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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사랑' 재석이 때문에 웃고 울었다 본문

드라마를 보다

'최고의 사랑' 재석이 때문에 웃고 울었다

빛무리~ 2011. 6. 10.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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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자매(홍정은, 홍미란)의 드라마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훤히 예상되는 것들이 있고, 각오해야 할 것들도 있지요. 우선 남주인공은 성격 까칠하고 이기적인 듯하지만 그 가슴 속에는 깊이 상처받은 어린아이가 살고 있습니다. 그 상처는 '미남이시네요'의 황태경(장근석)처럼 엄마에게서 버림받은 정신적 상처일 수도 있고,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차승원)처럼 몸이 병들었던 탓에 겪어야 했던 육체적 상처일 수도 있습니다. 초반에 남주인공의 까칠함을 보며 살짝 재수없다고 느끼던 시청자들은 점차로 그 가슴 속에서 아직도 웅크린 채 떨고 있는 어린아이를 발견하고 연민에 젖게 됩니다.

그에 비해 서브남, 즉 여주인공을 사이에 두고 남주인공과 삼각관계를 이루는 인물은 아주 어른스러운 남성입니다. 어린애같은 남주인공과는 극명한 대비를 이루지요. 홍자매의 서브남은 나이에 관계없이 내면이 성숙하고 배려심이 깊어서 그녀를 살뜰하게 아껴 줍니다. '미남이시네요'의 강신우(정용화)가 그랬고, '최고의 사랑'의 윤필주(윤계상)가 또 그렇습니다. 내적 외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이 남자의 사랑을 받아들이면 나날이 편안하고 즐거울 수 있으련만, 묘하게도 홍자매의 여주인공들은 항상 힘든 길을 택합니다. 상처 많은 사람의 곁에 있는 것은 그 가시에 찔려서 자기도 상처받는다는 뜻이건만, 모성애가 흘러넘치는 이 여성들은 항상 자기를 감싸안아주는 서브남을 버리고, 자기가 팔을 벌려 안아줘야 할 것 같은 남주인공에게로 달려갑니다.


그런데 여주인공과 저의 선택은 거의 100%의 확률로 엇갈립니다. 차라리 서브남의 존재가 없다면 저도 남주인공에게 홀릭할 수 있을텐데, 홍자매의 서브남은 언제나 저의 이상형이어서 도저히 남주인공에게 갈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홍자매 드라마를 시청할 때면 저는 개인적인 비극을 처음부터 각오해야만 합니다. 어차피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상처받게 되어 있음을 알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잔인한 홍자매는 막판에 가서 서브남을 망가뜨리기 일쑤입니다. '미남'의 강신우도 중반까지는 그렇게 멋지더니 나중에는 고미녀(박신혜)에게 자기 마음을 받아달라고 억지로 강요하는 찌질한 모습을 보여서 와장창 깼었지요. (물론 최종회에서는 황태경과의 사랑을 축복해 주었지만요) 이렇게 되면 서브남을 좋아하던 제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집니다. 그래서 홍자매의 드라마를 볼 때는 서브남에게 빠져들지 않도록 정신줄을 꽉 잡고 있어야 합니다. 괜히 빠졌다가 상처받으면 아프잖아요..;;



'최고의 사랑'은 홍자매가 마음먹고 출시한 상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물들 성격의 특징이 지금까지의 모든 작품을 통틀어서 최고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거든요. 우선 독고진은 어렸을 때 병들어버린 심장 때문에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도 심하게 겪어야 했습니다. 게다가 "아픈 아이가 누릴 수 있는 유일한 혜택은 무슨 짓을 해도 야단맞지 않는 것"이었던 탓에 성격도 올바로 형성될 수 없었지요.

덕분에 독고진은 홍자매의 남주인공들 중에서도 초반에 가장 이기적이고 싸가지없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구애정(공효진)과의 첫 만남에서 독고진은 초면인 그녀에게 다짜고짜 자기가 마시던 음료수컵을 차창 밖으로 내밀며 "갖다 버려!" 하고 명령했었지요. 아무리 톱스타지만 그런 행동은 필히 정상이 아닙니다. 이 정도인 독고진의 캐릭터가 초반에도 욕을 먹지 않고 멋있다는 찬사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십중팔구 차승원의 외모와 연기력 때문입니다.



