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재미있는 일이 또 생겼습니다. 아니, 아니, 그보다 먼저 좋은 친구가 또 한 명 생겼습니다. 봉우리는 처음에 그 사람을 마루인 줄 알았지만, 마루 아닌 그 사람의 이름은 차동주(김재원)씨였습니다. 마루 아니신 분, 차동주씨는 수목원 안에 있는 커다란 집에 혼자 사는데, 미숙씨하고 눈이 똑같이 생겼습니다. 봉영규가 말을 할 때면 미숙씨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쳐다봤는데, 차동주씨도 똑같이 그렇게 동그란 눈으로 입을 쳐다봅니다. 그 눈이 참 예쁩니다.

미숙씨는 손으로 말을 했는데, 차동주씨는 입으로 말을 합니다. 입으로 말을 하지만 손으로도 같이 말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봉영규는 차동주씨한테 수화를 가르쳐 주고 싶은데, 맨날맨날 물고기 밥 주다가 깜박 잊어버립니다. 아, 요즘 새로 생긴 재미있는 일은 차동주씨네 커다란 어항에서 살고 있는 열 네 마리 물고기한테 밥을 주는 일입니다. 차동주씨는 물고기들의 이름을 가, 나, 다, 라, 마, 바, 사, 아, 자, 차, 카, 타, 파, 하라고 지었는데 밥을 안 먹고 속썩이는 물고기가 있으면 어항에 이름을 적어 놓으라고 했습니다. 봉영규가 글자를 모른다고 하니까, 차동주씨는 글자도 가르쳐 주었습니다. 봉영규는 바보라서 원래 공부는 되게 못하는데, 차동주씨가 가르쳐 주니까 왠지 아주 쉽게 배워졌습니다. 차동주씨를 알고 나서는 정말 재미있는 일이 많습니다.


착한 물고기가 밥을 잘 먹어서 봉영규는 기분이 좋습니다. "자야, 밥 잘 먹어서 예뻐...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인사하고 돌아가려는데 차동주씨가 돌아왔습니다. 차동주씨는 처음에 졸립다고 그러더니, 금방 배가 고프다면서 봉영규를 따라 나왔습니다. 배가 고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나 봅니다. "내가 밥 맛있게 해 줄게요!" 그랬더니 차동주씨가 봉영규를 끌어안고 "고맙습니다!" 라고 말합니다. 봉우리가 콩주머니를 돌려주니까, 차동주씨는 봉우리도 끌어안고 "고마워요" 그럽니다. 인사를 잘 하는 차동주씨는 참 좋은 친구입니다.

좋은 사람들하고 같이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어서 봉영규는 오늘도 행복합니다. 세상살이 복잡할 건 하나도 없습니다. 나쁜 사람들하고는 안 놀고, 좋은 사람들하고만 놀면 되니까요. 이제 마루만 돌아오면, 마루하고도 같이 밥 먹고 마주보며 웃을 수만 있으면 봉영규의 행복은 완벽합니다. 저도 봉영규처럼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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