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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나무새' 출발이 실망스러운 2가지 이유 본문

드라마를 보다

'가시나무새' 출발이 실망스러운 2가지 이유

빛무리~ 2011. 3. 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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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지던트'의 후속작으로 KBS 수목드라마 '가시나무새'가 방송되기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비극적인 멜로의 분위기에 취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터라 조금은 기대를 하고 1회를 시청했는데, 안타깝게도 느낌이 썩 좋지는 않군요. 시청률 면에서도 저조했지만 역시 더욱 큰 문제는 기본적 설정에 있었습니다. 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김민정과 한혜진에 요즘 대세남인 주상욱까지 가세했지만, 이렇게 부실한 기반 아래에서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1. 세 명의 주인공에 똑같은 출생의 비밀?


아기 때부터 고아원에서 자란 서정은(한혜진, 아역 김소현)은 언제나 엄마를 그리워합니다. 자기를 버린 것도 원망하지 않고, 어떻게든 엄마를 찾아서 정을 나누며 친하게 지내고 싶어합니다. 중학생이 된 정은은 경찰서에 가족찾기 신청을 해서 생모를 찾긴 찾았으나, 엄마로부터 매정하게 외면당했습니다. 제발 이름이라도, 전화번호라도 알려달라고 울며 애원했지만, 너희 엄마가 아무것도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는 경찰의 대답에 어린 정은은 절망하며 울음을 터뜨립니다.


요즘 한국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은 거의 절반 이상이 '재벌가의 서자'입니다. 이영조(주상욱, 아역 이민호)는 정실부인의 호적에 올라 있기는 하지만 사랑받지 못하고 외롭게 성장하는군요. 그러다가 고등학생이 된 어느 날, 죽은 줄만 알았던 생모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의 생모 김계순(송옥숙)은 원래 아이 딸린 청상과부였는데,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해 돈 많은 유부남에게 아들을 낳아 주고 그 댓가로 돈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영조가 자기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것은, 생모 슬하에서 망나니로 자라난 이복형 박한수 때문이었습니다. 재벌가에서 자라나는 이복동생을 질투한 한수가 자꾸만 그를 찾아와 괴롭히다가 덜미를 잡힌 것이었지요. 생전 처음으로 친엄마를 만난 영조는 어떻게 자식을 돈과 바꿀 수 있느냐며 애정을 갈구하지만, 자신의 존재가 영조에게 도움될 것이 없다고 판단한 김계순은 정 붙이지 못하도록 영조를 차갑게 외면합니다.


서정은의 단짝친구 한유경(김민정, 아역 윤정은)은 평범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자라는 소녀로 보였지만, 알고 보니 역시 그 집의 친딸이 아니었습니다. 유경이 지금껏 친부모인 줄만 알고 살아 왔던 부부는, 아이를 키워주는 댓가로 유경의 생모에게서 돈을 받은 사람들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유경의 양아버지가 외도를 해서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리고 재산을 모두 빼돌리자, 그나마 유경에게 잘 해주던 양어머니도 자기가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는데 더 이상은 남의 아이를 키울 수 없다며 유경을 버리게 됩니다.

서정은, 이영조, 한유경... 세 명의 주인공은 모두 똑같이 '엄마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입니다. 그들의 생모는 어쩌면 모두 똑같이, 죽은 것도 아니면서 매정하게 자기 아이를 버렸습니다. 세 사람 모두에게 가슴 속 텅 빈 구멍을 하나 만들어 주려고 그랬는지 모르나, 이러한 설정 자체가 너무 인위적이고 식상합니다. 게다가 앞으로는 유경이 낳은 아이를 정은이 대신 맡아서 키우게 된다고 하니 '엄마에게 버림받은 아이'가 또 한 명 나타나겠군요.

어린 시절, 가슴에 깊은 상처를 간직하게 되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반드시 부모에게서 버림받아야만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주인공들의 마음속에 슬픔의 늪을 마련해 주려면 다른 방법도 많이 있었을텐데, 어째서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가장 식상한 코드인 출생의 비밀을 한 명도 아니고 무려 세 명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적용했으니, 이토록 안일한 설정에 대해서 실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 너무나 어이없는 갈등의 시작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주된 요소는 바로 '갈등'입니다. 등장인물들 사이에 갈등이 시작되고, 그 갈등이 점점 더 심화되고,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조금씩 해소되어가는 과정이 바로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만큼 주인공들 사이에 갈등이 어떻게 시작되느냐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합니다. 말하자면 와이셔츠의 첫 단추를 끼우는 작업이거든요.

둘도 없이 친한 친구 사이였던 두 소녀는 어느 날 갑자기 끔찍한 악연으로 돌변하여 서로를 미워하게 됩니다. 정확히는 악역인 한유경이 착한 서정은을 미워하는 것이지만, 하여튼 두 사람은 원수처럼 서로를 괴롭히는 운명으로 변해 가겠지요. 그런데 그 갈등의 시작이 너무나 설득력 없고 터무니 없습니다.