구애정 역시 홍자매 여주인공의 특성인 모성애가 지금까지의 그 누구보다도 넉넉히 흘러넘치는 여자입니다. 홍자매는 아예 구애정에게 그녀가 엄마처럼 돌보며 키워야 하는 조카 '띵똥이'를 안겨 주었습니다. (극중 본명은 현규지만 역시 띵똥이가 대세죠 ㅎㅎ) 통통한 체격에 쫙 달라붙는 스파이더맨 복장을 하고 나와서 좋아하는 띵똥이를 보고 독고진이 "안 어울려!" 하면서 구박하자 구애정은 대뜸 정색을 하고 "아기한테 왜 그래욧!" 하면서 화를 냅니다. 어린애한테 조금이라도 야박하게 구는 것은 구애정에게 있어 용납될 수 없는 일이거든요. 독고진의 가슴 속에서 지금도 아파 울고 있는 어린아이가... 이런 구애정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구애정이 독고진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은 그녀의 운명입니다.

한편 윤필주는 지금까지의 모든 서브남 중에서도 최고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완벽한 남자입니다. "나를 따라와요. 내가 지켜 줄게요" 그녀의 시선이 자기를 향하고 있지 않음을 알면서도 그녀를 돕고 지켜 주려는 배려심은 거의 성인군자 수준입니다. "미안해요. 당신도 힘들 텐데..." 이렇게 말하던 잔인한 그녀를 원망하지도 않고, 묵묵히 자기 마음을 정리하려 혼자 퍼즐을 맞추는 모습을 보며 '과연 내가 빠져들지 않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녀가 독고진을 선택했기에, 그녀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보내 준 남자 윤필주의 조용한 고뇌가 제 마음에는 가장 큰 반향을 일으켰거든요. 죽음의 문턱에서 불태우는 독고진의 처절한 마지막 사랑보다 더 말입니다.


아직 윤필주는 망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변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껏 힘들게 보내줬더니만 이제 곧 죽을지도 모르는 남자와 상처뿐인 사랑을 하고 있다니... 구애정을 지켜주고 싶은 윤필주의 마음은 어쩌면 잘못된 방향으로 작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홍자매의 서브남은 드라마가 절정으로 치달을 때 꼭 한 번쯤 결정적인 삽질을 해서 남녀 주인공의 사랑에 걸림돌이 되곤 하거든요. 왠지 윤필주도 그 법칙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듯하여... 저는 기를 쓰고 정신줄을 꽉 붙잡아 그에게 빠져들지 않는 데 성공했습니다. 윤필주가 망가지고 밉상이 된다 해도 상처받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드디어 마음놓고 사랑해도 될만한 캐릭터를 발견했습니다. 독고진은 너무 강렬한 매력이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구애정의 남자니까 사랑하면 안되고...ㅎㅎ 윤필주는 사랑하면 상처받게 될 서브남이라서 안되고... 허전한 마음에 제가 사랑하기로 결심한 캐릭터는 바로 이 사람입니다.


극 중 이름은 김재석, 배우의 이름은 임지규입니다. 독고진의 곁에서 그 못된 성격을 수년간이나 견뎌내며 그를 지켜 온 매니저입니다. 세상에서 인간 독고진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죠. 김재석에게 있어 독고진은 만인의 사랑을 받는 톱스타로서 그의 어깨를 으쓱하게 해주는 '나의 연예인'이기도 하지만, 언제 깨질지 모르는 인공심장을 가슴에 넣은 채 죽어라 똥폼만 잡는, 얄밉고도 안스러운 형님이기도 합니다. 초반에 독고진이 툭하면 "재석~ 재석~" 불러대면서 얼마나 매니저를 못살게 굴었던지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군요. "나쁜 똥꼬진!" 하면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던 순간도 퍽이나 많았을 듯 싶은데.


