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김수로' 금관가야의 시조 김수로왕이 흉노족? 본문

드라마를 보다

'김수로' 금관가야의 시조 김수로왕이 흉노족?

빛무리~ 2010. 5. 30. 07:55
반응형


드라마 '김수로' 의 첫 느낌은 한 마디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에 보던 것보다 조금 더 발전한 수준의 만화영화를 보는 듯하던 어설픈 CG의 문제는, 그런 분야에 문외한인 제가 보기에도 좀 심하다 싶긴 했지만 더 이상은 할 말이 없으니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그런데 첫회부터 우르르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을 도대체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역사 속의 인물과 허구의 인물이 뒤섞여 있는데, 아직 가야가 건국되기 전의 태고적 배경인 만큼 역사 속 인물들도 낯설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주몽' 이후로 참 어려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높이 사겠으나, 고구려의 역사보다도 더욱 생경하게 다가오는 가야의 역사를 다루는 만큼, 첫회에서 산만한 느낌을 주지 않도록 훨씬 더 신경을 써야 했다는 느낌입니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자막으로 그의 이름과 더불어 간략한 캐릭터 설명이라도 해주었더라면 이렇게 정신없지는 않았을 텐데요.

하여튼 1회를 끝까지 시청하는 데에는 적잖은 인내심이 필요했습니다. 어설픈 CG 때문에 별로 달갑지도 않은 전쟁 장면은 지나치게 길고, 나오는 인물마다 당최 누군지도 모르겠고... 그래도 끝까지 보고 나서 저는 자상하게 알려주지 않으면 내가 알아내겠다는 식의 오기가 치밀어 올라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같은 방송시간대의 다른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는지라, 마음에 안 들면 놓아 버릴 수도 있었으나, 그래도 "뭔지 잘 모르겠다"는 이유로 시청을 포기하는 것은 내키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검색을 하다보니 몰랐던 가야 역사에 대한 지식을 조금씩 쌓게 되면서 오히려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커다란 의문점도 생겼습니다.


제목이 '김수로'이니 당연히 주인공은 김수로왕이어야 할 것입니다. 김수로왕은 가야 중에서도 금관가야의 시조입니다. 그리고 금관가야 측에서 신봉하는 왕의 탄생 설화는 잘 알려진 대로 "하늘로부터 떨어진 6개의 금란(金卵)이 모두 변하여 6가야국의 왕이 되었는데, 그 중의 맏이가 김수로왕이었다'는 내용이지요.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채택한 것은 금관가야 측의 탄생 설화가 아니라 대가야 측에서 신봉하는 탄생 설화인 듯 합니다. 가야산의 여신인 정견모주(배종옥)가 천신 이비가지(이효정)와 결합하여 두 아들을 낳았는데, 큰아들이 대가야의 시조인 이진아시왕(고주원)이고, 작은 아들이 금관가야의 시조인 김수로왕(지성)이라는 것입니다.


드라마의 내용이 위의 설화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진아시왕과 김수로왕이 둘 다 정견모주에게서 태어난 형제라는 설정은 같지만, 두 사람은 아버지가 다르고, 김수로왕이 형으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금관가야의 김수로왕을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굳이 대가야 측의 탄생 설화를 모티브로 가져왔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이 알에서 태어났다는 황당 설화를 드라마로 재현하는 것보다야 이쪽이 훨씬 자연스럽고 수월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왜 굳이 김수로와 이진아시를 아버지가 다른 형제로 설정했는지는 풀리지 않는 의문입니다. 그 설정의 결과로 더 빛나는 인물은 주인공인 김수로왕이 아니라 오히려 라이벌인 이진아시가 되었거든요.


이비가(이효정)는 역사 속에서 '천신'이라고 표현됩니다. 비교하자면 단군의 아버지인 환웅과 비슷한 캐릭터라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드라마 상으로는 구야국(금관가야의 모태)의 야철장 당주입니다. 천신이든 아니든 간에, 어쨌든 가야국의 임금을 낳을 만한 정통성을 갖춘 인물이지요. 그러므로 이비가의 아들인 이진아시왕은 자연히 정통성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김수로왕의 아버지는 제천금인 족장 김융(김형일)의 아들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제천금인이 무엇인가 해서 찾아보니, 흉노족의 일파라고 하더군요. 허걱, 그렇다면 이 드라마는 금관가야의 시조인 김수로왕을 흉노족의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셈이 아닙니까?