경찰서에서 생모를 찾았다는 소식을 들은 정은이는 기쁜 마음에 유경의 호출기에 메시지를 남깁니다. 그것을 확인한 유경이도 역시 정은의 호출기에 메시지를 남깁니다. 학교 마치고 동네 패스트푸드점에서 기다릴테니까, 엄마의 소식을 알게 되는대로 꼭 자기를 만나러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은이는 엄마가 자기를 거부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마침 그 장소에서 자기와 똑같이 엄마로부터 버림받는 영조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서러운 마음에 오랫동안 펑펑 울고, 영조와 친해져서 둘이 함께 국수를 먹으며 데이트하느라 유경의 메시지를 한참이나 늦게 확인합니다.

패스트푸드점에 혼자 앉아서 정은을 기다리던 유경은 불량배들이 다가와 집적거리자 그 자리를 피해 도망쳐 나왔는데, 불량배들은 그녀를 포기하지 않고 쫓아와서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갑니다. 하마터면 크나큰 봉변을 당할 뻔한 찰나 정은이가 소리소리 지르며 달려왔고, 사람이 몰려들자 불량배들은 포기하고 달아납니다. 유경은 다행히 얼굴과 손을 좀 다쳤을 뿐, 별 탈 없이 무사했습니다. 씨익 웃으며 정은에게 "난 괜찮아"라고 당차게 말한 유경은, 엄마를 만나지 못하게 됐다는 정은을 오히려 위로하며 자기네 집에 가서 함께 자자고 합니다.


그런데 집에 들어서자 유경의 양어머니는 하필 그 때 유경의 생모와 통화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굶어죽게 생겼으니 더 이상은 당신 딸 못 키워!" 그래서 유경은 처음으로 자기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충격받은 마음이 생뚱맞게도 정은을 향한 분노로 폭발합니다. 위로하려는 친구 정은에게 "가! 꺼지라니까!" 하고 소리지르더니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쾅 닫는군요. 좀 어이가 없습니다.

또 한 가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불량배들에게 봉변당할 뻔했던 일 때문에 학교에서 유경이를 전학시키기로 했다는 설정입니다.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유경이가 문제를 일으킨 것도 아닌데, 무슨 소문이 어떻게 돌았길래 학교에서조차 유경이만 피해자가 되었는지 자세한 상황 설명이 없습니다. 그런데 유경이는 모든 증오의 화살을 정은이에게 겨눕니다. 불량배 사건과 관련해서 학교에 이상한 소문을 퍼뜨린 것도 정은이라 생각하고, 자기 출생의 비밀을 여기저기 떠들고 싶어 안달이 났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은에게 "너는 내 인생에서 가장 재수없는 인간이야! 길거리에서 봐도 아는 척하지 마! 죽을 때까지 내 앞에 나타나지도 마!" 라고 외치는 유경의 모습에는 증오와 악의가 가득합니다. 그런데 아무 이유가 없으니 참 이상합니다.


오지 않는 정은이를 기다리느라 늦은 시간까지 혼자 패스트푸드점에 있었고, 그러다가 불량배의 표적이 되어 안 좋은 일을 겪을 뻔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별 일 없이 무사했고, 정은이에게도 자기는 괜찮다고 말하며 탓하지 않았던 유경입니다. 그런데 자기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자마자 갑자기 정은이한테 꺼지라고 소리치더니, 그 순간부터 확 변해버린 것입니다. 자기가 엄마에게서 버려진 자식이라는 게 정은이 때문도 아닌데, 아무 잘못 없는 정은이를 도대체 왜 그토록 미워하게 된 것일까요?

만약 유경이가 불량배들에게 성폭행이라도 당해서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지니게 되었다면, 늦게까지 정은이를 기다리다가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해서 원망하고 미워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아무 일도 없었단 말이죠. 학교에 이상한 소문이 퍼졌다고 해도, 사실이 아닌 이상 그건 중요치 않습니다. 그까짓 소문 따위 무시해 버리면 그만이고, 필요하다면 전학을 가면 그뿐이죠. 유경이가 정은이를 원수로 여겨야 할 이유는 전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유경이가 왜 그러는지 아무런 설명도 없이, 갑자기 1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 버립니다. 어른이 된 서정은과 이영조는 어느 건물 로비에서 재회하는데, 정은의 이름을 부르는 영조의 목소리를 듣고 멀찌감치서 한 여인이 휙 돌아봅니다. 바로 한유경입니다. 그런데 정은이를 노려보는 유경이의 차가운 눈빛이 심상치 않군요. 그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두 사람의 사이가 여전히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의 전개를 보면 지난 10년 동안 정은과 유경 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현재 왜 두 사람이 그런 관계가 되었는지는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1회에서 아역이 등장하던 시점에, 벌써 두 사람의 갈등은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소녀 한유경은 분명히 소녀 서정은을 끔찍할 만큼 미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갈등의 시작'에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세 명의 주인공은 똑같은 출생의 비밀을 지녔고, 두 명의 여주인공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원수가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첫 단추가 단단히 잘못 끼워진 게 아닌가 싶군요.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두고 봐야 알겠지만, 초반에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했으니 이 허술한 기반 위에 튼실한 집을 짓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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