"형님, 병원에 다녀오신 거... 결과 어떻게 나왔는지 저한테도 말씀 안 해주실 거예요?" 걱정스런 눈빛으로 묻는 재석에게 독고진은 대수롭지 않은 어조로 대답했지요. "어쩌면 네가 내 매니저를 길게 하지 않을 수도 있어..." 그 말을 듣고 눈이 휘둥그래지더니 곧바로 그렁그렁 차오르는 눈물... 저 눈물을 보고 그냥 같이 울어버렸다지요. 수시로 자기를 구박하고 틱틱거리는 독고진이지만, 착한 재석은 마치 친형을 대하듯이 그의 아픔을 이해하며 진심으로 위해 왔던 것입니다.

그러던 재석이가 결국 12회에서는 사고를 한 번 쳤군요. 독고진과 구애정의 러브모드가 무르익을 찰나 술에 잔뜩 취해 '띵똥'을 누르며 들어서더니, 다짜고짜 "형니임~!"을 애절하게 외치며 독고진을 끌어안고 말았던 것이지요. "형님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파서 술 좀 마셨습니다. 차라리 털어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는 이 마음이 더 괴로워요~" 독고진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는 사실을 알기에 슬퍼 죽겠는데, 남들에겐 말도 못하고 숨겨야 하니 그 여린 심성에 견딜 수가 없었던 겁니다.


"형님~ 영원히 제 곁에 있어 주세요. 제발~형!" 하고 울면서 독고진을 붙잡는데 그 손이 얼결에 독고진의 가슴을 더듬고 말았습니다. 영문을 모르는 채 곁에서 지켜보던 구애정으로서는 김재석을 동성애자로 오해하기에 충분한 상황이었습니다.
홍자매의 놀라운 능력이 바로 이런 부분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분명 굉장히 슬픈 상황인데, 그 와중에 배꼽 잡고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그 독특한 능력 말이지요.

독고진은 재석을 부축해다가 긴 의자에 눕히는데, 재석은 잠들기 직전까지 중얼거립니다. "형님, 죽지 마세요... 죽으면 안 돼..." 그 모습을 내려다보는 독고진의 애잔한 눈빛을 보니 어느 새 웃음기는 싹 사라지고 다시 눈물이 차오릅니다. '최고의 사랑' 12회는 사람을 순간순간 울리고 웃기는 명장면의 결집체였어요.



다음 날 아침, 까치집 머리를 하고 깨어나 민망한 표정으로 "어제 제가 실수한 거 없었나요?" 라고 묻는 재석에게 독고진은 말합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들어와서 스케줄 꼬이지 않게 막았어. 내 매니저다워." 참 송곳같은 명대사군요. 그 때 재석이 쳐들어오지 않았다면 구애정과 러브모드가 어디까지 진행되었을지 알 수 없는데, 어쩌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야 할지도 모르는 자기로서는 그녀와 너무 가까워지는 것도 올바른 스케줄이 아니라고 여기는 독고진의 쓰라린 사랑이었습니다. 

그런데 김재석은 차승원의 실제 매니저 이름이라지요? 원래 매니저 역의 이름은 '준이'였는데, 이왕 할 거면 더 실감나게 하자는 차승원의 요청에 따라 재석으로 바뀌었답니다. 그래서 차승원이 녹화 중에 평소 매니저를 부르듯 "재석~" 하고 부르면 극중 매니저와 실제 매니저가 동시에 쳐다보는 해프닝도 벌어진다는군요..ㅎㅎ


1978년생 임지규는 적지 않은 나이건만 굉장히 해맑고 호감가는 동안을 지녔군요. 연기력도 훌륭하고요. 조연이나 단역에서 틈틈이 얼굴은 보았던 듯 싶은데, 미안하게도 그 이름은 이번에야 알았습니다. 앞으로는 좀 더 자신을 빛낼 수 있는 역할도 많이 맡으며, 계속 좋은 연기자로 남아 주길 바랍니다...... 제니(이희진)는 벌써 구애환(정준하)에게 코가 꿰어버린 듯하니, 재석의 짝사랑은 아마도 이루어지지 않겠지요? 그래도 너무 아파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많이 사랑해 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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