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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사랑' 독고진을 보는 나의 마음 - 해피엔딩을 바라는 이유 본문

드라마를 보다

'최고의 사랑' 독고진을 보는 나의 마음 - 해피엔딩을 바라는 이유

빛무리~ 2011. 6. 1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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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10년 전, 국보소녀의 해체 원인이 밝혀졌습니다. 많은 사람의 예상대로 그 원인은 한미나(배슬기)에게 있었습니다. 미나는 옛 동료였던 제니(이희진)와 강세리(유인나)를 불러 모든 비밀을 털어놓았습니다. 국보소녀로 활동할 당시, 연예인의 삶 자체를 너무도 힘겨워했던 미나는 남자 아이돌 스타(브라이언)와 사랑에 빠졌고, 그와의 결혼을 통해 현실에서 달아나려 했습니다.

부적절한 상황이지만 그녀에게 잉태된 아기는 현실에서 도망갈 수 있게 해 줄 유일한 희망이기도 했습니다. 멤버들 중에서는 오직 리더인 구애정(공효진)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요. 그런데 구애정이 자기를 따돌린다고 오해한 강세리가 음료수에 약을 타는 해서는 안 될 장난을 했고, 우연히 구애정 대신 그 음료를 마신 한미나는 유산을 하고 말았습니다. 착한 구애정이 참지 못하고 강세리의 뺨을 때린 것도 그래서였습니다.



희망을 잃은 한미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으려고까지 했지만, 구애정이 그녀를 대신해서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미나를 도망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못된 언니라고 세간의 오해를 받으면서도 강세리를 때린 이유를 밝히지 않았고, 한 술 더 떠서 자신이 단독으로 다른 회사와 계약을 맺음으로써 국보소녀의 해체를 유발하여 배신자가 되었습니다. 사정을 알고 보니 당시 매니저였던 장실장이 그토록 구애정을 증오하는 마음도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한껏 공들였던 작품 국보소녀가 한창 잘 나갈 때 구애정의 배신으로 와장창 깨지고 말았으니까요. 물론 10년이 흐른 지금까지 그토록 치사하게 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소인배라서 그렇겠지요.

당시 구애정이 모든 사실을 밝혔다면, 동료가 마실 음료수에 태아가 유산될 정도로 독한 약을 탔던 강세리 역시 재기불능으로 매장되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구애정이 희생으로써 자기를 지켜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악녀 강세리는 삽시간에 회개하여 착한 동생이 되었습니다. 원래는 자기가 독고진(차승원)과 헤어진 이유가 구애정 때문이었다는 기사를 낼 계획이었지만, 정작 기자를 만나서는 그 소문은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결별 후에 구애정의 위로가 자기에게 큰 힘이 되었노라고 말을 바꿨던 것입니다. 역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오해'라는 괴물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최고의 사랑' 14회는 그 어느 때보다 독고진 때문에 눈물을 많이 흘린 회였습니다. 그 동안은 독고진이 하도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해서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점점 수술 날짜가 다가오면서 달라져가는 독고진의 처연한 눈빛이 너무나 가슴을 저리게 하더군요. 성공 확률이 10% 밖에 되지 않는, 달리 말하면 살아나지 못하고 죽을 확률이 무려 90%에 달하는 위험한 심장수술을 앞두고, 돌아오지 못하게 될 경우를 대비하여 자기 앞에 놓인 일들을 하나씩 정리해 나가는 모습은 차마 볼 수가 없었습니다. (차승원의 눈빛 연기... 아흑..;;)

특히 저에게 눈물겨웠던 것은 가족과 주변인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사실 독고진과 구애정의 사랑은 그 누구에게서도 찬성이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외로운 둘만의 사랑이었지요. 구애정의 가족과 친지들도 모두 그녀가 윤필주(윤계상)와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필라인'이었고, 심지어 소속사 측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만약 그들의 사랑이 세상에 공개된다면, 대중들 역시 그 사랑을 축복하기보다는 이런저런 토를 달아서 비난하기 바빴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독고진이 마지막 숨결을 내뱉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 두 사람을 진심으로 아끼는 주변인들의 태도는 달라졌습니다.


온통 기자들로 둘러싸인 집에 독고진과 구애정이 함께 있을 때, 독고진의 친동생같은 매니저 김재석(임지규)이 말했습니다. "세상 사람 다 괴롭혀도, 우리는 독고 형님이랑 애정이 누나... 그냥 둬요, 네?" 그 말에 애정의 친언니같은 국보소녀 동기 제니는 선뜻 고개를 끄덕였고, 근심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던 애정의 오빠 구애환(정준하)도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구애정이 생방송 도중에 뛰쳐나가 독고진에게로 달려갈 때도, 구애환은 그녀를 탓하지 않고 도와주었습니다. 한 사람의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사랑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가족의 마음. 

