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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김정은의 드라마 복귀와 만만치 않은 명품 조연들의 대거 출연으로 초반부터 관심을 갖고 시청하던 '나는 전설이다'가 예상보다 너무 안일한 전개로 기대에 못 미치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안정된 연기력과 분위기 있는 비주얼은 역시 만족스러운 수준이지만, 기본 스토리의 진행이 자연스럽게 받쳐 주지 않는 드라마를 연기자들의 활약만으로 이끌어 나가기는 어려운 법이지요. 현재 '전설이다'의 스토리는 얼핏 보기에 잘 짜여진 것 같습니다.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적어도 생뚱맞지는 않을 만큼, 각자 끌어다 붙인 이유들이 분명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필연성을 확보하기에는 그 이유들이라는 것이 너무 대수롭지 않고 단순하기 때문에, 얼개가 탄탄하게 짜여 있는 것 같으면서도 시청한 후에는 뭔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이..
사실 이강석(서지석)과 정윤서(소이현)는 커플이 아닙니다. 이강석은 나진진(배두나)과, 정윤서는 하동아(이천희)와 커플이죠. 앞으로는 그렇게 될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일시적으로나마 자기들끼리 커플이 될 것 같은 낌새를 풍기고 있습니다. 자기의 진정한 삶과 행복을 포기해 버린 젊은이들만이 할 수 있는 선택, 오직 부모의 결정에 따라 아무런 감정도 없이 결혼이라는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은, 소개로 만나자마자 서로 의견의 일치를 보고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그들은 재벌가의 서자와 서녀입니다. 경제적으로는 아무런 어려움 없이 풍족하게 자라왔고 지금도 그렇게 생활하고 있습니다만, 그들의 마음이 누구보다 공허한 까닭은 이쪽에도 저쪽에도 완벽히 녹아들 수 없는 서글픈 교집합의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단..
'커피하우스'의 후속작 '나는 전설이다' 1회가 방송되었습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김정은, 홍지민, 장신영, 고은미 등으로 이루어진 여성 출연자 라인입니다. 폭발적 인기를 누리는 톱스타는 없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더없이 화려한 출연진이었습니다. 한 명 한 명이 모두 타이틀롤을 맡아도 될만한 내공이 있는 연기자들인데, 이렇게 모아 놓으니 매우 든든하여 아주 마음 편하게 시청할 수가 있더군요. 요즘 웬만한 드라마에는 어설픈 신인들이 한두명씩 끼어 있어서 중간 중간에 아슬아슬한 불안감을 선사하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그런 스릴(?)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주인공 김정은의 극 중 배역 이름은 '전설희' 입니다. 따라서 이 드라마의 제목은 다중적 의미를 갖고 있는 셈이지요. 전설희는 이제 명실상부한 '전설'이 ..
'민들레가족'의 후속으로 방송되는 주말드라마의 제목이 '글로리아'라는 것을 들었을 때 처음으로 떠오른 생각은 성가(聖歌)의 제목이었습니다. 'gloria'는 라틴어로 '영광'이라는 뜻을 지녔고, 가톨릭의 대표적인 미사곡 중 하나입니다. 저에게는 매우 익숙한 단어이지만 TV 드라마의 제목으로 접하니 좀 신기하더군요. 주인공 나진진은 앞으로 변두리 나이트클럽의 가수로 활동하게 될 것이며, 그녀가 사용하게 될 무대명이 바로 '글로리아'입니다. 어울리지 않는 듯한 이름이지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주인공에게 작가가 굳이 '글로리아'라는 이름을 지어 준 뜻을 저는 이미 알 것 같습니다. '글로리아'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척박한 삶을 견디어내고 있습니다. 나진진(배두나)은 나이 서른에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나..
색다른 전쟁멜로가 되리라 생각하며 약간의 기대를 품었던 '로드넘버원'은, 과연 색다르긴 했으나 지나치게 색에 집착하는 경향을 드러내면서 실망을 안겨 주고 있습니다. 하긴 처음부터 낌새가 심상치는 않았어요. 1회를 시청하고 나서 제가 올렸던 리뷰에도 언급했지만 '에로물의 청소년 버젼'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과감(?)했거든요. (김하늘의 충격적인 여주인공 캐릭터 ) 아직 사춘기에 접어들락 말락 하는 아이들을 통해서도 충분히 에로틱한 장면을 연출했던 제작진이니, 성인이 된 주인공들의 사랑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야 그보다 못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과연 전쟁 중에 피어나는 애절한 사랑을 나타내기 위해서 그렇게까지 수위 높은 애정신이 꼭 필요했는지는 의문입니다. 차라리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그 절박한 상황에..
