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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백동수' 유승호의 사극판 싸이코패스 연기가 궁금해진다 본문

드라마를 보다

'무사 백동수' 유승호의 사극판 싸이코패스 연기가 궁금해진다

빛무리~ 2011. 7.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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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남자가 아니지만 무협소설이나 무협사극을 꽤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무사 백동수'에 대한 기대가 사뭇 컸습니다. 사도세자와 정조시대의 이야기는 그 팩트(fact)만으로도 우리나라 역사 중에 제일 역동적인 부분 중 하나인데, 게다가 여러가지 픽션까지 삽입하여 무인(武人)들의 기구한 삶을 그려나갈 예정이라 하니 상상만으로도 매우 재미있는 사극이 나올 것 같았지요.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 보니 참으로 실망스럽고 지루했습니다. 기본적 바탕만으로도 긴장감이 넘쳐야 마땅할 이야기를, 어쩌면 이렇게도 긴장감 없이 풀어나갈 수가 있는지 궁금할 지경이었어요.

1회 방송이 끝난 후, 갓난아기를 끓는 물에 넣어 죽이려던 '팽형' 부분에서 심각한 역사 왜곡과 잔혹성의 문제로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물론 역사 왜곡과 잔혹성도 문제지만, 그 심각한 부분에서조차 전혀 긴장되지 않았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느껴졌습니다. 전체적으로 내용 전개가 너무 황당하여 전혀 실감나게 와닿질 않았기 때문에, 줄곧 "말도 안 돼" 이러면서 보고 있었거든요. 우선 백동수의 어머니가 위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자기 배에다가 복대를 칭칭 감아서 출산을 무려 한 달이나 늦추었다는 설정이 참 기막혔습니다. 그게 가능하긴 한가요? 그래서 백동수는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뒤틀려 있었다고 하는데, 만삭의 임산부 배를 칭칭 동여매면 그렇게 되나요? 그런 의학 지식이 있나 싶어서 검색까지 해 보았지만 찾을 수 없더군요..;;

주인공이 핏덩이 상태에서 그렇게 끓는 물에 튀겨져 죽을 리는 만무한데, 어떤 식으로 살아나게 될지가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일개 포도대장 따위가 감히 왕으로부터 전달된 어명을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형을 바꾸어서 집행한다는 말도 안되는 설정이 등장하더군요. 사도세자(오만석)는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역모의 죄를 뒤집어쓰고 삼족 멸문의 화를 당한 백사굉의 유복자 백동수와 살아있는 충직한 신하 김광택(전광렬)을 모두 살리고 싶었으나, 부친 영조는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하라고 명했습니다. 그 때 사도세자는 김광택을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영조의 어명은 김광택을 살리고 백동수를 죽이라는 내용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검선 김광택은 자신의 한쪽 팔을 내놓을 테니 그 대신 백동수를 살려달라고 사형 현장에서 청원합니다. 감히 신하가 임금의 명을 두고 거래를 제안한다는 것도 어이없고, 도대체 김광택의 한쪽 팔과 백동수의 목숨이 무슨 상관이기에 맞바꿀 수 있다는 것인지도 황당했습니다. 임금은 백동수를 죽일 필요가 있기 때문에 죽이라고 명한 게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더욱 황당한 설정은 포도대장 홍대주(이원종)가 나서서 어명을 어기고 김광택의 청원을 허락해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영조는 결코 그렇게 나약한 허수아비 왕도 아니었는데, 아무리 신권이 강하다 해도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김광택은 왼쪽 팔의 손목 아랫부분을 잘렸고, 덕분에 백동수는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전력에 큰 손상을 입은 김광택은 홍대주가 끝까지 추격하여 죽이려 할 것을 예감하여, 어린 백동수를 데리고 청나라로 피신할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나 역시 가는 길은 험하기 짝이 없어, 홍대주가 파견한 추격자들과 격렬한 싸움이 벌어집니다. 김광택은 아직 목도 가누지 못하는 갓난아기를 손목이 잘려나간 한쪽 팔로 안은 채, 오른손에 칼을 들고 싸우더군요..;;

그러다가 결국은 부담됐는지 동굴도 아닌 탁 트인 산 속에 아기를 숨겨(?) 두고 홀로 적을 맞이하러 나갔는데 그 와중에 백동수는 산짐승의 습격을 받을 위기에 처하고, 하필 그 때에 그 곳을 지나던 황진기(성지루)의 손에 구원을 받게 됩니다. 황진기는 아기의 품속에서 죽은 백사굉의 이름을 발견하고 그 아이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어 백동수를 흑사모(박준규)에게 데려다 줍니다. 이렇게 우연이 겹치고 말도 안되는 설정이 난무하는 속에서, 이 드라마의 주인공 백동수는 목숨을 잃을 뻔한 초년의 위기를 넘기게 됩니다.

