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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들의 천편일률적인 캐릭터, 요즘 드라마가 재미없는 이유 본문

드라마를 보다

여주인공들의 천편일률적인 캐릭터, 요즘 드라마가 재미없는 이유

빛무리~ 2011. 5. 1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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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은 모두 같은 공장에서 찍어낸 인형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비슷비슷한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착하고 밝고 긍정적이고 억척스럽고 솔직하고 다혈질이고 약간 경솔하고 약간 덤벙대고 약간 과격하고 약간 뻔뻔하고 등등... '반짝반짝 빛나는'의 김현주,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윤은혜, '동안미녀'의 장나라, '최고의 사랑'의 공효진 등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로맨스타운'은 아직 방송을 못 봤지만 성유리도 마찬가지일 듯 합니다. 이런 성격의 여자가 그토록 매력적인가요? 개인적으로 좌충우돌 캐릭터를 별로 안 좋아하는 이유도 있지만, 너무 많이 보게 되니 저는 완전히 질리는군요.

이런 성격의 여주인공들에게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바닥을 보여주며 강렬하게 등장한다는 것이지요. 그녀들은 모두 1회에서 남주인공과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더 이상 망가질 수 없을 만큼 극도로 망가집니다.


'반짝'의 김현주는 김석훈과의 처음 만남에서 그를 자기의 맞선 상대로 잘못 알고 떼어내기 위해 자기 가슴은 뽕이라는 둥 이상한 소리를 해대다가 그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생뚱맞게 회사 내에서 샤워를 하다가 옷도 제대로 갖춰입지 않고 뛰쳐나와 도둑을 잡는다고 대걸레 자루를 휘두르다가 상사인 김석훈에게 알몸을 들키기도 합니다.

'동안미녀'의 장나라는 자기 여동생이 몰래 매장에서 훔쳐간 옷을 최다니엘이 들고 있는 것을 보고 다짜고짜 빼앗으려다가 온갖 사고를 저지릅니다. 그 남자의 입장에서는 누군가 맡겨놓은 옷을 다른 사람에게 내줄 수 없으니 빼앗기지 않으려 할 것이 당연한데도 말이지요. 좀 기다렸다가 여동생과 삼자대면을 한 자리에서 옷을 되찾아도 될 것을, 성급하게 드잡이질을 하다가 나이트클럽의 기물을 파손하는 바람에 수천만원의 빚을 지게 됩니다. 그리고 또 다른 남주인공 류진과의 첫 만남에서 장나라는 치마가 무언가에 걸려 훌러덩 벗겨지는 바람에 팬티만 입은 상태로 그와 단둘이 엘리베이터 안에 있게 됩니다.


'내거해'의 윤은혜는 벌에 쏘인 후 술을 마셨다가 벌독과 알콜의 상호작용에 의해 혼절하고 마는데, 마침 옆에 있던 강지환이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갑니다. 정신 차린 그녀의 상의 단추가 잘못 잠겨서 옷이 벌어진 것을 보고 강지환이 "그것 좀 잠그죠" 라고 말하자, 몸을 돌리지도 않고 낯선 남자 앞에서 단추를 후르륵 다 풀었다가 고쳐 끼웁니다. 갚을 필요 없다고 강지환이 말했는데도 굳이 7만원 가량의 병원비를 갚겠다며 다시 그를 찾아갔다가, 별 이유도 없이 토마토쥬스를 쏟고 바닥에 쓰러지는 등 온갖 망신살을 떨어서 강지환을 루머에 휩쓸리게 하더니, 나중에는 자기 자존심 때문에 그 남자를 자기 남편이라고 거짓말까지 합니다. 김현주와 장나라의 캐릭터가 경솔하고 덤벙대는 성격 때문에 망신을 당한 거라면, 윤은혜의 캐릭터는 극도의 뻔뻔스러움을 특징으로 합니다.

'최고의 사랑' 공효진은 이들보다는 좀 나은 편이지만 역시 경솔하고 덤벙대는 특징이 있습니다. 얼룩진 스카프를 바꿔치기하겠다며 차승원의 대기실에 숨어들어가는 것도 그렇고, 거기서 듣게 된 남의 비밀을 느닷없이 퀴즈 프로그램에서 발설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게다가 윤계상과의 첫 만남에서 상대방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를 차분히 묻지도 않고 무조건 스폰서라고 단정하며 흥분해서 물을 끼얹는 행동은 참 황당했죠. 공효진의 울먹이는 연기는 최고였지만, 그 설정 자체는 여주인공의 경솔한 성격을 드러냅니다.


물론 이 여주인공 캐릭터들이 제가 지금 열거한 것처럼 온통 단점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장점도 굉장히 많기는 하지요. 그러나 착하고 밝고 긍정적인 특징들은 공유해도 좋은데, 왜 경솔하거나 덤벙대거나 뻔뻔한 특징까지 모두 겸비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왜 그녀들이 남주인공과 만났을 때는 물에 빠지거나 알몸을 들키거나 팬티바람이거나 숨막혀 기절하거나 또는 누군가에게 뺨을 얻어맞거나 등등... 온갖 망신살이 뻗쳐야 하는 걸까요? 이렇게 정리해 놓고 보니 모든 설정이 참으로 자극적이군요. 드라마 초반의 자극적 설정은 시청률을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긴 하지만, 이제는 너무나 식상합니다.

저는 이제 남주인공 앞에서 처참하게 망신당하는 여주인공을 제발 그만 좀 보고 싶습니다. 여자가 너무 완벽한 것보다는 빈틈을 좀 보이는 편이 매력적일 수도 있겠지만, 너무 심하게 망가지는 것은 캐릭터에 해가 됩니다. 경솔하고 덤벙대는 성격은 처음엔 귀여워 보일 수 있지만 볼수록 금방 질리거든요. 그래서 초반에는 덤벙대던 여주인공이 후반으로 갈수록 언제 그랬냐는 듯 사려깊고 차분해지는 경우도 많지요. 하지만 개연성 없는 캐릭터의 변화는 역시 드라마의 작품성에 해가 될 뿐입니다.


이러한 요즘의 추세를 거스르는 여주인공이 있다면 '신기생뎐'의 임수향(단사란), '49일'의 이요원 정도를 들 수 있겠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쪽의 차분한 성격들이 훨씬 마음에 듭니다. 이요원의 성격은 지나친 우울함으로 설정되었지만, 그녀에게 빙의한 남규리의 밝은 성격과 합쳐져 시너지 효과가 나면서 매력적으로 표현되고 있지요.

그래서 저는 이 두 개의 드라마를 매우 좋게 보고 있습니다. '49일'은 제가 뽑은 2011년 상반기 최고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으며,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신기생뎐'을 높이 평가합니다. 온통 비슷한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식상하지 않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드라마에 있어 식상함의 문제는 하루이틀의 과제가 아니지만, 그 중에도 천편일률적인 여주인공의 캐릭터는 이제 그만 지양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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