다시 더 검색해서 알아보니, 북방기마민족인 흉노족을 우리나라 김씨의 선조라고 여기는 학설이 있는 모양이더군요. 그에 대한 여러가지의 증거를 모아놓은 자료도 대충 읽어보기는 했습니다만, 저로서는 별로 믿고 싶지 않은 내용이었기에 주의를 기울여서 정독하지는 않았습니다.


드라마의 초반 설정을 보아도 제천금인은 흉노족이 맞는 듯 합니다. 후한 광무제의 조카인 유천(장동직)이 자기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답시고 김융을 찾아와서 죽이는 장면이 있었거든요. 후한을 일으킨 광무제가 주변의 호족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흉노족과도 원수가 되었겠지요. 흉노족의 일파인 제천금인의 족장 김융은 광무제의 형을 살해한 후 멀리 남쪽으로 피신하여 새로운 세력을 구축했으나, 마침내 원수를 갚으러 찾아온 유천에게 패하여 죽고 맙니다. 

김융의 아내였던 정견모주는 만삭의 몸으로 유천의 화살을 간신히 피해 도망칩니다. 김융의 핏줄을 끊어 버리려는 집착으로 유천은 끝까지 정견모주를 추격하지만, 난파선 안에서 머리를 부딪히며 모든 기억을 잃고 가야 백성들과 어울려 살게 되는군요. 이것은 앞뒤가 맞는 이야기예요. 내용의 전개 자체에는 별 무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차라리 설화의 내용과 똑같이 김수로왕과 이진아시왕 둘 다 이비가의 아들로 설정하는 편이 훨씬 낫지 않았을까요? 아마도 저의 추측에, 사극의 주인공이라면 어린 시절부터 극심한 풍파를 겪어야만 한다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천군으로 받들어지던 이비가의 아들로서 평온한 유년시절을 보내게 되면 주인공답지 않다고 생각했나봐요.

그래서 드라마 속의 김수로왕은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를 잃고,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와 헤어졌습니다. 야철장의 단야장인 조방(이종원)에게 입양되기는 했지만,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났어도 천신의 아들로 귀하게 자라는 이진아시왕에 비하면 모진 풍파를 많이 겪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군요. 항상 주인공은 역경을 딛고 일어나야 하며, 주인공의 라이벌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가진 상태에서 경쟁을 시작합니다. 어찌 보면 이것은 모든 드라마의 정석이지요. 모든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승리를 쟁취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 해도 김수로왕을 흉노족의 후손으로 규정지어 버린 것은 아주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확실히 증명되거나 인정받은 학설도 아닌 듯한데 왜 굳이 그쪽을 선택했을까요? 과연 이 설정이 우리나라 시청자들의 정서에 편안히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줄곧 들어 왔던 김수로왕의 이름이 흉노족의 이름이었다니, 밀려드는 거부감을 어쩔 수가 없네요.

덕분에 몰랐던 역사의 한 부분을 재조명하는 기회가 생겨서 즐겁기도 했으나, 쉽지 않은 의문점과 숙제를 남긴 드라마였습니다. 역사에 대해 보다 깊고 넓은 지식을 갖게 된다면, 받아들이기가 좀 더 쉬워질까요? 아니면 오히려 더 비판을 하게 될까요? 어쨌든 일단 흥미를 갖게 되었으니 당분간은 더 지켜보려 합니다. 부디 이 의문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풀릴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

* 관련글 링크 : 갓쉰동님 "정체를 알 수 없는 사극 김수로에 김수로는 없었다" 
                      


* Daum 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버튼을 누르시면, 새로 올라오는 제 글을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추천에는 로그인도 필요 없으니,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의 손바닥 한 번 눌러 주세요..^^

반응형
Comments