'로드넘버원'이라는 드라마에는 또 하나의 주목할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언제나 거칠고 야성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주던 최민수가 자상하고 부드러운 캐릭터로 변신한다는 것과, 오히려 부드럽고 섬세한 역할을 주로 맡았던 손창민이 냉혈한 전쟁광을 연기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역시 베테랑 연기자들이어선지 아무런 어색함 없이, 원래 입던 자기 옷처럼 지금의 배역이 잘 어울리는군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최민수의 변신이 단연 돋보입니다. 연기자의 호감과 비호감을 좌우하는 요소는 일단 연기력이라 하겠지만, 아무래도 악역보다는 선역이 훨씬 강한 호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음은 당연지사인가 봅니다. 남성적이고 터프한 외모와 목소리를 가진 중년 남자 윤삼수(최민수)가, 그 삼엄한 포화 속에서도 부하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내면적 감정..
개인적으로 전쟁물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로드넘버원'의 예고편이라든가 기본 설정 등을 미리 보았을 때는 상당한 호기심과 호감이 느껴졌습니다. 첫방송을 시청한 후의 소감을 간단히 표현하자면, 예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군요. 비교적 새로운 버젼의 전쟁멜로물이 될 듯한 느낌입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등장인물 캐릭터를 중심으로 1회의 리뷰를 진행해 볼까 합니다. 1. 이장우(소지섭) 한 마디로 '집념의 사나이'라 하겠습니다. 굉장히 원초적인 남성미를 자랑합니다. 그런데 이 남자의 사랑... 저의 예상과는 다르게 무조건 감미롭지만은 않습니다. 스토커의 향기를 강하게 풍긴다고나 할까요? 분명히 강렬하고 진실하고 애절한 사랑인데, 음습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물씬 느껴집니다. 어린 시절, 그들의 사랑이..
형에게 궁금한 것이 하나 있어. 내 곁에 있을 때, 언제나 달리는 기차를 보며 꿈을 꾸던 형은 지금 그 곳에서도 같은 꿈을 꾸고 있는지... 나는 예전처럼 꿈을 꾸며 살고 있는데, 형이 있는 그 곳의 사람들에게도 꿈이 존재하는지, 나는 묻고 싶었어. 그리고 간절히 믿고 싶었어. 제발 그렇기를... 만약 아니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제발 그렇다고 믿고 싶었어. 기찻길을 향해 달려가던 형을 내팽개치고, 나는 앞으로 달렸지. 하필이면 그 날이 바로 예쁜 계집애 행주의 생일이었을까? 그 아이한테 아무것도 줄 것이 없던 나는, 그렇게라도 선물을 해주고 싶었어. 언제나 고개를 돌려 지만이보다 뒤처지는 나를 바라보던 그 아이에게, 나는 한 번이라도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 그 때 나는 형이 참 싫었어...
드라마 '김수로' 의 첫 느낌은 한 마디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에 보던 것보다 조금 더 발전한 수준의 만화영화를 보는 듯하던 어설픈 CG의 문제는, 그런 분야에 문외한인 제가 보기에도 좀 심하다 싶긴 했지만 더 이상은 할 말이 없으니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그런데 첫회부터 우르르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을 도대체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역사 속의 인물과 허구의 인물이 뒤섞여 있는데, 아직 가야가 건국되기 전의 태고적 배경인 만큼 역사 속 인물들도 낯설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주몽' 이후로 참 어려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높이 사겠으나, 고구려의 역사보다도 더욱 생경하게 다가오는 가야의 역사를 다루는 만큼, 첫회에서 산만한 느낌을 주지 않도록 훨씬 더 신경을 써..
매일은 아니지만 시간이 되는 대로 KBS의 일일드라마 '바람불어 좋은날'을 시청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20세 차이의 연상연하 커플, 김미숙과 이현진의 사랑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해서입니다. 드디어 아주 조심스럽게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되고 있네요. 우선 저의 개인적인 바램을 털어놓는다면, 두 사람이 결혼으로 연결되기를 바라지는 않으나,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는 충분히 아름답게 그려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이강희(김미숙)와 장민국(이현진)이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서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은 그 동안 좀처럼 와닿지 않던 민국의 감정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어떻게 그가 그녀를 사랑할 수 있는지, 왜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해주고 싶어하는지, 그 마음이 가슴 속 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