소속사 문대표(최화정)의 태도는 조금 달랐지만 그 역시 이해가 되었습니다. 문대표에게 있어 대스타 독고진의 존재는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필생의 역작임과 동시에, 이젠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족과도 같았습니다. 독고진은 자신이 죽게 될 경우를 대비하여 구애정을 위한 모든 대비책을 마련해 두었지만, 문대표는 그가 살아날 거라고 굳게 믿으며 수술이 성공한 후를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독고진은 살 거야. 살게 되면 현실감이 다시 찾아올 거야." 오직 그가 살기만을 바라는 것도 가족의 또 다른 마음이었지요. 그러자 구애정이 대답했습니다. "살기만 하면... 칼같이 잘라내고 쌩하니 지나가도 저는 춤추면서 안녕~ 해줄 수 있어요."


"나 수술하는 날, 병원에 꼭 와... 심장수술을 할 땐 심장을 멈춰두고 해. 10년 전 네 노래가 멈춰있는 내 심장을 다시 뛰게 해 준 응원가였다고 했어. 최면이 아니라 운명이었던 거야. 다시 내 심장이 멈췄을 때, 다시 두근두근 뛰게 하라고 너를 만난 거야... 나는 남들한테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 무서운 걸 티도 못 내는 독고진이야. 찌질한 똥꼬진인 걸 아는 네가 와서 꼭 옆에 있어 줘. 안 무섭게... 응?" 곧죽어도 강한 척만 하던 독고진이 저렇게 무섭다는 소리까지 하면서 약한 모습을 드러내니 가슴이 몹시 아파왔습니다. "꼭 갈게요. 꼭이요." 약속을 거듭하는 구애정의 목소리는 결연했지만, 오히려 너무 비장해서 느낌이 좋지 않았습니다.

결국 독고진은 수술 예정일보다 며칠 앞서 심장 발작을 일으켜 긴급 수술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하필 그 때 구애정은 생방송에 리포터로 참여중이었지요.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에 한 번이라도 얼굴을 봐야 하는데, 어쩌면 살아있는 마지막 모습이 될지도 모르는데, 매니저 재석이가 아무리 애타게 전화를 걸어도 구애정은 받을 수 없었습니다. 생방송 중에 긴급 속보로 전해진 독고진의 응급수술 소식을 들은 구애정은 그대로 스튜디오를 뛰쳐나가 병원으로 달려갔으나, 이미 독고진은 수술실에 들어간 뒤였습니다.


극심한 통증을 견디면서도 구애정만을 기다리던 독고진은,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국보소녀의 노래를 틀어 주겠다는 수술 집도의에게 고개를 저으며 말합니다. "됐습니다. 어디선가 그 여자가 라이브로 불러 줄 겁니다." 그녀를 향한 믿음마저 애처롭게 느껴지며... 심장 발작을 일으킬 때 감자를 키우던 유리컵이 그의 손에서 떨어져 산산조각나던 장면이 떠오르며... 살려줄 테니까 나를 믿으라는 의사의 듬직한 약속마저 오히려 불안하게 느껴지며... 수술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 앞 벤치에 앉아 울면서 '두근두근' 노래를 부르는 구애정의 모습에 가슴이 미어지던 순간.

저는 마음속으로 독고진을 가족처럼 느끼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상처받은 어린애같은 홍자매의 남주인공은 저에게 이성적인 매력보다, 왠지 끈끈한 피붙이의 느낌으로 다가온 적이 많았던 것 같아요. '미남이시네요'의 황태경(장근석)이 철부지 남동생 같았다면, 독고진은 고집쟁이 오빠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속으로는 몹시 약하고 상처투성이면서, 그런 자신을 감추기 위해 겉으로만 누구보다 강한 척 폼잡는 그들을 보면 언제나 안스럽고 가슴이 아팠어요. 게다가 '최고사'는 환타지가 거의 가미되지 않은, 홍자매 작품치고는 가장 현실적인 작품이기 때문에,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이 상황이 더욱 갑갑하고 쓰라렸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저는 간절히 해피엔딩이길 바랍니다. 제가 가엾어하던 윤필주의 마음도 이제는 거의 말끔히 정리된 듯하고 (이번엔 웬일로 서브남이 막판까지 멋진 모습을 유지하며 사고를 안 치네요..^^) 악녀였던 강세리도 착한 아가씨로 변했으니까, 두 사람이 행복한 커플로 이루어지는 것도 좋을 듯해요. 독고진은 예전보다 훨씬 더 건강하게 되살아나서 재수없을 만큼 잘난척하며 구애정에게 정식 프로포즈를 하고, 마지막까지 눈물로 아껴 두었던 사랑의 약속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모두모두 행복했답니다~" 하는 식의 촌스러운 해피엔딩이, 이 작품에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현실적인 작품에서 해피엔딩이 되어야만, 팍팍한 세상이 조금이라도 포근하게 느껴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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