그런데 백동수보다 더욱 기구한 운명을 지닌 아이가 있었으니, 바로 여초상(이계인)의 아들 여운입니다. 앞으로 유승호가 맡아서 연기하게 될 이 캐릭터는 매력적인 악역의 조건을 잘 갖추었더군요. 여운은 살성의 운명을 타고났다는 이유로 갓난아기 때에 친아버지의 손에 죽을 뻔했지만, 아들을 대신해서 창을 맞고 죽은 어머니의 희생으로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천성적으로 어려서부터 무예를 좋아했으나 아들의 운명을 두려워한 여초상은 무예를 닦지 못하게 하고 기를 꺾기 위해 수시로 매질을 하며 키웠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증오하던 여운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집을 떠나고 맙니다. 우연히 그와 마주친 흑사초롱의 수장 천(天. 최민수)은 여운에게서 범상찮은 기운을 느끼고 그를 데려가는데, 결국 천의 손에서 여운은 진정한 살수로 키워지게 됩니다. 여초상이 그토록 두려워했던 운명이 현실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저는 운명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사람마다 타고난 운명이 있으며, 어느 정도는 그 운명에 의해서 삶이 결정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 운명은 결코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사람의 의지와 노력 여하에 따라, 완전히 바꾸지는 못한다 해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운을 살성으로 만든 사람은 그 아비인 여초상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여초상이 아들을 향해 사정없이 창을 찔러갈 때, 아이의 엄마가 달려들어 대신 창을 맞고 죽었습니다. 그러자 여초상은 갓난 아들을 보고 중얼거립니다. "네놈이 벌써부터 사람을 죽이는구나. 알겠느냐? 이것이 살성으로 태어난 네 운명이라는 걸... 너 하나 죽음으로 해서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가 있으니, 이 아비를 원망하지 말거라..." 분명 자기 손으로 아내를 죽여 놓고는, 갓난 아들이 죽였다고 하는군요..;; 곧이어 다시 여운에게 창을 찌르려던 여초상은 그래도 아비라고 갑자기 마음이 약해졌는지 결국은 죽이지 못하고 12세까지 키우게 됩니다.

여초상은 아들의 운명을 막기 위해 애썼다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오히려 부추겼던 것입니다. 살성을 타고난 아이가 아니더라도 그렇게 학대하면서 키우면 마음속에 분노와 증오심이 자라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운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에게 한 번도 사랑을 주지 않고 개패듯 매질하면서 키운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나중에 알고 보니 어머니를 죽인 살인자였습니다. 동네 아이들은 그를 살인자의 아들이라고 놀리며 친구가 되어 주지도 않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멀쩡한 아이라 해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여운을 사극판 싸이코패스로 만든 것은 명백히 그의 아비 여초상이었습니다.

천(天)의 사주를 받고 아비를 죽이러 온 여운은 차마 칼을 뻗지 못하였으나, 여초상은 아들의 손에 들린 칼을 스스로 자기 몸에 찔러 죽음을 맞이하며 말합니다. "부디 이 아비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어야 한다." 여초상의 죽음은 분명히 자살이건만, 이 못된 아비는 끝까지 그 죽음의 책임을 아들에게 돌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여운은 억울하게 부모를 죽인 죄인이 되었습니다. 그의 가슴 속 가득한 분노와 증오는 이제 갈 곳을 잃고 세상을 향하게 될 것입니다.

여운의 아역을 맡은 박건태 군의 연기가 좋더군요. 어린 것이 벌써부터 섬뜩하도록 무표정한 얼굴과 괴기스런 눈빛을 어찌 그리 잘 표현하는지... 솔직히 2회까지 시청한 지금, 주인공 백동수보다는 여운이라는 캐릭터에 훨씬 더 관심이 끌립니다. 그러잖아도 지창욱의 인지도가 유승호에 비해 낮은 편이라 염려되었는데 ('웃어라 동해야'를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저에게 있어 지창욱은 완전 생짜 신인과 다를 바 없습니다..;;) 캐릭터의 강렬함에서도 악역이 주인공을 한참 앞서고 있으니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의문입니다.

1~2회의 스토리 전개가 너무 엉성하고 황당하여 드라마 자체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단지 여운이라는 캐릭터에는 참을 수 없는 관심이 끌리는군요. 과연 어리고 선하고 순한 이미지의 유승호가 이 역할을 얼마나 실감나게 표현해낼 수 있을까요? 이제 귀여운 아역의 굴레(?)를 벗어나 당당한 남성적 이미지로 어필하고 싶다는 유승호의 사극판 싸이코패스 연기를 오직 기대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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